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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품 번역하면서 친구 만난 것 같았어요"

송고시간2014-11-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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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수상자 엘렌 르브렝씨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제22회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엘렌 르브렝(79) 씨는 '한국문학 전도사'다.

프랑스 소르본대와 동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한 그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0년. 그 후 30년이 넘게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서정인의 '분열식' 등 한국 문학 작품을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 독자들에게 알려왔다.

대구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고려대, 서강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 서강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에는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설립했다. 작년에는 한국에서 프랑스 문화를 널리 알리면서 프랑스와 한국 간 교육분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불어로 번역해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뽑힌 그는 박완서 작가에 대해 "유머가 대단하다. 동시대를 예리하게 지적한 작가"라고 평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원작의 정서를 살린 등가 번역으로 독자적인 문학작품을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은 그는 "박완서 작품을 읽으면서 감수성이 통했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할 때 한 인간으로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계속 번역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불어판 제목은 'Hors les murs'(성벽 밖)이다.

그는 제목을 불어로 옮기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프랑스에는 싱아가 없어요.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에게 익숙한 식물 이름을 제목으로 먼저 생각했다가 작품에 나오는 싱아의 느낌이 아니어서 포기했어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요. 이 작품의 핵심이 억압된 제도로부터 벗어나 인간이 중심이 된 사회를 만드는 것인데 출판사와 상의해 '성벽 밖'이라는 제목을 선택했어요. 작품을 읽은 프랑스 독자로부터 한국을 가까운 세계로 느낄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큰 기쁨이었어요."

제22회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뽑힌 소설가 김원일의 작품 '노을'도 번역했다고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한류, 강남스타일을 아는데 박완서, 김원일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문학작품에서) 제가 느끼고 발견한 것을 프랑스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소원이 있다면 한국 문학과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번역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비에르 국제학교 이사장인 그는 "우리 학교 아이들을 (번역가로)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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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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