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붕괴’ 상도동 주민들 “가산동 ‘땅 꺼짐’ 남 일인 줄 알았는데…누굴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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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08. 오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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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안전 관련 민원 제기됐지만 제대로 조치 안해, ‘가산동 땅 꺼짐 사고’와 판박이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붕괴됐다. 상도동 주민 김모(40)씨의 남편이 사건 발생 직후 찍은 사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40)씨는 지난 6일 오후 11시30분 쯤 ‘쒸이익’하고 큰 철판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잠에서 깼다. 밖에 나가보니 김씨처럼 놀라서 나온 이웃 주민들이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시선을 옮기니 놀랍게도 집에서 8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었다. 건물을 지탱하던 땅이 무너진 것이다.

김씨는 “너무 놀라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혹시라도 건물이 무너져 우리 집을 덮칠까봐 남편과 매 시간마다 밖에 나가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발생한 가산동 땅 꺼짐 사고를 보면서 남 일인 줄 알았다. 유치원 옆 건물 공사 시 땅을 너무 깎는다고는 생각했지만 ‘구청 등 공무원들이 어련히 알아서 관리할까’ 싶었다. 이제 누굴 믿고 편히 잠들어야하나”고 토로했다.

‘가산동 땅 꺼짐’에 이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지반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졌다. 이전부터 균열 전조 증상이 보여 주민들이 안전 관련 민원을 구청에 넣었지만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산동 사고’와 판박이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작구청, 동작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1시22분 쯤 서울 동작구 공동주택 공사장의 땅이 꺼져 근처에 있는 4층짜리 상도유치원 건물이 5~10도 가량 기울어졌다. 이 공사현장은 땅을 파내고 축대를 세워둔 상태였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흙막이와 옹벽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늦은 밤에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도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는 122명이다. 동작구청은 주민 센터에 임시대피소를 마련해 근처 주민 50여명을 대피시켰다.

구청이 ‘추가 붕괴 가능성은 적다’고 공지했지만 주민들은 추가 피해를 우려한다. 사고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사는 승모(56)씨는 “아직도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사고가 밤에 발생해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곳에 없어서 다행이지, 낮에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전날 주민 센터로 대피한 54명은 한 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주변 숙박시설이나 친척집으로 옮겼다. 주민 센터에 아직 머무르고 있는 주민 A씨는 “몸이 너무 놀랐는지 몸살기가 있어 약을 먹었다. 귀가해도 된다고 했지만 못 믿겠어서 당분간 여기서 생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유치원 옆에 위치한 상도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무섭다’고 토로한다. 이날 상도유치원은 휴원했지만 상도초등학교는 정상 수업했다. 상도초등학교에 12살 난 딸을 보내고 있는 김모(41)씨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사이 거리가 있어 안전하다고 해 딸을 등교시켰지만 땅이 더 무너질까 내내 걱정했다”며 “아직까지 학교에서 공지가 없는데 다음 주에도 딸을 학교에 보내도 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역은 균열 전조증상이 보여 이전부터 민원이 제기돼왔던 곳으로 알려졌다. 상도동 주민 김모(37)씨는 “올해 초부터 주택 공사가 진행됐는데 유치원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왔다. 그러나 아무 조치가 없다가 이런 일 발생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상도유치원측은 지난 3월부터 ‘인근 공사 이후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며 수 차례 구청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 자체적으로 구조 안전진단 용역과 계약해 안전진단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관계자는 “유치원 측이 두 차례 안전점검 요청이 왔다. 3월에 요청 왔을 때 검토한 후 4월에 보완하라고 조치했었다. 또 다시 점검 요청이 들어와 보완 지시 띄운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 측이 요구한 도면 자료 등은 모두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동작구청 등은 이날 저녁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상도유치원 원생들을 위해 10일부터 상도초등학교에 돌봄 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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