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 과학 교실] 공기의 마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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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마술사들

_윤병무

이른 아침 풀잎마다 이슬이 맺혔어요
먼지 앉은 풀잎 머리를 감겨 주고 있어요
아침이 지나면 햇볕이 금세 말려 줄 거예요

포근한 아침이면 안개가 호숫가를 산책해요
안개 품속에서 물오리 가족도 나들이해요
송골매 눈에 안 띄어서 여유롭게 산보해요

세상이 궁금한 물들이 땅과 바다를 떠나요
방방곡곡 수증기가 하늘에 모여들어요
수학여행을 하려고 뭉게구름이 되어요

세상 구경 실컷 한 구름들이 무리 지어요
여행에 피곤한 구름들 몸이 무거워졌어요
고향이 그리운 물방울들이 비가 되어 내려요

구름들은 여행하면서 선물도 준비했어요
땅에 사는 생물들이 천천히 풀어 보라고
새하얀 눈송이를 지상에 듬뿍 쌓아 주어요

바다와 땅을 떠나 구름이 되었던 물들이
비와 눈이 되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면
낮았던 습도가 높아져 식물들이 기뻐해요

공기의 온도가 울거나 웃거나 화남에 따라
공기의 압력은 저기압이나 고기압이 되어요
공기는 저기압엔 올라가고 고기압엔 내려가요

그때마다 공기는 가오리연처럼 헤엄쳐요
떠밀리는 파도같이 공기는 공중에 흘러요
가오리연 꼬리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에요

초등생을 위한 덧말

날씨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려면 ‘공기’부터 얘기해야 해요. 날씨는 어느 날의 ‘공기 상태’를 뜻하니까요. 그런데 공기에는 무게도 있고 온도도 있고 습도도 있어요. 공기에 무게와 온도와 습도가 있어서 공기가 무겁거나 가볍거나, 온도와 습도가 높거나 낮은 정도에 따라 공기의 압력이 달라지고, 바람과 구름이 생기고, 비나 눈가 내리고, 이슬과 안개도 나타나는 거예요. 그런 현상들이 그때그때의 공기 상태를 말해 줘요. 그런 공기의 상태가 그날의 날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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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공기는 우리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공기에도 무게가 있어요. 모든 고체나 액체가 그러하듯, 기체인 공기 역시 그 양이 많을수록 무거워져요. 공기의 양이 많아서 공기의 무게가 늘어나면 공기의 압력도 커져요. 무게가 늘어나니 위에서 누르는 힘이 커져 압력도 커지는 거예요. 공기의 압력을 ‘기압’이라고 해요. 공기의 압력이 높은 기압을 높을 고(高) 자를 붙여서 ‘고기압’이라고 하고요, 공기의 압력이 낮은 기압을 낮을 저(低) 자를 붙여서 ‘저기압’이라고 해요.

바람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바람은 공기의 온도인 ‘기온’과 공기의 무게에서 비롯된 ‘기압’이 만들어낸 공기의 움직임이에요. 낮에는 육지보다 기온이 낮은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어요. 한자로 바다 해(海), 바람 풍(風) 자를 붙여서 해풍(海風)이라고 일컫는 이 바람은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향하고 더운 공기는 위로 향하는 원리 때문에 발생해요. 반대로, 밤에는 바다보다 기온이 낮은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바람이 불어요. 한자로 뭍 육(陸), 바람 풍(風) 자를 붙여서 육풍(陸風)이라고 일컫는 이 바람 역시 차가운 공기가 더운 공기의 아래쪽으로 파고드는 원리에 따라 공기가 움직이는 현상이에요. 그렇게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이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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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나타내는 공기의 상태에 ‘습도’ 역시 큰 영향을 끼쳐요. 눈에 안 보이는 공기에 무게가 있듯이, 공기에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수증기는 ‘물이 기체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이에요. 공기에 포함된 수증기 양의 정도를 ‘습도’라고 해요.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사막이나 극지방에조차 그 지표면 주위의 공기 속에는 적은 양의 수증기가 있어요. 공기에 포함된 그 수증기의 양이 적고 많음에 따라 날씨는 달라져요. 공기 속에 수증기가 많으면, 즉 습도가 높으면 비도 자주 내리고 후텁지근해서 빨래도 잘 마르지 않아요.

이처럼 날씨는 공기의 무게(기압)와 공기의 온도(기온)와 공기의 이동(바람)과 공기에 포함된 수증기(습도)의 정도에 따라 날마다 바뀌어요. 그리고 날씨를 이루는 이 네 가지 요소는 서로 간에 영향을 끼쳐요. 이를테면 기온과 수증기는 서로 영향을 주어요. 위의 동시에서처럼 ‘이슬’은 공기의 수증기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응결되어(수증기가 물로 바뀌어) 잎에 맺히는 현상이에요. ‘안개’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된 상태라는 점에서는 이슬과 비슷해요. 하지만 안개는 응결된 물방울이 잎에 맺히는 것이 아니라, 응결된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지표면 가까이에 희뿌옇게 떠 있는 현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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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날씨의 현상에는 비나 눈도 있어요. 그런데 비와 눈을 이야기하려면 구름부터 얘기해야 해요. 비와 눈은 구름에서 만들어지니까요. 구름은 햇볕에 가열된 바다와 육지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공중에 떠올라 하늘에서 응결하여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 상태로 무리 지어 떠 있는 현상이에요. 구름 속에서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서로 섞여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면 더 이상 떠 있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요. 그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이 지표면에 가까워지면서 주변 공기의 온도에 따라 비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해요.

비와 눈은 사람들뿐만 육지의 생물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날씨의 현상이에요. 가뭄이 지속될 때 넉넉하게 내리는 비는 단비가 되지만, 장마철에 너무 많이 내리는 비는 재난을 불러올 만큼 큰 피해를 주기도 해요. 또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은 큰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비닐하우스를 무너뜨릴 정도로 때때로 사람과 생물들을 힘들게 하지만, 첫눈 내리는 날이나 크리스마스에 지상을 새하얗게 덮는 함박눈은 사람들의 마음에 축복처럼 쌓여요. 이처럼 날씨와 우리 생활은 아주 가까운 관계예요.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윤병무 시인 ybm1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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