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83. 박완서(朴婉緖)

입력 2017-08-25 13:09 수정 2017-10-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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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기억을 집합적 기억으로 통합해 전쟁체험 재구성

박완서(朴婉緖·1931~2011)는 1970년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응모에서 당선, 등단하였다. 경기도 개풍(개성)인 작가의 고향은 어린 시절 행복했던 ‘박적골’로 형상화되기도 하고, 5대에 걸친 개성상인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소설의 배경(‘미망’)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숙명여고를 나와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했으나 전쟁으로 다니지 못하였다. 1981년 ‘엄마의 말뚝’으로 이상문학상을, 1990년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박완서는 40세의 늦은 나이에 주부로 여성잡지를 통해 등단한 특이한 이력에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지닌 작가로 손꼽힌다. 박완서의 소설은 크게 전쟁체험을 다룬 자전적 소설과 중산층 도시 소시민의 속물성과 허위의식을 다룬 작품들, 여성문제를 다룬 소설 등으로 나뉜다.

중산층 도시 소시민의 삶을 다룬 소설로는 ‘지렁이 울음소리’,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포말의 집’, ‘닮은 방들’,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등을 들 수 있다. 주로 초기 작품에서는 중산층 생활양식의 변화와 속물성, 허위의식 등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 주력하였다.

특히 ‘휘청거리는 오후’(1977)에서는 초희, 우희, 말희 세 딸의 결혼을 통해 중산층 가정의 신분상승 욕망이 만들어내는 가족 갈등과 도덕적 붕괴 과정을 잘 포착하고 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는 전쟁기에 버린 여동생 오목(수인)을 또다시 버리는 언니 수지의 이야기를 통해 중산층 만들기의 배타성과 속물성을 냉정하게 파헤친다. 박완서의 중산층을 다룬 작품들은 타자에 대한 배제를 통해 중산층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

전쟁체험 소설로는 ‘나목’, ‘목마른 계절’, ‘엄마의 말뚝 1,2,3’,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이 있다. 증언의 문학, 집합적 기억의 기록 등으로 평가되는 전쟁체험 소설들은 자전적 소설인 등단작 ‘나목’ 이후 조금씩 변형되면서 다시 쓰기를 지속해나간다. 전쟁체험의 다시 쓰기는 박완서 글쓰기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좌우로 분리된 채 형제간에도 총을 들이대야 했던 한국전쟁을 ‘짐승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녀의 작품은 빨갱이콤플렉스에 갇혀 오랫동안 침묵해야 했던 짐승의 시간을 다시 쓰기라는 서사전략으로 재소환하고 재통합하고자 하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문제를 다룬 소설로는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이 있다. 여성문제 소설은 계몽성이 좀 더 앞선 작품들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198,90년대 페미니즘의 영향과 함께 박완서 소설의 독특한 현실의식, 균형감각 등을 보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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