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앰한나이’ 쿨하게 인정하자

입력 2014-10-22 15:01 수정 2014-10-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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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기자

계절 별미 과메기가 특급택배로 왔다. 과메기의 본고장 경북 포항 구룡포 해안의 덕장 사진과 ‘맛있게 먹고 젊어지세’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였다. 이맘때면 첫 출하된 영양 덩어리를 보내 주시는 경북매일 선배의 정에 진한 감동을 받곤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아 윤기 흐르는 과메기를 혼자 먹기 아까워 광화문의 한 식당에 풀었다. 배추에 미역, 김을 깔고 과메기 한 점을 고추장에 푹 찍어 올린 후 파, 마늘을 얹어 소주와 함께 마시니 푸른 바다가 목으로 넘어갔다.

취기가 오를 무렵 지인 둘이 목소리를 높였다. ‘앰한나이’ 때문이었다. 빠른 1969년생이 68년생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건넨 말에 68년생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12월 30일생과 다음해 1월 2일생의 감정 다툼은 지인들의 반강제적 러브샷으로 정리됐지만 앰한나이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서열의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31일생은 태어나자마자 한 살, 해가 바뀌는 다음 날 두 살이 된다. 이처럼 연말에 태어나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살을 더 먹게 된 경우 ‘앰한나이’라고 한다. ‘애매하다’의 준말 ‘앰하다’와 ‘나이’가 합쳐진 한 단어로 붙여 써야 한다. ‘앰한나이’ 또한 햇수 나이이므로 ‘세는나이’에 해당된다. ‘세는나이’도 하나의 명사이므로 띄어 쓰면 안 된다. 종종 ‘엄한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엄하다’는 ‘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철저하다’는 의미의 형용사로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즉, 엄한나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나이와 관련해 일반인은 물론 방송과 언론에서조차 자주 실수하는 말로 ‘터울’이 있다. 터울은 형제간의 나이 차이를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사전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라고 풀이한다. 즉, ‘터울’은 어머니가 같은 자식 간의 나이 차이를 나타낼 때만 쓸 수 있다. “대학 1년 선후배다. 나이는 두 살 터울이다. 그럼에도 친구처럼 지낸다. LG 신인 주지훈(201cm, F)과 최승욱(192cm, G)이 그렇다.” 최근 모 스포츠전문지에 게재된 기사의 일부다. 사촌 간이나 심지어 이복형제 사이에도 쓸 수 없는 ‘터울’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사이에 쓴 오류다. 이 경우 ‘두 살 터울이다’를 ‘2년 차이가 난다’ 등으로 고쳐야 올바르다.

나이와 관련된 단어 선택은 조심스럽다. 무심결에 하는 얘기 중 뜻을 정확히 모르고 던진 말이 큰 결례가 되는 표현도 적지 않다. 바로 ‘연배(年輩)’가 대표적인 예다. ‘연배’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의 무리’로, 표준국어사전에 ‘비슷한 또래의 나이 또는 그런 사람’, ‘일정한 정도에 도달한 나이’로 나와 있다. 따라서 “제 연배이신 것 같은데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처럼 선배나 연장자를 뜻하는 말로는 절대 쓸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자는 마흔은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어떤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 하여 ‘불혹(不惑)’이라고 칭했다. 또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知天命) 쉰의 나이를 건너뛰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될 이순(耳順)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공자에게만 해당되는가 보다. 세상엔 그렇지 못한 사람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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