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태풍 `무이파` 공습날 증시엔 `블랙먼데이` 공포

아시아 증시 폭락… 투자자들 패닉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8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74.30p 내린 1,869.45에 장을 마감했다. 한 시민이 주식 전광판이 빗물에 반영된 명동 외환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8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74.30p 내린 1,869.45에 장을 마감했다. 한 시민이 주식 전광판이 빗물에 반영된 명동 외환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리고 공포로 이어졌다.

 주말 동안 타들어온 미국 신용등급 하락 불심지가 8일 우리 증시에서 터졌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한때 전 거래일보다 143.75포인트(7.40%) 폭락하며 1800선까지 위협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450선이 무너지며 52주 최저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오후 들어 붕괴 조짐까지 보였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폭락세를 돌려 세우지는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날 대비 3.82% 하락한 1869.45와 6.64% 급락한 462.69로 마감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한·일·중 아시아 3국 시장이 열리면서 글로벌 주식시장 도미노 붕괴의 전조가 될지, 아니면 회복 기반을 마련할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과는 ‘블랙 먼데이’ 그 자체였다.

 장초반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이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 공조체제를 가동하기로 하면서 진정세를 타는 듯했던 주가는 오후 들면서 급전 직하했다. 특히 코스피는 장중 한때 전날 대비 138포인트나 빠지기도 했다. 코스닥도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오후 1시 10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어 유가증권시장에도 오후 1시 23분 프로그램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올해 처음 발동됐다.

 외국인들의 투매 앞에 기관·개인을 가릴 것 없이 공황 상태로 빠져들었고, 지수는 낙폭을 키웠다. 전날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형국이었다.

 일본·중국 증시도 폭락장세를 비켜가지 못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2.18%(202.32포인트) 빠진 9097.56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증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위안화 강세 조짐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 가권지수는 3.82%(300.33포인트) 급락한 7552.80으로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5원10전이나 치솟으면서 1082.5원을 기록했다.

 이날 청와대와 정부부처도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관계 부처 장관과 참모진, 전문가 등을 불러 ‘경제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추진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금융위원회 등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처 차원의 비상 점검회의를 갖는 등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