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화식 숯불 VS 가스착화식 숯불..그릴링, 무엇이 정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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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기 중국 송나라 태조가 설야에 진(晉)을 찾아가니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는 정설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너비아니를 같은 방식으로 구워먹었다.

정확한 문헌은 남아 있지 않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 대표 육류요리인 불고기의 시작은 직화(直火)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어쩌면 현재 고기구이 문화에서 불맛에 대한 현대인의 니즈는 아주 오래된, 원론적인 습관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경우는 다르다. 보통 양념육이나 소고기생구이가 아닌 이상 지금까지 돼지고기를 참숯불에 직화 방식으로 구워먹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1980~1990년대에는 넓적한 불판에 알루미늄호일을 깔고 그 위에 얇게 썬 냉동고기를 과자처럼 바싹 익혀 먹는 것을 최고로 쳤다. 허름한 정육식당들이 활개를 펼쳤던 시기다.

그 후 가마솥 모양의 큼직한 돌판에 김치와 삼겹살, 온갖 채소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구워먹는 ‘종합구이세트’식이 유행했고 한때는 짚불삼겹살과 와인이나 된장에 숙성시킨 (당시만 해도)이색적인 삼겹살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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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최근 돼지고기 구이문화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 발전해가고 있다. 하나는 불맛에 대한 한국인의 근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직화식 숯불과, 숯불은 사용하되 막혀있는 상태에서 코팅된 불판을 사용해 가스착화식으로 열을 가해 고기를 굽는 가스착화식 숯불이다.

이때 돼지고기는 주로 2~3cm 이상의 두께로 두툼하게 썰어 스테이크처럼 구워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그릴링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서민형 육류로 통했던 삼겹살이 고급화돼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활활 타는 숯불의 매력, 임팩트 있는 맛으로 승부 ‘직화식 숯불’
뜨겁게 예열된 참숯불에는 주로 소고기를 올려 구워먹는 게 정석이었다. 강한 화력으로 고기를 빠른 시간 안에 익혀 먹어야 부드러운 육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숯불직화 방식이 돼지고기에도 똑같이 적용된 건 돼지 원육의 품질이 업그레이드되면서부터다. 2~3cm의 두툼한 스테이크형 삼겹살·목살의 육질과 육즙을 2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그릴링 방식이 필요했다.

숯불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육즙의 저장성이다. 강력한 숯불이 겉면을 단시간 내 익혀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럽게’의 표준 공식이 직화방식을 통해 성립하는 것이다. 플러스알파로 불맛까지 가미돼 고기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직화로 구운 돼지생고기는 일반 불판에 구웠을 때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탱글거리는 식감이 뛰어나다. 씹을수록 육즙이 진하게 배어나와 고소한 맛이 입안에 진하게 남는다.

활활 타는 큼직한 숯불화로 또한 임팩트 있다. 기름진 고기를 올렸을 때 ‘치익’하는 소리와 연기를 폴폴 내며 익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술맛 당기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연기 자욱한 곳에서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을 집게로 훌훌 뒤집어가며 술과 함께 먹는 재미도 무시 못 할 중요 요소다.

임팩트 있는 강력한 한 방을 원한다면 직화식 숯불을 추천한다.
그러나 그만큼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은 감안하길. 숯에 불붙이는 일부터 숯 장착, 그리고 불판을 수시로 교체해주는 일까지 일반 불판을 사용했을 때보다 1.5배 이상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 원육 본연의 참맛을 제대로 즐기는 비결? ‘가스착화식 숯불’
가스착화 방식의 경우 숯불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직화방식과 같지만, 불판은 구멍 송송 뚫린 구리·석쇠판 대신 코팅형의 막힌불판을 사용한다.

숯불이 고기에 직접적으로 닿는 면적이 거의 없는데도 굳이 비싼 숯불을 사용하는 이유는 어떤 종류의 열을 가했느냐에 따라 돼지고기의 풍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

좋은 불을 사용할수록 고기의 느끼한 맛이 덜하고 돼지고기 본연의 맛 최적화된 상태에서 구이를 즐길 수 있다.

가스착화식은 예열된 숯불에 가스로 불을 붙여 불판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단 시간에 230℃ 이상까지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방식 역시 고기를 단시간 내 익힐 수 있다.

숯불이 고기에 직접 닿는 면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스착화식으로 구웠을 때 불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돼지고기 본연의 고소한 풍미와 육질을 느끼는 데는 이편이 좋다.

불맛이라는 제3의 요소를 배제하기 때문에 오로지 고기 자체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오히려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육일수록 직화보다는 가스착화식이 나을 수도 있다. 또한 즉석에서 불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선 훨씬 편리하다.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육도락> 권지효 대표는 “고기 맛은 직화식 숯불로 구웠을 때 확실히 임팩트 있다. 그러나 불판에 조금만 오래 둬도 고기가 금방 말라 퍽퍽해진다. 그러나 가스착화식은 오랜 시간 온도를 유지하며 고기를 천천히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삼겹살 문화가 많이 고급화됐지만, 서민형 먹거리의 본질은 같다고 본다. 천천히 구우면서 얘기도 나누고 소주도 한잔 하기에는 가스착화식이 낫다”고 설명한다.

◇ 매장 콘셉트·특성에 따른 그릴링 방식 선택해야…
정답은 없다. 단 각각의 장단점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내 업소와 얼마만큼 잘 맞는 그릴링 방식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리하자면 직화방식은 활활 타오르는 연기와 고기 익는 소리, 그리고 ‘불맛 작렬’하는 고기 맛에 확실한 임팩트가 있다. 그러나 불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고기가 쉽게 타고 제때 불판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심지어 그릴링 서비스 관리가 안 되는 고깃집은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고기가 다 타버렸다’는 컴플레인을 받기 십상이다. 직화만의 강력한 한 방을 구현하려면 그만큼의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가스착화식 숯불은 직화방식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그러나 은은한 돼지고기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다른 요소 없이 오로지 불판의 열로만 고기를 익히기 때문에 신선하고 좋은 고기일수록 그 본연의 맛을 잘 끌어낼 수 있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고기 맛을 즐기기에 탁월한 시스템이다.

생생한 분위기에서 직화구이와 술 한잔하는 분위기를 따라갈 것인지 가족외식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숯불화로의 강력한 한 방인지 돼지고기의 은은한 참맛인지. 선택은 업주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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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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