[김형우 기자의 군청앞 맛집] 전주 국일떡갈비 '다슬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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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8.10.02. 오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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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우 기자
  예로부터 관가 부근에는 맛있는 집이 몰려 있기 마련이다. 지역의 군청(시청) 인근도 마찬가지로 군청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단골 밥집이 골목마다 알토란처럼 박혀 있다. 수십 년 전통을 이어오는 '추억의 밥상'이 있는가 하면 손맛을 새로 다듬고 개발한 신흥 맛집도 있다. 비록 매스컴에는 자주 오르내리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식당이지만 지역 최고의 입맛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 바로 그런 곳이다.

점심 메뉴가 고민될 때, 간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선뜻 찾을 수 있는 만만한 식당, 이런 집을 바로 지역 최고의 맛집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조선은 '미식기행'이 여행의 주류를 이루는 세태에 맞춰 지자체 공무원들이 강추 하는 숨겨진 밥집, 스토리가 있는 맛집을 '군청앞 맛집'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발굴 소개한다.

 전북 전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맛의 고장이다. 맛 고을 호남의 천년 주도로 오랜 세월 속에 쌓인 전통의 미각은 깊은 손맛에 풍성한 인심까지 어우러져 맛 기행의 진수를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순두부, 오모가리탕, 백반, 막걸리 등 전주 시내 곳곳에서는 맛깔스럽고 풍성한 상차림을 만날 수 있어 실로 오감이 흡족한 여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전주의 미식거리 중 가장 정성이 담겨진 음식으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여러 음식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전주 사람들은 선뜻 '다슬기탕'을 추천하고 나선다. 푸르스름 말간 국물의 쌉쌀 시원한 맛에 쫄깃한 속살까지. 다슬기탕 이야말로 전주의 참맛을 담아낸 또 하나의 특미 라는 것이다. 특히 다슬기탕 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손맛 이상의 지극한 정성도 배어 있어 전주의 후덕한 인정까지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적극 추천한다.

 <전주=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scblog.chosun.com/kimtraveller>

① 섬진강, 임실 신평 등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다슬기로 푸르스름한 빛깔에 쌉쌀-시원한 다슬기탕을 끓인다. 

② 국일떡갈비 식당 전경.

③ 육수를 끓여내고 있는 유양옥 사장.
 '맛의 고장'에서 또 무슨 맛집을 찾는다? 다분히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천년의 맛잔치'까지 펼치고 있는 고장 전주에서는 어느 골목의 식당을 찾아도 실패하는 법이 없다. 웬만한 지역 맛집 수준 이상의 밥집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중 한 곳만 제대로 골라도 성공이다. 특히 미식에 길들여진 전주사람들의 미각은 평균 이상이 아니던가. 그런 믿음 속에 찾은 집이 바로 '국일떡갈비'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9월의 끝자락 다슬기탕으로 유명하다는 전주천변 국일떡갈비를 찾았다.

  후루룩 쩝쩝, 열심히 다슬기탕을 먹고 있는 손님들에게 슬쩍 이 집 국물맛에 대해 물었다. 대번에 "좋죠!"라며 엄지를 치켜 올린다. 그러자 한 무리의 식객이 "뭔 놈의 표현이 그렇게들 미지근하디야~"라며 냅다 사설을 쏟아 붇는다.

  "자꾸 물어 볼 필요도 없어요~오. 간-쓸개 나쁜 사람들한테는 기냥 최고랑게요. 다슬기탕 푸른 국물이 그렇게 간에 좋대요~오."

  "뭘 그렇게 어렵게 말을 혀~어. 기냥 술먹은 뒤 최고라고 하면 끝나불지~이."

  흔히들 다슬기탕 하면 된장국에 아욱, 시금치를 듬뿍 넣은 걸쭉한 국물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실제 이런 다슬기국은 된장국 같기도 하고, 아욱국 같기도 한 것이 다슬기 본래의 쌉쌀한 맛은 부족한 편이다.

  십수 년 전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시원한 다슬기탕을 맛본 적이 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말간 국물은 그 맛이 쌉쌀하면서도 시원했다. 연신 이 밥상, 저 밥상에서 무슨 돌림 노래 마냥 '어허~어허~시원하다~'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해 늘 다슬기탕을 대할 때마다 전주의 맛이 떠오르곤했다.

  헌데 전주시청 직원에게 '군청앞맛집' 추천을 부탁하자 바로 그런 국물 맛을 낸다는 다슬기탕집을 선뜻 추천해주었다.

