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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칠불암 큰 스님은
지독한 노린내 나는
자린고비 스님…  
 
노 보살 실수로
하수구에 흘린 밥알들을
몰래 주워서 씻어 드시듯이,
 
귀머거리 머슴 중이
너무 크게 울려서
분수처럼 솟구쳐서
흩어지는 종소리까지
큰 스님 아깝다시며,
 
잘 씻은 김칫독을
종루 밑에 묻어놔서, 
삼백육십오일 
볍씨처럼 흩어진 종소리들...
 
매일 매일 메아리처럼
되돌아와서 찰랑찰랑
은전처럼 소리 항아리에 모인다네.
 
2.
칠불암 큰 스님은
지독한 노린내 나는
자린고비 스님…
 
대웅전 처마 밑에
짭쪼롬한 바다냄새 풍기는
목어 한 마리 매달아 놓으시고,
 
하늘 한번 쳐다 보고
산 공기 한 모금 깊이 마시고,
목어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절집 살림 살이
이만하면 차고 넘친다고,
화살 같은 시주는
절대 받지 않는다네. 
 
3.
칠불암 큰 스님은
지독한 노린내 나는
자린고비 스님...
 
비바람 부는 팔십년
은산철벽의 세월을
풍화처럼 다 헤어진 승복 한벌로 버티신다네
 
그래도 아직 걸레가 되긴
너무 아깝다고
누덕누덕 기워 입고
오늘도 탁발 나가셨다네. 
 
4.
귀머거리 머슴 중은
배고픈 건 참아도
허기진 잠은 못 참는다고
늘어지게 모처럼 낮잠에 빠져들고...
 
절집에 살러 온지 
석삼년 된 개구장이 같은
흰둥이 녀석은 
꼭 큰 스님 안 계시면,
 
범종 밑에 시나브로
쟁여 둔 종소리
멍멍멍 짖어대며
천파 만파 깨워서
 
큰 스님 돌아오기 전에
새떼처럼 푸득푸득
멀리 멀리 날려 보낸다네.
 

덧붙이는 글 | 소리 항아리; 종루 밑 바닥에 공명(共鳴)의 항아리를 말함, 종소리가 울려 떨어지는 소리를 담아낸 뒤 이를 다시 받아 울리는 효과가 있다.


태그:#소리 항아리, #칠불암, #큰 스님, #자린고비,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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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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