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은 국내 `훠궈` 요리의 효시, `불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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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29. 오후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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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부부의 맛집기행-28] '훠궈(火锅)', 흔히 중국식 샤브샤브로 불리는 음식.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드시면 든든한 보약 한 첩 챙겨먹은 느낌이 나는 별미. 근래 우리나라에도 훠궈집이 제법 많이 늘어났지만, 국내 훠궈 요리의 효시는 '불이아(弗二我)'라고 말씀드립니다.

'불이아'. 이 음식점에 들어서면 상호가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당깁니다. 10여 년 전 서울에 와 있는 중국 신문, 방송사 특파원들로부터 처음 이 음식점을 소개받았을 당시에 저 역시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뜻은 "둘도 없는 우리". 이 집에 갈 때마다 참 멋진 작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들과 오랫동안 변치 않는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무언의 메시지까지 전해주니까요('弗'자는 국내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강한 부정, '我'는 우리라는 뜻도 갖고 있음).

'불이아'의 기본 메뉴는 '불이아 정식'. 요즘 괜찮은 음식점들은 다들 신선한 재료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 집도 다르지 않습니다. 식탁 위에 다양한 색상의 신선한 식재료들이 가득 펼쳐지면 음식을 맛보기에 앞서 시각적 즐거움이 큽니다. 훠궈 요리의 정수인 탕이 펄펄 끓으면 양고기나 쇠고기, 해산물 등을 채소와 함께 넣고 살짝 익혀 각종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불이아`의 불이아 정식


훠궈를 드셔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훠궈의 핵심은 육수이고 그중에서 붉은색이 도는 '홍탕'이 별미입니다. 훠궈 육수는 음식점마다 사용하는 기름과 재료가 달라 중국에서도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중국에서 훠궈 맛을 보고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분들도 많으신데 바로 육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불이아'의 훠궈는 중국 본토 훠궈 육수의 기본을 지키되 한국인의 입맛까지 고려해 주인장 윤성준 대표(60)가 만든 작품입니다. 그 맛은 이 집의 오랜 단골인 중국 언론인들이나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조차 '중국에서 먹는 훠궈보다 맛있다'라고 평가할 정도이고요.

어떻게 근사한 육수를 만들어냈는지 윤 대표에게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역시 남다른 정성으로 만들어지더군요. 소뼈와 늙은 닭뼈를 찬물에 넣고 하루 동안 피를 뺀 다음, 뼈에 붙어 있는 고기와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하는 데서부터 육수 만들기 작업이 시작된답니다. 그래야 국물에서 잡내가 나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공들여 손질한 뼈를 기본으로 해 오랫동안 우려내 만든 것이 하얀색의 '백탕'. 여기에 고추, 파, 마늘, 생강, 향신료, 그리고 매콤 짭조름한 맛을 내는 쓰촨 더우반장 등을 넣고 끓여 내는 것이 붉은색의 '홍탕'. '불이아'에 가시면 두 가지 종류의 육수 탕을 고를 수 있는데 가능하면 백탕만 드시지 마시고 홍탕과 백탕을 절반씩 담아 맛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불이아' 1호점인 홍대본점이 2002년에 문을 열었던 초창기 시절부터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이 집을 찾은 저희가 늘 궁금했던 것은 이런 음식을 만들어낸 주인장이 누군가였습니다. 각 점포의 점장이나 지배인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듣기는 했지만 주인장을 직접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가게에는 거의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멋진 집을 만들어낸 주인장의 육성을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어렵게 수소문해 청계산 자락의 가게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오늘의 '불이아'를 만들어낸 그의 열정, 오뚝이 같은 인생 역정은 음식 이상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정말 의외다 싶었던 것이 윤 대표는 음식과는 전혀 무관한 킥복싱 선수 출신. 당연히 음식사업에 뛰어든 동기를 묻자 인터뷰어를 역습하듯 돌직구식 응답이 바로 날아왔습니다. "돈 벌려고요! 30대 중반까지 저는 운동만 했습니다. 시골 출신에 공부를 특별히 잘하지도 못한 제가 성공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운동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권투로 시작해 킥복싱으로 종목을 바꿔 동양 챔피언을 따고 대전에 체육관도 차렸습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운동선수들은 배가 고픕니다. 권투는 더하고요. 제가 킥복싱협회 설립 뒷바라지를 하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습니다. 속된 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권력, 돈, 주먹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일 불쌍한 것이 주먹이더라고요. 돈이 있어야 봉사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건설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빈 땅을 방치하면 세금을 중과했습니다. 덕분에 불 일 듯이 돈을 벌었습니다. 당시 제가 지은 집은 조그만 하자라도 발생하면 철저히 애프터서비스를 했습니다. 입소문이 났고, 영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석재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모두 날렸습니다. 한동한 깊은 시름과 낙담에 빠져 등산으로 소일했습니다. 새로운 전기를 찾아 무작정 떠난 곳이 중국. 중국말을 배우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중국 음식에 꽂혔습니다. 중국요리 전문학교에 들어가 1년간 제대로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뭐든지 시작하면 제대로, 확실히 배우는 그의 스타일이 여기서도 나옵니다. 많은 중국요리 중 그가 선택한 것은 당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훠궈'. 비법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중국인 요리사들을 찾아다니면서 어렵게 재료와 비법을 배우고 이를 응용해서 그만의 육수 맛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불이아'는 지금 홍대 본점 외에 4개의 직영점이 있는데, 홍탕만은 양주에 있는 공장에서 별도로 일괄 만들어서 각 지점에 공급하고 있답니다.

