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로 유혹…6개월새 보이스피싱 45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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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적 보이스피싱 기승 … 경제력 갖춘 40~50대 노렸다

올 상반기 429건 범죄 발생… 작년 1년 353건·34억보다 많아
대포통장·중고물품 거래 사기 연루 몰아 협박 등 수법 진화
중·장년층 피해 58% 가장 많아 … 1억원 넘게 뺏긴 피해자도


지난달 27일 대학생 A(27)씨는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소개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 남성은 A씨의 통장이 불법자금세탁에 사용됐다며 금융감독원이 돈을 보관한 뒤 돌려주겠다고 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으나 남성이 법률용어와 전문기관명은 물론 자신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읊으며 회유와 처벌 협박을 이어나가자 불안감이 들었다. 결국 A씨는 경기 남양주까지 찾아가 6,300만원을 건넸다.

회사원 B(48)씨는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신상정보 등을 취했으니 이를 지우려면 비트코인(암호화폐)을 보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틀 내로 비트코인을 보내지 않으면 SNS에 저장된 연락처에 신상정보를 뿌리겠다는 협박이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해당 메일을 받았다는 피해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존 범죄에 속임수를 더해가며 더욱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지능화=2000년대 등장한 초창기 보이스피싱은 수사기관을 사칭해 현금인출기로 유도, 돈을 송금시키는 등 수법이 매우 단순했다. 이후 전화 사기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자 악성코드를 심는 스미싱, 가짜 사이트에 금융정보 입력을 유도하는 파밍이 등장했다. 기관 사칭 외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도 나왔다.

3~4년 전부터는 대면접촉형 보이스피싱이 유행했다. 정부의 지연인출제 등을 피하려 전화로 피해자를 꾀어내 직접 만나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콜센터, 수금책, 전달책, 송금책 등의 역할이 나뉘며 범죄가 조직화됐다. 2016년은 냉장고에 돈을 보관하게 하고 훔쳐가는 침입절도형 수법이 도내에서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현장 검거가 잇따르자 최근에는 전화를 이용한 전통적인 수법이 돌아왔다. 기관 사칭보다 저금리 대출로 유혹하는 대출사기형이 수 년간 큰 폭으로 늘었다. 대포통장, 중고물품 거래 사기 연루 등으로 몰아 협박하거나 암호화폐 등을 요구하며 범죄 흔적을 줄이는 수법도 있다.

■올 상반기 45억원 피해=도내에서는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429건의 보이스피싱 범죄로 45억원의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년 동안 기록한 353건, 34억원보다도 더 많다. 주요 범죄 타깃은 경제력을 갖춘 40~50대 중·장년층으로 251명(58.5%)이 피해를 입었다. 오히려 보이스피싱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60대 이상 고령 피해자는 49명(11.4%)으로 20, 30대 129명(30.1%)보다 적었다. 1,000만원 이상 고액 피해를 본 사람은 121명으로 28.2%다. 1억원이 넘는 돈을 뺏긴 피해자도 1명 있었다.

최근 5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도내 피해자는 2,419명, 이들이 뺏긴 금액은 199억원에 달한다. 5,000만원 이상 큰 피해를 본 사람은 29명이다.

범죄 유형은 대출사기형 피해가 1,876명으로 기관사칭형 543명을 압도했다. 2014년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은 전체의 74%였으나 올해는 81%까지 늘었다. 보이스피싱이 급증하자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달 수사인력을 보강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법이 지능화될수록 수사기관도 전문 수사팀을 두는 등 검거 역량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정윤호·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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