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한 인권들에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려 어떠한 권리가 필요했는지가 드러난다. 그래서 인권의 본질은 행복할 권리이다. 한국헌법은 “모든 국민은 (중략)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10조)고 정하고 있고, 일본헌법도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는 (중략) 입법과 그 밖의 국정에서 최대한 존중 된다”(13조)고 밝히고 있다. 행복을 위해 자유권을 탄생시킨 문서가 1776년 미국 버지니아 권리장전과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이다. 당시 신흥세력 부르주아가 추구한 행복은 국가로부터 자유, 국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였다.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 자유권이 이런 자유다. 그런데 자유를 가진 일부 자본가들이 부를 집중시키면서 대다수 노동자는 굶주리는 시대가 시작됐다. 이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려 새로운 인권을 요구했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 그 결과다.
바이마르 헌법은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선언하고 경제적 자유도 제한했다. “경제생활 질서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고 정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이런 한계 안에서 보장된다.”(151조1항) 공공의 복지를 위해 소유권과 재산권도 제한했다. “소유권은 의무가 따른다. 소유권 행사는 공공의 복지에 도움이 돼야 한다.”(153조3항). 그 밖에 노동력 보호(157조), 노동자 단결권 보장(159조)을 인정했다. 이러한 인권들은 이전까지 있던 국가로부터의 자유권과 달랐다. 인권 보장에 필요한 정책, 재화와 서비스 제공을 적극적으로 국가에 요구했다. 이 바이마르 헌법은 한국헌법과 일본헌법에 계승됐고 세계 주요국 헌법에서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
인권이라면 뭐든 맘대로 가능한 걸로 오해도 한다. 그렇지 않다. 자유권조차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18세기 프랑스 인권선언도 자유의 한계를 인정해 “자유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4조)고 했다. 인권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 욕구에 맞춰 새로 탄생한다. 인권은 진화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새로운 행복을 추구하고 새로운 인권을 탄생시킬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항상 한계가 따른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행복추구에는 경제적 자유권과 재산권 보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제한의 자유는 사회 갈등을 만들고 사회 전체 재산을 감소시켰다. 오히려 경제적 자유권과 재산권을 일정 한도에서 제한하고 생존권, 노동권, 교육권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다. 생산능력과 구매능력이 높아지고 시장확대와 경제성장도 가능해졌다. 이웃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
배훈 | 일본변호사·재일코리안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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