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서 맞잡은 손 들어올린 文·金…"이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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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0. 오후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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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동행 여정 스케치
6시40분께 숙소나선 文대통령
공군2호기·차량 갈아타고 도착
"우리땅으로 못오나 했는데…
이제야 소원이 이뤄졌다"
文 "함께 손 들어올려야겠다"
金 "제가 사진 찍어 드릴까요"
리설주 "새 전설 생겼습니다"
장군봉·천지 오가며 화기애애
대통령 코트·한라산물 준비
백두산행 사전에 기획한 듯


◆ 평양 남북정상회담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백두산 천지 물을 생수병에 담고 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미리 한라산 물을 담아가 반을 천지에 붓고 다시 천지 물로 채웠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았던 백두산 방문의 꿈을 이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성사된 남북 정상의 백두산 천지 공동 방문으로 양 정상은 신뢰와 우의를 다지며 2박3일간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천지에서 김 위원장에게 "나는 중국으로 (백두산에)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북한 땅을 통한 백두산 방문이라는 자신의 소원을 이뤄준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 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다.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될 것"이라며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을 올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두산을 방문하기 위해 오전 6시 39분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나서 오전 7시 27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했다. 전날 5·1경기장에서 공연 관람 종료 시간이 오후 10시 34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내외의 수면시간은 많아야 4시간 정도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버킷리스트인 백두산 방문을 위해 피곤을 무릅쓰고 이른 아침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대통령을 태운 공군2호기는 약 380㎞를 날아 오전 8시 20분 백두산 인근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삼지연공항 활주로 사정상 몸집이 작은 공군2호기가 문 대통령을 날랐다. 문 대통령은 미리 도착해 있던 김 위원장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지난 18일 순안국제공항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의장대를 사열하고 북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다가가자 "원수님" "조국통일"을 연호하던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남북 정상 내외는 오전 8시 30분 각각 차량에 탑승해 육로로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을 향해 출발했다. 삼지연공항에서 장군봉까지의 거리는 약 20㎞로 멀지 않지만, 도로 사정 때문에 양 정상은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 30분께 장군봉에 도착했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는 남북 정상 내외를 위한 의자 4개와 티테이블이 배치돼 있었지만, 이들은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이동해 담소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선 천지를 못 내려가지만,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인 리설주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거들자, 김 위원장이 다시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라고 하는 등 북측 정상 부부가 앞다퉈 백두산 소개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천지 수심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리 여사는 "325m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은데, 오늘은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했다. 양 정상은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 위원장이 "(천지로) 내려가면 (오히려 천지가) 잘 안 보인다. 여기가 제일 천지를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을 찍는 게 어떻겠냐"며 먼저 사진 촬영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사진 촬영을 하며 "여긴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며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들어 올리자, 주변 남북 수행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또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며 직접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섰다. 이날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에 함께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도 양 정상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등반에 동행한 기업인들도 점퍼 차림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남측에선 연내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이번 백두산 방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한라산 방문 일정을 잡아야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도 "어제와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 내외와 남측 수행원들은 백두산 등반을 예상한 듯 코트와 패딩 점퍼 등을 입고 일정에 나섰다. 청와대 측은 "백두산 일정은 사전에 전혀 예정돼 있지 않았고, 문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한 뒤 김 위원장이 제안했다"고 했지만, 이들의 복장과 김 여사가 미리 한라산 물을 떠간 점을 들어 백두산 일정에 대한 남북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평양공동취재단 / 매경특별취재팀 = 이진명 차장 / 안두원 기자 / 강계만 기자 / 김성훈 기자 / 오수현 기자 / 강봉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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