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저녁뉴스]
드로잉 좋아하시나요? 이론과 기능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을 통한 감각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끄적여 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난 여름방학, 누구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 그림을 그려본 아이들이 있는데요, <교육 현장 속으로>에서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여름방학, 특별한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을 찾았습니다.
여러 가지 미술 재료들을 활용해 나를 표현하기.
주제는 있지만 정해진 형식은 없습니다.
그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배웠던 이론이나 기능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이 아닌 몸을 통한 감각만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탐구해 보는 건데요.
정형화된 미술 수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겐 다소 낯선 경험입니다.
인터뷰: 송승주 / 천왕초등학교
“미술 평소에 많이 해요?”
“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미술학원 좀 다니다가 그 뒤론 자신감이 없어졌달까? 그래서 그림을 안 그렸어요, 아예.”
“그럼 무척 오랜만에 그린 그림이네요, 어때요?”
“그냥 이렇게도 표현할 수도 있구나란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이 수업은 한 문화재단이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미디어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납니다.
방학 기간 중 토요일마다 3시간씩, 모두 열 번의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정태원 / 서울 원촌중
“미술학원에서는 그냥 주제를 주거나 이거를 그려보라 하면 그리는데 그게 쉽진 않잖아요. 자유롭게 그리지 못하잖아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시험을 보거나 자유롭게 그리지 못하는데 여기 와서 자유라는 걸 찾은 걸 느꼈어요.”
인터뷰: 이하은 / 서울양천초등학교
“지금은 표현력도 늘었고 제가 아무렇게나 그려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눈치도 안 보고 좋았어요.”
인터뷰: 박준권 / 서울 서초중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 자체가 크게 다른 것 같고 갈수록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한편 수업에 대한 성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이기에 교육자에게도 특별한 배움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인터뷰: 류재훈 / 작가·드로잉 프로젝트 강사
“저한테 필요한 것을 실험해 볼 수 있어요. (학생들과) 충분히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없으니까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게 필요할 거야, 이렇게 하면 좋아할 거야, 이걸 해야 할 거야 해서 그걸 촘촘히 짜서 제공해서 따라오는 방식이 많거든요. 불안하니까. 그런데 저는 여기에 의문을 가지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이 사람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을까 라는 실험을 하는 게 저한테는 많은 의미가 되고 있어요,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선택한 재료로 느리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보기.
이같은 경험들이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류재훈 / 작가·드로잉 프로젝트 강사
“이 경험이 결국 자존감을 갖게 되죠. 왜냐하면 사소한 건데 특별히 요구받은 목적 없이 사소한 걸 하면서 흥미로운 걸 찾게 되고 그걸 계속 하다보면 뭔가가 만들어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얻는 게 되게 많다고 생각해요.”
해당 뉴스가 마음에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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