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물인 토지는 인간이 이를 지배하게 되면서부터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었으며, 법적 규율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토지는 재산권이나 물권의 대상이 되어 법적 규율을 받고 있으나, 일반적인 재산이나 물건과 다른 자연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토지법 이론과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해방이 되면서 우리나라는 토지소유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토지사유가 수용되었다. 토지사유를 전제로 한 헌법과 민법이 제정되고, 이에 따른 토지관련 법률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토지의 개발과 규제법은 수시로 생멸하여 그 수가 일정하지 않으며, 입법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법률은 현재 150여개로 추산하고 있다. 헌법은 토지를 재산권 보장의 범주로 하고 있고, 민법은 토지를 물권의 객체로 하여 소유권의 범주로 삼고 있다.
해방 후 처음부터 단행법으로서의 토지법이나 토지기본법을 갖지 못하고 수많은 개별법에 의해 토지가 규율되어 온지도 70년이 되었다. 그동안 국민은 어떠한 토지제도에서 살아 왔을까? 토지제도와 지가제도는 어떤 관계인가? 앞으로 토지제도와 지가제도는 어떻게 진화(進化)할 것인가? 저자는 5년 3개월간 본서를 집필하면서 내내 이러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본서를 집필하게 된 동기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본서는 토지법 개설(제1장)에서 우선 토지법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토지소유제도(제2장), 토지권(제3장), 토지소유권(제4장), 토지이용권(제5장), 토지규제법 개설(제6장), 토지관련 조세 및 부담금(제7장), 토지기본법 초안 및 축조해설(제8장) 등과 같이 저자 나름대로 토지법 체계를 구성해 보았다. 이러한 토지법의 구성 체계를 중심으로 본서는 그 대강(大綱)을 서술하여 독자들이 토지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본서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첫째, 우리나라에서 토지사유의 근거는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규정과 민법의 소유권 규정에 있고, 토지의 전면적 국공유화는 불가하지만 토지사유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부분적 국공유화가 가능하다고 하는 점이다.
둘째, 법률용어로 확립되지 아니한 토지권이라는 용어를 토지재산권 및 물권에서 독립하여 토지법 이념의 기본용어로서 사용을 시도하고, 토지권의 가치를 권리화한 토지가치권이 승인되어야 한다고 하는 점이다. 토지가치권은 감정평가제도상의 적정시가 이론에서 착안하였으며, 저자가 40년간 감정평가 실무에 종사하면서 얻은 결실이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에 대해 인권으로 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평가권에 대응하는 개인의 권리이다. 실정법상 토지가치권의 근거가 미비했으나 2016년 1월 19일 법률 제13782호로 제정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은 그 입법목적을 “국민의 재산권 보호”로 하고 있는 점으로 보면 토지가치권의 실체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토지의 용도지역·지구제와 건축허가제, 토지의 개발행위 제한과 허가제가 시행되면서부터 소유권의 권능 중 개발권능은 이미 소유권에서 분리되어 공유화 되었으며, 토지개발 허가는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여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성질이 아니라 토지개발권을 설정해주는 설권처분으로 해석하여 이를 토지개발권의 근거로 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토지소유권은 ‘현상이용권’이며, 토지개발권은 ‘현상변경권’으로서 민법상 소유권의 개념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아진다.
넷째, 토지소유권에서 분리된 민법상의 용익물권·담보물권, 개별법에서 인정된 각종 물권 및 토지관리권을 토지이용권으로 하고 토지개발권을 이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토지개발권의 성립요건을 토지개발권의 분리, 토지사용의 권원취득, 개발행위능력의 인정, 개발행위허가의 취득 등으로 하고 있으며, 토지개발권의 물권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섯째, 토지규제의 유형을 국토계획, 국토개발, 국토보전으로 크게 나누고, 국토계획은 국토기본계획, 국토이용 및 관리계획, 도시·군관리계획, 용도지역·지구제 등으로, 국토개발은 도시·군계획시설사업, 도시개발사업, 도시재개발사업, 도시재생사업, 산업용지 개발 및 재생사업,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민간투자사업, 공유수면매립사업 등으로, 국토보전은 농지보전, 산지보전, 자연공원의 보전,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환경보전 등으로 하여 그 규제유형을 체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계획·국토개발·국토보존에 따른 토지규제에 대하여는 토지매수청구제, 토지개발허가제, 의제공익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여섯째, 토지법에서 토지관련 조세 및 부담금의 핵심적 내용은 개별공시지가, 감정평가 등과 같은 과세표준 또는 부과표준이라는 점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개별공시지가가 법령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되었다면 그것이 토지의 시가나 실제 거래가격을 초과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 하고 있으나 이는 토지가치권의 침해를 간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곱째, 토지법 또는 토지기본법과 같은 단행법 제정의 필요성에 따라 토지기본법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안의 내용은 지극히 미비하지만 많은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결집하여 법전형식의 토지기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그 제정방향을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제시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현행 '국토기본법'과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이에 흡수했다.
해방 후 70년, 본서를 집필하면서 찾아본 토지관련 법률은 언제 이러한 법률이 제정.개정되었는가 싶을 정도로 그 수가 많고 복잡하다. 그 개정이 너무도 빈번하여 일반 국민이 얼마나 토지제도를 이해하고 관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대학과 교육기관에서 토지법 교육을 하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본서에서 법전형식의 토지기본법을 제정하여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의 나이 70이 된 지난해 7월, 본서의 원고를 거의 마무리 한 기념으로 아내와 아들내외와 손자와 함께 여섯 가족이 불란서·영국 등 유럽여행을 하고 온 뒤, 어쩌다 컴퓨터 사용의 잘못으로 저장되어 있던 원고는 물론 모든 파일이 몽땅 사라져버린 사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본서의 출판을 포기해야할 절망의 고비가 있었으나, 다행히 여행을 떠나기 직전 USB에 복사해 둔 것이 있어서 기억을 되새기며 대부분 원문 재생을 할 수 있었다. 모든 부주의는 불행의 원인임을 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