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낯선 삶, 이질적 풍경이 그려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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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2.23.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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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딕 리포트’전에 선보이는 김승영의 설치 작품 ‘가장 푸른 눈’. 작가는 명상적인 ‘파란방’에 투명한 푸른빛이 감도는 남극의 이미지를 되살리면서 벽면에 남극 세종과학기지 부근의 만(灣)을 촬영한 대형 사진을 걸었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몽골 고비사막의 이동식주택 겔,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서 그리고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과 이란 산간 지방에서 4∼6명의 미술작가가 보름여 체류하며 작업했다. 현지 주민 및 작가들과 교류하는 현지의 작업 과정부터 이국에서 접하는 색다른 문화 체험의 감흥이 그들의 작품 속으로 들어섰다. 미술작가 대상으로 공동의 ‘이동식 작업실’이 차려진 곳은 접근이 어려운 오지였고, 나 홀로가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 생활이라는 점도 색달랐다.

개인적으로 방문이 어려운 이국 오지에 차려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해외 단기 레지던스에 참가해 따로 또 같이 작업했던 작가들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22일부터 4월15일까지 열리는 ‘노마딕 리포트 2012’전을 통해 현지 사람과 풍경을 포함해 이질적인 풍물과의 만남을 다양한 장르로 표현해 낸다. 낯선 시공간에서 이뤄진 작업의 결과들이 사진 영상의 형태로 기록되고 설치 작품을 통해 재현되는 등, 특정 장소에 정착하는 기존의 레지던스와는 차별화한 과정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동형 작업실에서 이뤄진 작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전시 제목도 ‘노마드’와 ‘레지던스’를 접목한 ‘노마딕’ 리포트다. 2007년부터 몽골예술위원회와의 문화 교류 사업으로 ‘고비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4회 행사로 몽골 외에 남극, 중국, 이란 등 네 곳에 각기 2주일간 작업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연말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찾았던 남극팀의 경우 사진 영상 위주로 “낮과 밤, 동서남북의 방향이 무의미했던 묘한 남극 체험”을 표출했다. 입구에 현지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린 기획자 김용민의 종이 드로잉이 줄지어 붙어 있고, 빙벽과 유빙이 녹아내리는 모습과 소리 및 뿌리 없이 광합성하는 특이 식물, 펭귄 무리 등을 담은 작품들이 작가들의 남극 체험기를 고스란히 전해 준다. “남극의 밤은 투명한 푸른 담요로 감싼 것 같다”는 작가 김승영은 ‘낮도 밤도 아닌 남극의 24시’를 파란방으로 재구성했고, 사진작가 박홍순은 세종기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은 만의 풍경을 흑백과 청색의 컬러 사진으로 대비시켜 담아냈다.

한편 일정한 도로 없이 사방이 길인 고비사막의 초원지대에서 작업한 몽골팀의 경우 이동 과정에서 수시로 접한 길 위의 동물 뼈 등을 비롯, 세 살짜리 양몰이 목동(牧童) 같은 인물 사진의 목록이 다채롭다. 중앙의 설치 작품은 삶과 죽음을 동일시하는 몽골인 특유의 생사관을 반영한 것들이다. 관 모양의 길쭉한 나무 상자들을 끈으로 연결한 이수영의 설치 작품 ‘풍장(風葬)’ 외에, 리금홍의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는 몽골 특유의 겔 형태로 지은 푸른색 비닐 소재의 집 속에선 성공과 부를 염원하는 현지인 인터뷰의 영상을 상영 중이다.

전시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몽골-남극팀의 작업을 공개하는 1부(3월14일까지)에 이어 2부(3월23일∼4월15일)에선 중국-이란팀의 작품이 발표된다. 몽골팀의 ‘찰나생찰나멸’전에는 박수진 기획으로 강소영릴릴, 리금홍, 손승현, 이수영, 홍현숙 등이, 김용민 기획의 남극팀 ‘살리다’전에는 광모, 김승영, 김주연, 박홍순, 조광희 등이 출품한다.

2부전에선 임종은 기획으로 중국팀의 ‘표류기’전과 고승현 기획으로 이란팀의 ‘페르시아의 바람’전이 이어진다. 2부전에는 중국팀의 김월식, 리경, 문형민, 장지아, 한계륜과 이란팀의 류신정, 유지숙, 전원길, 허강 등 국내 작가 외에 중국-이란 작가도 참여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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