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이에요?"… 음료 빨대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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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10. 오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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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도 OUT… 종이·쌀 빨대 찾는 사람들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스테인리스 빨대와 대나무 빨대. /사진=김경은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일회용컵에 이어 플라스틱 빨대가 퇴출 수순을 밟는다.

환경부는 지난 4일 “2027년까지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로(0)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적으로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 플라스틱 컵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 사용량이 늘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빨대 하나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0년. 분해되지 않은 빨대는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킨다. 특히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남아 해양생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그 피해는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에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빨대 종말을 선언하는 추세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단계적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라스틱 빨대의 종말과 함께 환경에 미치지 않는 대안 빨대가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무엇으로 대체할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도입한 종이빨대. /사진=임한별 기자

① 종이빨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대안빨대는 종이빨대다. 종이로 만들어진 만큼 분해가 빨라 환경오염이 적다. 다만 수분에 약해 음료에 오래 담가두면 흐물흐물해지는 단점이 있다. 원가는 플라스틱 빨대(개당 3원)의 1.5배로 대안 빨대 가운데 저렴한 편이다.

이미 국내 커피전문점 곳곳에서는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늘(10일)부터 일부 매장에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 두달여간 시범 적용한 후 전국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 스타벅스가 대안 빨대 사용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다른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② 다회용 빨대= 재사용 가능한 빨대도 수요가 늘고 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처럼 빨대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에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대나무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런 빨대는 단단한 데다 다시 쓸 수 있어 인기다.

단 빨대 입구가 좁아 전용 세척 솔을 이용하더라도 씻기가 번거롭다. 또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 주문시 무료로 제공하기에는 고가의 제품이다. 현재 온라인쇼핑몰에서 스테인리스와 유리 빨대는 개당 3000~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쌀 빨대. /사진=연지곤지 제공

③ 식용빨대= 먹을 수 있는 빨대도 나왔다. 식용빨대는 대개 100~150일이면 자연분해되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 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거나 땅에 뿌리면 된다.

국내에서는 일부 외식업체에서 쌀 빨대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쌀과 타피오카(열대작물 카사바의 뿌리)의 전분을 섞어 만든 빨대다. 찬물에서는 4~10시간, 뜨거운 물에서는 2~3시간 정도 형태가 유지된 뒤 분해된다.

먹는 것도 분해방법이 된다. 쌀 빨대는 HACCP(식품 안전관리 인증 기준) 인증을 받아 먹어도 되는 빨대다. 있는 그대로의 빨대를 씹으면 누룽지 맛이 나고 끓는 물에 데치면 파스타처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쌀 빨대 가격은 개당 15원으로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5배나 비싸다. 하지만 국내외 유명 외식업체와 호텔 체인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빨대를 만든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는 “국내외 식음료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조만간 대형마트나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빨대가 등장했다. 대만 벤처기업 ‘100% 식(植)’은 사탕수수에서 당분을 짜고 남은 찌꺼기 섬유질로 친환경 빨대를 만들었다. 이 빨대는 흙에서 3개월 정도면 자연분해된다.

이밖에도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를 도입했다. 이는 컵 뚜껑을 볼록하게 만들어 입을 대고 마실 수 있게 한 방법이다. 매장 내 빨대 거치대도 없애고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빨대를 제공한다.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에서 도입한 드링킹리드. 빨대가 없어도 컵 뚜껑의 볼록한 부분을 통해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사진=엔젤리너스 제공

◆공급자‧소비자 모두 “좋아요”

대안 빨대는 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다회용 빨대의 경우 세척하거나 휴대하기가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에서는 대안빨대를 사용하는 카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성수동 카페 ‘퍼슨비’는 매장 내에서 유리빨대를 사용한다. 테이크아웃 시에는 고객이 요구할 경우에 한해 종이빨대를 제공한다.

카페 관리자 이미영씨(38)는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없다는 방침에 주문을 하다가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안빨대를 신기해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종이빨대의 단가가 세긴 하지만 빨대 사용 자체를 제한하다보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때보다 소비량이 줄어 비용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성수동 카페 '퍼슨비'에 있는 안내문. '빨대가 필요하신 분께는 종이 빨대를 제공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사진=김경은 기자

인근 카페 ‘트와블루’에서는 지난달 매장 내 일회용 컵 규제가 실시되면서 플라스틱 빨대도 함께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매장에 종이빨대를 들여왔다. 카페 직원은 “일회용 컵 규제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하니 손님들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카페 고객들도 순응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육하은씨(25)는 “익숙하지 않은 촉감에 당황스럽다”며 종이빨대 첫 이용 소감을 전했다. 이어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힘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음료를 마시기 불편하다”면서도 “전세계적 이슈인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이런 카페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수동 카페 '트와블루'에서 사용 중인 종이빨대. /사진=김경은 기자

일부 소비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빨대 사용에 나선다. 다회용 빨대 등을 구매해 휴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회용품 제로 식료품점인 ‘더 피커’에 따르면 지난 봄 재활용품 대란 이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스테인리스 빨대와 대나무 빨대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일회용 컵 사용이 전면 규제된 이후에는 그 판매량이 30~40% 급증했다.

홍지선 더피커 공동대표는 “매장에서 음료나 식사를 주문하면 대나무 빨대를 제공한다”며 “‘젓가락이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생소한 제품이지만 써본 후 만족스러워하며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회용품 제로 식료품점에서 판매 중인 대안빨대. /사진=김경은 기자

정부가 일회용 컵 규제에 이어 플라스틱 제로화를 선언하며 곳곳에서 ‘녹색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빨대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종이나 대나무 등 자연친화적인 빨대를 쓰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종이빨대 등 대체재가 비싼 것은 보편화되지 않아서”라며 “수요가 많아지면 단가가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시민의 반발 속에 시작한 일회용 컵 규제가 정착되고 있는 것처럼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가 나서면 빨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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