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8] 보수적 유럽 업체들도 ‘스마트’ 키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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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의 여러 부스를 둘러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냉장고가 사용자의 하루 일정을 알려주고, 사용자의 건강에 맞춰서 요리법을 추천하고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등 ‘스마트 기능’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 사용자들이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과도한 기능이나 기술인 것은 아닐까. 이같은 질문에 LG전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는 곳이 TV를 중심으로 하는 거실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구성원이 각 개인의 화면으로 분산되면서 가족이 한 번이라도 같이 모이는 곳은 이제 주방이 됐습니다. 냉장고는 그나마 함께 사용하는 가전이거든요. 이에 따라 주방이 가정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이번 IFA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스마트 키친’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과거 잠시 요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제한적인 공간이었더 주방은 더 쾌적하고, 스마트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 전면 재배치된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달 31일 개막한 유럽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 관람객들이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소형 냉장고 제품인 리페르 사의 ‘마이스타일’을 살펴보고 있다. 베를린/ 최민영 기자

업계에서는 올해 IFA 전시회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스마트’ 기능이 초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밀레(Miele)등의 업체에도 드디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을 꼽았다. 이들 초프리미엄 브랜드는 그간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기술을 갖춘 제품들이 ‘보수적이다 싶을 정도로’ 거의 없는 편이었으나, 올해는 뚜렷할 정도로 관련 제품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밀레는 이번 박람회에서 새로운 컨셉트의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는데, DVD만한 직경에 높이 4㎝짜리 용기에 과립화된 세제가 들어있는 ‘파워디스크’(Power Disk)가 그릇의 오염도를 감지해 적절한 분량의 세제를 자동투입한다. 와이파이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도입 속도도 빨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적용한 제품들이 늘었다”면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캠프가 드디어 가전 생태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구글을 하거나 알렉사를 택하거나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가전 지멘스가 내놓은 인덕션 쿡탑. 그릇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해당 부분만 가열한다. 최대 6개의 조리용 그릇을 올려놓을 수 있다. 베를린(독일)/최민영기자

인덕션 쿡탑도 더 스마트하고 ‘심리스’하게 발전하고 있다. 독일 가전 아에게(AEG)는 매번 요리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굽기’의 고기나 팬케이크가 구워질 수 있도록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쿡탑을 이번 전시회에서 내놨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일정한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밀레와 지멘스는 쿡탑 인덕션에 최대 6개의 조리냄비나 팬을 올려놓아도 자동으로 위치를 인식해 가열하는 기능을 갖춘 인덕션을 소개했다. 기존에는 ‘칸’에 맞춰서 그릇을 놓고 이동할 때도 열구에 사용자가 맞춰야 했다면, 최신형 모델은 그릇의 크기, 필요한 열 온도 등을 기기가 자동으로 인식해 처리한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회사 밀레의 식기세척기. 그릇의 오염도를 자동으로 인식해 세척기 내에 위치한 파워디스크(검은색 케이스)에서 자동으로 세제를 투입한다. 깔끔한 선도 두드러진다. 가운데 식기 세척기는 아예 전면에 열림 버튼조차 없다. 두 번 노크하면 문이 열린다. 베를린(독일)/최민영기자

냉장고도 스마트해진다. 지멘스는 연동된 운동기구에서 사용자의 운동량을 측정한 다음 냉장고 등을 통해 식단을 추천하는 스마트 서비스의 모델을 제시했다. 독일 냉장고 브랜드 리페르(Liebherr)는 스마트 냉장고 기능을 악세사리로 별도로 선보였다. 냉장고 내부에 카메라 2개를 달면, 자동으로 사물을 인식해 냉장고 안에 어떤 재료가 들었는지 등을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식재료가 떨어지면 ‘이런저런 물건을 사라’며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쇼핑’ 서비스로도 이어진다.

유럽의 주요 가전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보면서, 기존의 ‘정온’ 기능은 기본이고 이같은 식재료 관리와 관련한 스마트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이번 전시회의 주요 상품으로 전면배치한 인상을 받았다.

주방가전은 대체로 불필요한 선을 없애고, 메탈 소재를 부각시키는 트렌드가 강하다. 밀레의 식기세척기 일부 모델은 전면에 아예 열림 버튼도 없었다. 두 번 노크하면 세척기가 문이 열린다. 작동버튼은 내부 상단 안에 보이지 않게 숨겨져있었다.

반대로 개성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디자인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리페르는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인쇄된 정사각형 큐브형 미니 냉장고를 내놨다. 내부 선반구성을 일반형부터 와인렉까지 소비자의 주문대로 맞출 있고, 냉장고 문짝도 폐쇄형부터 투명 유리형으로 변경 가능하고, 외부에 인쇄된 그림도 주문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 이 냉장고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소리 울림통이 되면서 간단한 스피커 역할도 할 수 있다. 차세대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뭘 좋아할지 고민하는 업계의 고민이 엿보였다.

현장에서 이같은 ‘스마트 키친’의 연결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기존의 전통적 개념의 주방과는 너무 달라서 실제로 눈으로 보고 이해하지 않으면 구매로 연결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IFA에서 강화된 스마트 키친 라인을 선보인 지멘스의 롤랑드 하겐부허 가전부문 CEO는 “소비자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주방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판매에 있어서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베를린(독일)|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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