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답방 펑크… 김정은, 온다면 11월말~12월초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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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0. 오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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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南北정상회담] 北 최고지도자 첫 방한 성사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답방(答訪) 형식으로, 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6·25 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 땅을 밟은 적은 없다. '서울 회담'이 성사되면 그 자체로 상당한 반향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1월 말~12월 초 방남 유력

김정은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백화원 초대소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나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올 11월 말~12월 초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대북 소식통은 "10월에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있고 준비 시간도 부족하다"며 "또 12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기일(12월 17일)이 있어 김정은이 북한을 비우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날 합의된 사안들이 이행되는지 지켜본 뒤 서울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루 더 있다 가라고? 北, 표지석 날짜 표기 실수 - 문재인(왼쪽 둘째) 대통령이 19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 남측에서 가져간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북한 최룡해(오른쪽 맨 앞)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표지석을 덮은 천을 걷어내고 있다. 표지석 문구에 날짜가 ‘2018.9.18~21일’로 돼 있자 “문 대통령 일정이 하루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으나 북한 측 실수라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꽃이 황금색 꽃이라 나무 말이 ‘번영’”이라고 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이 서울을 찾게 되면 정상회담은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행사는 창덕궁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처럼 김정은이 서울시내 투어를 하거나 한국 내 산업시설을 둘러보는 깜짝 이벤트가 마련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준비한 공연을 함께 관람할 가능성도 크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김정은과 함께 예술단을 이끌고 방남해 우리 공연자들과 합주를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동행도 확실시된다. 숙소는 김여정·김영남이 지난 2월 방남 때 묵었던 워커힐호텔이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용했던 신라호텔, 청와대와 담을 사이에 둔 국무총리 서울 공관(公館)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북한 최고지도자 방남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때도 합의됐으나 무산됐다. 2007년 정상회담 합의문인 '10·4 선언'엔 "남북은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만 했을 뿐 답방 부분은 명시되지 않았다.

◇'최고 수준' 경호… 보수층 반감 클 듯





이날 합의대로 김정은이 올 연말 서울을 찾는다면 최고 수준의 경비·경호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경호 당국은 김정은에게 국가원수급 경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요인(要人) 경호를 담당하는 대통령 경호처와 군·경찰 등 관계기관도 총동원될 예정이다.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정부는 최고 수준의 경호를 제공했었다. 정부는 당시 김영철이 묵은 호텔을 봉쇄했고, 김영철이 평창으로 이동할 때는 특별 열차를 편성했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에 대한 보수층이나 실향민들의 반감(反感)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 비판 활동을 꾸준히 해 온 북한 인권 단체나 보수 성향 단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동선 주변에서 시위를 열고 경찰 등 경호 관계자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영철 방남 때도 보수 단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김영철 방한 규탄 집회'를 줄이어 열고 '김영철 방남 반대'를 외쳤다. 김정은이 서울 외 지역까지 둘러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호 당국은 그의 방남 기간에 전국 경찰력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에 동행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와 얘기했는데 (김정은의) 서울 방문에 대해서 주변에서 전부 다 반대를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었는데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민석 기자 seok@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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