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진짜 힘은? 하안거에 든 충주 석종사 재가자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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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3개월 동안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선원에서 집중수행하는 불교계 하안거가 진행 중이다. 스님만이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안거에 든다. 충주 석종사의 재가불자 선원인 ‘보월선원’ 선방 댓돌 위에 수행자들의 흰 고무신이 놓여있다.

여름 3개월 동안 외부와 출입을 끊고 선원에서 집중수행하는 불교계 하안거철이다. 하안거와 겨울 동안거 때면 전국 선방 안팎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엄정한 규칙 아래 안거에 든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열의 때문이다. 밖에서 문을 걸어잠근채 홀로 용맹정진하는 무문관은 경외심마저 들게한다.

스님들의 선원인 ‘금봉선원’은 여느 선원들처럼 출입을 제한한다..

올해 하안거가 8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단 일부 스님들의 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종단 안팎이 부산스러운 때다. 종단 개혁과 청정승가 구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와중에 올 하안거에는 전국 90여개 비구·비구니 선원에 2000여명의 스님이 참여했다. 예년과 비슷한 숫자다.

스님만이 아니다. 재가불자들도 안거에 들었다. 머리 깎고 승복은 입었지만 공부하지 않는 스님들에게 장군죽비를 내리치는 것이다. 안거에 든 스님과 재가불자들은 제대로된 수행이야 말로 청정승가의 바탕이라 여긴다. 1700여년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진짜 힘이라 믿는 듯하다.

재가불자들의 안거는 일부 사찰, 도심속 선방에서 ‘재가자선원’ ‘일반선원’ ‘시민선원’ 등의 이름 아래 여름·겨울철에 진행된다. 불자들의 수행 열기도 스님만큼 치열하다. 승가는 스님만이 아니라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재가불자들이 하안거 중인 보월선원 전경.

최근 충주 금봉산 자락의 석종사 선원을 찾았다. 선승으로 손꼽히는 혜국스님(70)이 선원장으로 주석하는 곳이다. 석종사에는 스님들의 ‘금봉선원’, 재가불자들 안거처 ‘보월선원’이 있다.

금봉선원 아래에 자리한 보월선원도 금봉선원처럼 안거철 출입이 제한된다. 댓돌마다에 놓인 흰 고무신들로 정갈한 선방, 그 방안의 맑고 향기로운 수행자를 떠올린다. 혜국 선원장은 “출가자가 스물 여덟분, 재가자 구십여분이 안거에 들었다”며 “재가자도 간화선(화두를 잡고 하는 참선 수행)을 한다”고 밝혔다.

대문 너머로 스님들의 선원인 금봉선원이 자리하고 있다.

재가자 안거는 예상보다 치열했다. 하루 10시간여 참선수행하는 엄격한 일과다. 보월선원의 ‘2018 무술년 하안거 정진 시간표’는 극히 간단했다. 새벽 3시 하루를 시작해 입선(참선수행에 들어감)과 방선(수행을 잠시 쉼), 예불, 공양이 전부다. 입선만 새벽, 오전과 오후, 저녁 4차례다. 공동생활이다 보니 선원 기강을 담당하는 입승, 차를 맡은 다각, 쉼터인 지대방 관리 등 수행자 각자가 소임도 맡았다.

수행 점검도 이뤄진다. 오른손가락 3개를 소지공양하며 수행한 혜국스님이 격려와 질책의 소참법문을 한다. 수행자에게 강조하는 말은 무엇일까.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하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익은 것은 잠이 온다고 자는 것같이 익숙하고 감정·욕망에 휘둘리는 것을, 선 것은 수행같이 낯설고 어려운 것이죠. 선 것에 마음과 시간을 줘 익게하라는 겁니다. 우리 속에는 검은 소, 흰 소 둘이 늘 같이 있어요. 결국 내가 어느 마음을 내느냐가 중요하죠.” 스님은 “화두를 놓치면 살아도 죽은 것이고, 들고 있으면 죽어도 산 것이라는 말로 화두를 놓치지 말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석종사 금봉선원 선원장인 혜국 스님이 햇차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스님은 “매화나 차나 수행은 자기와의 싸움, 고통을 견뎌낼 때 그 만의 기운과 향이 있다”고 말한다.

혜국스님은 이날 평소 즐겨마시는 동춘차(東春茶)를 만드는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박동춘 소장 등 지인들과 햇차 차담도 가졌다. “나도 칠불암에 살 때 어깨너머로 7~8번 차를 만들어봤는데 한번도 만족스러운 차가 나온적 없어요. 어깨너머로 배운 차는 역시 어깨너머로 맛 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인생을 걸어야 제 맛이 나오고 제대로 일이 되고….”

박 소장이 차를 우려내며 “올해는 냉해로 찻잎이 얇아져 차가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맑은 기운이 좋구만요. 뜰의 매화도 겨울 추위에 따라 향기가 크게 달라요. 매운 추위를 견디면 향이 아주 좋지요. 매화나 차나 수행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고통을 견디고, 자기와의 싸움에 이기면 그 만의 기운, 향이 있지요.” 석종사(충주)/글·사진
금봉선원 입구인 불이문.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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