  전주시 한옥마을 전주천변에 자리한 '국일떡갈비'는 상호가 말해주듯 '떡갈비'가 주종목이다. 하지만 다슬기탕 또한 이에 못지않은 인기메뉴로 꼽힌다. 이 집 주인 유양옥씨(64)는 1994년 이 자리에 터를 잡기 전 시내에서 '국일관'이라는 유명 백반집을 운영했던 전주 음식에 정통한 아줌마다. 유씨가 다슬기탕을 본격 메뉴로 내놓은 것은 이웃들의 이상행동(?) 때문이었다. 위장병을 앓는 사람들이 다슬기 껍질을 구하러 다니는 것에서 착안 했다.

  "그것이 위장에 그렇게 좋다고 하드라고요. 그래서 바로 이거다 싶어 우리 식단에 썼지요."

  유독 세세한 정성이 따른다는 이 집 다슬기탕의 시원한 국물 맛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다슬기 고르는 것부터가 유별나다.

  이 집은 전주천 상류 임실 신평, 섬진강 등 대체로 두 곳에서 단골 어부들이 건져 올린 다슬기를 구입한다. 다슬기도 사는 곳에 따라 맛과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섬진강 쪽에서 나는 것은 껍질이 두껍고 색이 누르스름하지만 쌉쌀한 맛을 낸다. 반면 임실 신평 쪽에서 나는 다슬기는 껍질이 얇은 대신 색깔이 짙어 새파란 국물색깔에 은근한 맛이 일품이다. 때문에 이 집에서는 두 곳의 것을 적절히 섞어서 비취빛 흐르는 은근하면서도 쌉살한 맛의 육수를 만들어 낸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국물에 무슨 색소를 탓냐'고도 물어요~오. 색깔이 잘 안 나는 싸구려 국물맛에 길들여져 그렇지요. 우리는 다슬기를 키로당(1kg) 1만2000원에 들여와요. 중국산은 3000원씩에 준다고 난리지만 그런 것 절대 안쓰지요. 아는 양반이 하두 갈아달라고 했싸서 시험삼아 끓여 봤더니 국물맛도 안 나고 다슬기도 무르고. 암짝에도 못 쓰 것 드라고요."

  다슬기 구입에도 시기가 있다. 달이 떠서 커지기 시작할 때, 상현을 넘어서는 시기(음력 7~15일)에는 구입하지 않는다. 살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력 20일 넘어 다음달 5일사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다슬기를 집중 구입해 살짝 데쳐 보관한다.

  좋은 다슬기를 골랐다면 국물 내는 일이 남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특히 다슬기 속살을 발려 내는 게 큰 일이다. 살짝 데쳐낸 다슬기 속살을 빼내는 것은 수작업 이외의 방법이 없다.

  "다슬기 알맹이 빼는 디는 카텐 삔이 최고요~오. 하여튼간에 손님 상차려 디리고 나면 식구들이 다 달라 붙어 알맹이 빼내는 게 일이지요. 우리 집에서는 웬간히 진득해서는 붙어 있들 못한다니께요.."

  우선 잡아온 다슬기를 전용 세척기에 넣고 해감을 시킨다. 40여분 세척이 되는 동안 다슬기가 이물질을 토해낸다. 이를 다시 반복 한다. 변질을 막기위해 다슬기를 살짝 삶는다. 이때 나온 육수는 보관해둔다. 삶아낸 다슬기의 속살을 핀으로 발려낸후 빼낸 알맹이만 모아 끓여 육수를 만든다. 이후 다슬기 껍질만을 넣고 20시간 정도 은근하게 삶아 육수를 우려낸다. 이제야 본격 다슬기탕을 끓여 낼 수 있는 국물을 갖춘 셈이다.

  여기까지 만 해도 간단치 않는 과정이다. 이후 다슬기 속살 두어 숟가락을 넣고 살짝 불을 높인다. 끓기 직전 호박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따로 익혀둔 수제비와 파, 부추 등을 넣어 상에 올린다. 잘게 썬 매운 고추를 곁들이면 더 칼칼한 국물맛을 볼 수 있다. 수제비는 다른 곳에서 끓여뒀다가 마지막에 함께 섞는데, 국물이 걸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식성에 따라 수제비 빼고 달라면 말금한 국물에 공기밥을 준다.

  함께 상에 오른 20여 가지 밑반찬도 웬만한 한정식 수준이다. 굴비찜, 꽃게 간장, 들깨버섯탕, 콩자반, 자반지짐, 콩나물무침, 오징어-파슬리-다시마 데침, 고추볶음, 꽈리고추 원추리 볶음, 오이무침, 김자반, 가지무침, 오징어채, 도토리묵, 배추김치, 깍두기, 고구마줄기 등 맛깔스런 반찬이 한상 가득이다.

  이 집의 국물맛이 아름아름 알려지며 전주사람들은 물론 외지에서도 찾는 경우가 많다.

 "두어 시간씩 물어물어 찾아 왔는데 식당이라고는 꾀죄죄하니 처음에는 실망을 하는 눈치예요, 그런데 탕 한 그릇씩 먹고 나면 '아따, 겁나게 잘 먹었네' 이 한마디씩 들은 꼭 하고 들 떠나요, 그제 서야 제 맘도 편해지지요."

