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대여 즉각 중지하라"

2018-09-18 11:29:53 게재

시민단체·정치권 "공매도세력의 실탄으로 이용 … 주식시장 침체 야기"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도 주식대여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자산이 공매도세력의 실탄으로 이용되며 주가를 하락시켜 결과적으로 주식시장 침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법개정과 주식대여액 회수 주장 등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에 참여한 인원은 18일 오전 현재 4만8000명을 넘어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매도개선을위한주주연대와 희망나눔주주연대 등 회원들이 17일 국민연금 대토론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앞에서 '국민연금 주식대여 중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수수료 장사 '소탐대실' … '가처분 신청' 검토" = 1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린 광화문 KT스퀘어 앞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매도개선을 위한 주주연대, 희망나눔 주주연대 공동주최로 국민연금 주식대여 규탄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게 주식을 대여해 국민과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과정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비롯해 자유발언과 결의문 낭독과 공연 등이 이어졌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현행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는 공매도세력의 실탄으로 이용되어 주가를 하락시키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해치는 범법행위이자 이적행위그 자체"라면서 "국민연금은 주식대여제도를 즉각 금지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주주연대는 지난주 감사원에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 등을 촉구하는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며 '앞으로는 법원에 '국민연금 주식대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은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이 나아가야 할 바를 망각한 소탐대실"이라며 "국민연금은 연기금의 역할 및 운용 방식, 불법 공매도 문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난 7월 국민연금공단에 '주식대여와 무차입 공매도에 관한 공개질의와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 국내주식과 채권 대여수익으로 259억원을 벌어 연금 재정에 충당해 국내 경제에 이득이 된다"며 "공매도 잔고 상위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현황 및 대차현황, 배당수익 및 지분평가액 등의 수익률 관련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의 수수료 장사는 시장 거래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폭탄이 돼 떨어지고 불법 공매도가 판을 치게 만들어 주식시장 침체를 불러오게 된다"며 "수수료 수익을 조금 얻고자 하는 주식 대여는 악성 공매도 세력에게 활용되어 주가가 내려가게 되고, 국민연금 또한 손절매 규정에 의해 매도해 국민 노후자산이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도 주식 대여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일본의 공적연금(GPI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공매도나 대여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국회에는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를 금지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에 의해 발의된 후 계류 중이다.

권 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우리 주식시장이 신뢰를 잃어, 개인투자자들이 떠난다면, 필연적으로 주식시장의 침체가 발생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자본시장 허용 제도하에서 운용 중" = 한편 이날 오후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도 국민연금 주식대여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현재 주식대여는 자본시장에 허용하는 제도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장은 "현재 국민연금이 전체 대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으로 낮은 비중"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하락시키는 원흉이라는 지적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또 주식대여 문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통해 얻는 이익은 매년 130억원이고 10년이면 1300억원"이라며 "국민연금은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의 수익을 제고하는 것이며, 선량한 관리자의 입장에서 1300억원의 이익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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