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알록달록 지고 '건강한' 투명 뜬다…케미포비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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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20.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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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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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청결제 이어 샴푸·바디클린저·세제까지 색소 뺀 투명 '대세'
가습기살균제·유해 생리대 논란에 마케팅 포인트 1순위 '깨끗함' 강조
가그린. © News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구강청결제는 물론 샴푸와 바디클린저, 세제에 이르기까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화학제품에 '투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빨강이나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사용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관련 업체들이 너도나도 투명 제품을 내세우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파동과 유해 생리대 논란 등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케미포비아)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록달록한 색을 내기 위해 색소를 넣는 것보다는 색소가 없는 건강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 타르 색소 無첨가 '가그린'…투명한 액체의 샴푸, 세제도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구강청결제 가그린에 타르 색소를 첨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강조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가그린의 올해 1~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어날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이같은 인기에 힘 입어 용기도 제품 종류에 따라 완전 투명하거나 내용물이 비치는 용기로 바꾸고 있다. 액체가 투명하다는 사실이 불투명 용기로 인해 가려진다는 판단에서다.

애경은 주방세제 트리오 출시 50돌을 맞아 선보인 '트리오 투명한 생각'이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지난해 7월 '투명한 생각'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국내 최초로 모든 성분을 제품 정면에 표기해 소비자가 제품의 모든 성분을 눈으로 확인하고 안심하고 사용하도록 했다.

액체세제를 비롯해 분말세제와 샴푸, 바디워시 등 총 9종이었던 제품군도 최근 섬유유연제를 추가해 10종으로 늘어났다.

이밖에도 한국오츠카제약의 우르오스, 코니팜의 안나플러스, 스킨젠의 에코글램 등 뷰티 업체에서도 투명한 액체를 사용한 샴푸, 바디워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투명 패키지로 차별화를 꾀한다. 롯데칠성음료는 2016년 10월 출시한 '데일리-씨 레몬 1000'의 패키지가 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를 지난 4월부터 내보내고 있다. 앞으로 출시할 비타민 음료에 대해서도 투명 용기를 활용해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예정이다.

애경 '투명한 생각' © News1

◇ '투명 마케팅' 이유는…'케미포비아 불식' & '차별화'

이처럼 '투명'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인공적인 첨가물이 섞이지 않길 원하는 소비자 요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해 생리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됐다. 소비자들이 화학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고를 때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은 가장 안전해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가그린이 타르 색소를 제거한 것은 2009년이다. 과거에는 입냄새 및 충치 원인균 제거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화학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타르 색소 무첨가'로 마케팅 방향을 틀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샴푸와 바디워시 등 제품들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성분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천연 유래 계면활성화를 사용하고 신체에 유해하다고 여겨지는 성분을 모두 없애고 있다. 여기에 색깔까지 투명하게 만들어 '천연'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곧 차별화와도 연결된다. 롯데칠성음료의 데일리-씨 레몬 1000은 비타민음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갈색병'과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포석이다.

가그린의 타르 색소 무첨가 마케팅 역시 업계 1위인 한국존슨앤드존슨의 '리스테린'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에서는 건강함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변하지 않는 한 투명함을 강조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화학 성분에 대해 공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그 기준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업체에서 제품의 성실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생활화학 제품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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