'불이아' 홍대 본점 전경


윤 대표는 자신은 아는 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야말로 누구보다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음식 맛 이상으로 중시하는 두 가지 사항은 음식점 입구와 화장실. 입구는 첫인상을 좌우하고 화장실은 청결을 상징하기 때문이랍니다. '불이아'라는 독특한 상호와 간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긴 것도 그만이 갖고 있는 감각의 소산입니다. "화장실은 베개를 베고 잠을 자도 될 만큼 청결히 하라"는 것이 그의 경영방침. 화장실 청결을 이 정도로 신경 쓰니까 음식의 청결도는 새삼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근래 중국의 유명 훠궈집이 한국에 진출하는 등 훠궈 요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그는 지금까지 해온 음식 메뉴와 가격을 지켜가면서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답니다. "불경기를 탓하는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호경기 때는 누가 해도 잘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차별화된 맛을 갖고 있으면 손님은 오게 돼 있습니다". '음식업도 벤처'라고 생각하는 윤 대표다운 적극적인 경영 스타일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외양으로는 유명 음식점의 대표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윤 대표가 말미에 이런 말을 던져주더군요. "미련 없이,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런 비장함으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문득 '둘도 없는 우리'라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초록이 움트는 봄이 오면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청계산 자락으로 다시 찾아가 음식과 인생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겠습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정식>
- 불이아 정식(소고기+양고기) 2만1000원, 소고기 정식 2만1000원, 양고기 정식 2만1000원, 해물 정식 3만5000원, 한우 스페셜 정식 3만8000원
<요리>
- 라즈지(사천식 닭날개 튀김) 2만원(소), 3만5000원(대)
- 진장로쓰(춘장과 볶은 돼지고기 요리) 1만8000원(소), 2만5000원(대)
- 꿔바로우(베이징식 탕수육) 1만8000원(소), 2만5000원(대) 등
<식사류>
- 수제비, 당면, 생면, 공기밥 각 2000원, 꽃빵, 건두부, 넓은 당면 각 3000원.
△위치
- 홍대본점: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82-6, (02)335-6689
- 강남점: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711 건설회관 지하 1층, (02)517-6689
- 대학로점: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98, (02)763-6689
- 역삼점: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514, (02)556-6689
- 청계산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적푸리로 35번길 4-7, (031)721-6689
△영업시간: 11:00~23:00(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 홍대본점: 140석, 주차 2대(인근 주차장 개별 이용)
- 강남점: 120석, 주차 100대(건설회관 주차장 이용)
- 대학로점: 120석, 주차 2대(인근 주차장 개별 이용)
- 역삼점: 120석, 주차 8대(발레 서비스 가능)
- 청계산점: 100석, 주차 8대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① 맛   ★ ★ ★ ★ ★
② 가격  ★ ★ ★ ★ ★
③ 청결  ★ ★ ★ ★ ★
④ 서비스 ★ ★ ★ ★ ☆
⑤ 분위기 ★ ★ ★ ★ ★

[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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