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면 진짜 헌법을 만날 수 있다!
★ 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당선작 ★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헌법 조항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시민들은 어렵게만 느껴지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하던 법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새삼 헌법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헌법이 어떤 법인지, 왜 헌법을 알아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헌법을 제대로 배우거나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은 자칫하면 남용되기 쉬운 국가 권력에 제동을 걸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다. 보통 법이라고 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을 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헌법은 오히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국가 권력을 제한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 내용으로 가득한 헌법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노력해 일군 결과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로 가득한 헌법은 어쩐지 우리 삶과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 만든 헌법을 법전 속에 가둔 채 어려워하고 멀리했기 때문이다.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은 우리의 삶과 유리되어 있던 헌법을 일상 속으로 끌어내어 익히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주체로 설 수 없던 청소년의 일상 속에서 헌법을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 간다.
우리 일상에 공기처럼 녹아 있는 헌법
_주인공 민주의 하루에서 만나는 헌법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청소년의 삶에 밀착하여, 우리 일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헌법이 사실은 공기처럼 녹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열여덟 살 민주가 등장한다. 민주는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꼭 실명을 밝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학교에서 머리 모양과 복장을 자유롭게 하고 다닐 수는 없는지, 사랑의 매는 정당한 것인지, 교육감 선거에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이 참여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위 장소를 지나가기만 했다는 이유로 불심 검문을 받은 삼촌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새아빠가 생긴 친구 영주가 자신의 성과 아빠의 성이 달라 곤란해 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한다. 또 네팔 출신 티벳인 식당 주인아저씨가 어렵게 차린 식당이 철거를 당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다가 귀화 신청이 불허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또래 친구들이 헌법 재판소 앞에서 청소년이 특정 시간에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비판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가면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사실은 우리 일상이 모두 헌법이야!”라고 외칠 수 있을 정도로 헌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교과서의 틀을 깨며 생각을 키운다!
_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심도 깊은 이야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헌법 책
주인공 민주와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민주의 삼촌이다.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는 삼촌은 민주의 좋은 친구이자 교과서 속 헌법에 길들여진 민주의 틀을 거침없이 깨는 역할을 한다. 핵심을 찌르고 근본을 묻는 삼촌은 흡사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법치주의는 법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법은 실체가 없어. 오히려 법률 등을 근거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국가 기관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지. 법치주의를 통해서 우리의 의지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에 의한 통치’를 뿌리부터 바꿀 수는 없었지.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야. 그렇다면 법치주의는 신기루에 불과한 걸까?”
“음, 글쎄요.”
“그럼 민주야, 국가가 법을 어겨서 내가 국가 배상 소송을 했고 생각해 보자. 그 소송에서 승소를 하면 국가가 잘못된 행위를 고칠까?”
(…중략…)
“국가 기관이 법대로 한 일은 언제나 옳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볼 수도 있어. (…중략…) 얼핏 보면 국가의 행동은 매우 합법적이라고 볼 수 있지.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합당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인지 생각해 봐야 해. 더 나아가서 언제부터인가 법치주의는 시민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는데, 원래 법치주의의 취지는 국가가 법을 지키게 해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거였어. 그러니 시민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 사실은 법치주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말이야.” (97~99쪽 4장 민주주의가 꽃 피는 곳_국회)
질문하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민주는 처음엔 삼촌의 질문에 무척 당황스러워했지만 헌법을 조금씩 깊이 고민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 간다. 그러다가 책 후반부쯤에서는 삼촌의 도움 없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삼촌, 헌법 재판소가 공직 선거법이 합헌이라고 했어도 그 말이 꼭 옳은 건 아니었어요! 그건 헌법 재판소의 의견일 뿐이에요!”
(…중략…)
“그런데 법률이 문제가 있는지를 왜 헌법 재판소가 결정하는 거죠? 헌법 재판소가 하는 일은 원래 누가 했어야 하는 것일까요? 전 이것들이 우리가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발전시켜야 할 논의들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데 헌법 재판소의 결정 한마디에 논의가 더 이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헌법 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하면 옳은 것이고 위헌이라고 하면 그른 것이 아닐 텐데 말이에요. (…중략…) 헌법 재판소가 공직 선거법과 정당법이 합헌이라고 해도, 난 참정권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고요! 만 19세가 된 다음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요!” (190~191쪽 7장 법원인 듯 법원 아닌_헌법 재판소)
청소년 독자들 역시 민주와 함께 헌법을 차근차근 이해하고 고민하다 보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생각이 껑충 자라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하나의 틀에 매이지 않고 여러 모로 생각할 수 있도록, 서술 방식 또한 다양하게 전개한다.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바이마르 헌법 제2조〉라는 시나 루이스 캐럴의 장편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하기도 하고, 삼촌과 민주의 대화 형식으로 대한민국 헌법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각 장이 끝날 때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청소년 헌법능력평가〉 꼭지를 마련하여 토론하는 힘도 키운다. 이와 같이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서술과 지금 이 순간 쟁점이 되는 문제들을 다룬 부분은 읽는 재미를 더하고 헌법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헌법!
_헌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맺음말에는 헌법을 공부한 민주와 민주의 친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헌법만 보자면 마치 국가가 날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마저 드는데, 실제로는 헌법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푸념을 한다. 하루 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듣고 방학 때조차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소년들.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은 충분히 자고 학교에 가는 것, 마음껏 여가를 즐기는 것,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차분히 고민하는 것은 기본권이 아닌 걸까 묻는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헌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헌법에 어떤 생각을 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헌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았다면, 그다음은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가 이야기하며 만들어 가야 해요. 앞으로의 일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 헌법은 꼭 지켜야 할 절대적인 규범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을 통해 헌법의 기본 내용을 익혔다면 그다음은 우리가 앞으로의 헌법을 다듬고 만들어 가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