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 남성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이 ‘오직 한 벌의 옷’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오트 쿠튀르를 지향했다면, 여성 디자이너 이신우는 패션 민주화를 외치는 기성복의 옹호자라는 설명이다. 또 앙드레 김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탐미적으로 표현할 때, 이신우는 변화하는 남성성의 의미를 의상으로 구현했다.
이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김 큐레이터는 앙드레 김의 백색과 이신우의 검정색에 초점을 맞췄다. “화이트는 완벽주의자인 앙드레 김의 삶과 미학을 반영하는 색입니다. 화이트 월에 놓인 8벌의 흰색 드레스를 통해 그가 구현한 백색의 섬세함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신우의 검정은 디자이너가 40대가 되어 삶의 목적에 의문을 던지면서 사용한 색으로, 디자이너의 성찰과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처음 파리 컬렉션에 나갔던 디자이너 이신우는 ‘이신우 옴므’ 등으로 국내 최대 디자이너 토털 패션 브랜드를 구축했으나 98년 사업 실패로 브랜드가 채권단에 넘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여러 곳에서 팔리는 ‘오리지널 리’나 ‘ICINOO’라는 브랜드는 그의 옷이 아니다. 2006년 ‘CINU’라는 브랜드로 재기에 나선 그는 디자이너 인생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다.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회사가 넘어간 뒤 명동 커피숍에서 앙드레 김 선생님을 만났다. 갑자기 뚜벅뚜벅 내 쪽으로 걸어오시더니 갑자기 포옹을 하며 ‘이 선생님, 재기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이와함께 현대미술에서 바라본 몸과 옷에 대한 해석을 다룬 ‘코드 스티치’(청량리점·안양점), 전통 미술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모은 ‘해일&헤리티지’(대전점), 한국패션을 사진에서 해석한 ‘패션, 너의 곁에서’(대구점), 청바지 브랜드 게스의 협찬으로 10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만든 ‘잇 스타일’(영등포점·잠실점·일산점), 패션 소품으로 삶을 말하는 ‘원데이, 아트 맷 패션’(광복점), 업사이클링 패션에 주목한 ‘프롬 업사이클, 투 패션’(광주점) 등이 펼쳐진다. 앙드레김 드레스 입어보기, 디자이너 자녀들의 토크쇼(9월 15일 오후 6시) 등 이벤트도 여럿 준비돼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롯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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