  이 집의 간판 메뉴 떡갈비는 어떨까. 쇠고기 80%(한우 60%+호주산 20%), 돼지고기 20%에 야채 등을 섞어 숯불화덕에 맛깔스럽게 구워낸 맛이 부드럽고도 고소하다. 돼지고기를 살짝 섞는 게 부드러운 맛의 포인트이다.

  '국일떡갈비' 주인 유양옥씨의 성격은 말금한 다슬기 탕처럼 시원시원하다. 32년 전 융통성 없고 결단력 부족한(유씨의 표현) 교사출신 남편을 설득해 밥집을 차린 게 요식업의 시작이다. 서른 두 살 되던 해 서울서 처음 밥장사를 시작했다. 교사직을 그만두고 대기업에 취직한 남편이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두고 볼 수 없어 "산 입에 풀칠이야 하겠냐"며 시작한 집이다. 하지만 꼬장꼬장한 성격의 남편은 아내의 밥장사가 늘 못마땅해 불평이 늘었고, 이에 잘 되던 밥집 문을 3년 만에 닫아야 했다. 고향 전주로 내려와 살 길을 찾던 중 다시 밥집을 시작했다. 궁중요리와 백반 전문 '국일관'이다. "그때는 종업원이 17명에 친정식구 다 달려들고, 하루 쌀 한가마니씩을 쓸 정도였어요, 진짜 날 새는 게 무섭드라고요.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틸까 싶을 만큼 힘들었거든요. 손님 닥쳐 드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장사가 잘 됐어요, 하루 1000명씩 이렇게 왔으니께요, 지금은 기냥 소꿉장난 허는 것같아요."

  그 사이 남편이 세상을 떴다. 돈도 벌었지만 일에 치여 심신이 너무 고단했다.

  "마침 세를 내 준 집이 나간다고 하기에 쉬엄쉬엄 살려고 이사를 했어요. 바로 이 집인데, 놀기 뭐해 조그맣게 시작을 한 것이지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아들은 가업을 잇지 않으려 한다. 마침 며느리가 돕고 있지만 몸도 약한데다 너무 힘이 드는 일이다 보니 늘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들은 "어머니께서 무슨 자선사업가냐?"며 당장 그만두라는 입장이다. 평생 고생만 해 오신 어머니께서 이제 더 이상 생활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유씨 입장에서는 내 집이라 세 안나가고, 하던 일이니 힘들다 해도 당장 손을 놓고 싶지 않다.

  아들의 볼멘소리도 틀리지는 않다. 사실 다슬기탕은 남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맛에 반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격을 올려 서운케 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단체 있죠. 단체손님. 주문식 단체. 거그서 냄겨 먹어요. 그래야 나도 살제~호 호 호."

수제비나 공기밥 넣고 먹어도 별미

  ▶조영호(44ㆍ전주시청 문화관광과 관광홍보팀장)= "뭐 특별한 것 없어?"하면 곧장 떠오르는 게 이 집이다. 떡갈비도 맛있지만 다슬기탕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맑은 국물의 푸르스름한 다슬기 특유의 맛과 색깔을 대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속풀이 술국으로는 최고다. 게다가 수제비를 떼어 넣거나 공기밥도 말아 먹을 수 있어 든든한 식사로도 거뜬하다. 뿐만아니라 한정식에 버금갈 만큼의 20여 가지 맛깔스런 반찬이 곁들여져 전주의 미각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다.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 같이 정 듬뿍

 ▶이주영(29ㆍ전주시청 홍보담당관실 홍보지원팀)=고향의 미각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이다. 전주 토박이인데, 예전 할머니께서 차려준 음식을 맛보는 것같아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다슬기탕은 자칫 잘못 끓이면 흙내가 나는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또 다슬기 까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무조건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고마움이 앞서는 그런 집이다. 특히 천변에 위치해 운치도 있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밖의 추천 맛집(전주 5味)

 ▶비빔밥=중앙동 소재 성미당. 43년 전통. 전주비빔밥 10000원. (063)284-6595

 

 ▶백반=중앙동 한국식당, 20~30여 가지의 반찬. 백반 6000원. (063)284-6932

 ▶오모가리탕= 교동 전통문화센터옆 화순집. 뚝배기에 시래기를 깔고 민물고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민물매운탕 전문. 쏘가리매운탕 7만원, 빠가사리매운탕 5만원(각 4인 기준). (063)284-6630솣

 ▶'전주막걸리'=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용진집, 막걸리 1주전자(3되)에 1만2000원을 내면 20~25가지의 진귀한 술안주가 무제한 리필 된다. (063)224-8164

 ▶콩나물국밥=경원동 '왱이콩나물국밥' 콩나물국밥 5000원. (063)287-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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