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가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는 등 본격적인 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확대 해석’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지만, 친문 진영에선 ‘의도가 무엇이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하고, 혜경궁 김씨가 지적한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며 김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김 씨 측 변호인은 지난 22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언급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는 경찰이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려면 우선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를 지적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것이고,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져야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는 것.


따라서 김 씨에 대한 범죄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진실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먼저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이 지사 역시 지난 24을 ‘친형 강제 입원’ 의혹 관련 검찰 출석을 앞두고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아내의 변호인으로서는 ‘자신(김혜경)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을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경선 당시 트위터 글을 이유로 제 아내에게 가해지는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더불어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법적으로 아내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확인해야 것은 필연적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 공세는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이간계라는 주장이다.


하태경 “대통령 ‘역린’ 건드려…이간계 아니라 결별 선언”


이 지사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정치권에선 ‘이간계가 아니라 현 정권과의 결별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대통령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 야당 선언”이라며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하 최고위원은 “대선 때 문준용 특혜 취업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저처럼 이 지사도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것”이라며 “이간계가 아니라 본인의 결별 선언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이 지사는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라며 “이 지사가 경찰은 진실이 아니라 권력의 편이라고 말할 때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건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측 “확대 해석”…홍영표 “이 시점에 왜, 의도가 무엇이냐”


하 최고위원의 이 같은 해석에 이 지사 측은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하태경 의원 본인 희망사항 같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 측은 확대해석이라고 했지만 친문계에선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한 자체에 대해 언짢은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은)결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아시겠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를 해서 아무 무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치적인 나쁜 의도로 시작된 의혹으로 실제로 몇 년 동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법원에서도 판결이 나왔다”며 “(이 지사가)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했다면 정말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홍준표 “이재명, 물귀신 행태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


이 지사 측은 아내의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비판은 ‘이간계’라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지사는 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준용 씨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을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번 경남지사를 할 때 경남FC와 성남FC가 동시에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처했는데, 그 때 이재명 시장이 과도하게 프로축구연맹을 공격한 일로 구단주 징계 대상에 오른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때 나는 이재명 시장과 동병상련하는 입장이었고, (이 시장이)법조 후배였기 때문에 이재명 시장 편을 들어 프로축구연맹을 같이 비판해 줬는데, 징계 대상에 올랐던 이 시장의 징계 심의 때 나를 걸고넘어지면서 ‘왜 홍준표는 징계하지 않고 나만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나아가 “여당 지사는 징계 않고 야당 시장인 자기만 징계한다고 나를 걸고넘어지면서 자기의 징계를 피하려고 한 것”이라며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운운을 보니 그때 일이 생각난다”고 탄식했다.


홍 전 대표는 “자기 문제에 부닥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자기를 도와준 사람도 같이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 행태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임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이번에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막장 인생의 막장 드라마를 지금 우리 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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