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의의]
진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길을 나선다. 낯선 문화와 환경에서 신선한 활력을 얻으려고, 색다른 모험에 온몸을 맡기고 싶어서, 또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여행 목표를 지닌다. 이 책의 저자 ‘문’ 역시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20대와는 또 다른 삶을 모색하고자 영국으로 떠난다.
‘문’이 선택한 여행 방식은 외국 생태농장에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우프WWOOF. 그는 영국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과 만난다. 배우자의 과거를 기꺼이 껴안은 마이케와 이안,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개척한 사이먼과 캐서린, 더 넓은 세상을 토론하고 꿈꾸던 브리스틀 대학생들, 행복한 삶을 위해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또 킬리만자로로 떠났던 니키……. ‘문’은 그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디서부터 새로 시작할지를 깨닫는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설레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여행의 끝은 곧 새로운 출발이다.
영국 여행 다이어리인 이 책에는 반년간의 우퍼WWOOFer 생활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사이사이에 예비 우퍼와 영국 여행자를 위한 팁Tip, 우스갯소리 같지만 영국의 깊은 속내를 알려주는 채트Chat 페이지가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내용 소개]
영국 농장으로 날아가다: 코리안 우퍼의 좌충우돌 여행기
인권단체와 사회단체 활동으로 20대를 보냈던 ‘문’은 서른 살 목전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가 선택한 여행 방법은 생태농장에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우프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부푼 가슴을 안고 영국 땅에 도착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다. 런던의 호된 날씨에 관광은 고사하고 호스텔에 틀어박혀 소주나 마시고, 첫 우핑 장소를 찾아가는 기차에서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떨게 된다. 자신의 ‘마당쇠 기질’을 믿었지만 여러 차례의 톱질로도 꿈쩍하지 않는 정원 나무와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자취 경력 10년을 자신하고 만들었던 ‘오징어 홍합 파전’은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된다. 하지만 모든 실수와 난관을 추억거리로 만든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문’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서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여정을 만들어나간다.
라이게이트의 농장: 어느 노부부의 황혼 사랑법
‘문’의 첫 우핑 장소였던 라이게이트의 한 농장에는 예쁜 금발 할머니 마이케와 전형적인 영국 노신사 이안이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노부부지만 그들의 식탁 앞에는 이상한 사진들이 걸려있다. 재혼 부부인 그들은 각자의 과거 가족 사진들을 나란히 걸어 놓은 채 끼니때마다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배우자의 과거까지 보듬어주는 노부부의 사랑법에서 ‘문’은 참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캐리 캐슬의 벤 그로브 하우스: 자연과 공생하는 삶
두 번째 우핑 장소인 벤 그로브 하우스의 주인은 사이먼과 캐서린 부부로, 그들은 명상과 치유를 위한 힐링 센터Healing Center,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대안 농장을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 ‘문’은 그린하우스 짓기, 잡초 뽑기, 그리고 식욕이 왕성한 애벌레들을 농장 밖으로 “고이 모셔드리는 일”을 한다. 처음에 털북숭이 애벌레를 맨손으로 잡을 때는 진저리를 치며 왜 애써 잡은 놈들을 죽이지 않고 풀밭에 놓아줄까라고 생각하지만, 애벌레가 성충으로 자라서 식물의 수정을 돕는다는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함께 공존하려는 생태적인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숙고한다.
서머턴의 루커리 저택: 다르지만 친구가 된 사람들
세 번째 우핑 장소인 루커리 저택은 린지 아줌마와 데릭 아저씨가 운영하는 레지덴셜 홈residential home으로 ‘유령’(진짜 정체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 출몰하는 바람에 ‘문’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린지와 데릭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막내딸 멜리사 때문에 ‘문’을 살갑게 대하지만, ‘문’은 노동당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데릭 때문에 당황한다. 하지만 철의 여인 대처를 지지한 보수주의자 데릭과, 급진적인 사회당 지지자인 피터가 논쟁을 펼치면서도 10년 동안 우정을 이어온 것을 보고 8백 년 전통의 영국 의회주의를 실감한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뜨거운 공방을 펼치고 결판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다음 식사 시간에 자료를 들고 나타나서 새벽까지 논쟁을 벌이슴 데릭과 피터의 모습은 보수와 진보가 함께 마주하고 토론하는 영국 의회의 풍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브리스틀 엠네스티, 브리스틀 대학: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영국 인권단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문’은 브리스틀 엠네스티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얻는다. 브리스틀 엠네스티 사람들은 양심수들을 가둔 각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또 자신들의 서한 때문에 사형을 면한 콩고 양심수의 소식을 나눈다. ‘문’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대의 끈을 실감한다. 또한, 브리스틀 대학의 인권수업 조별 토론에 참석해 아프리카의 인권과 빈곤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영국 대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몽크턴 와일드의 몽크턴 와일드 코트: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것
여행이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자연주의적 삶을 꿈꾸는 대안 공동체 몽크턴 와일드 코트에서는 사랑의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늘 웃음을 띤 케이트에게 마음이 있었던 ‘문’은 케이트와 알리, 사이먼과 함께 라임 리지스 해변 산책에 나선다. 하지만 케이트는 전라 상태로 겨울 바다에 뛰어든 용감한 사이먼에게 반하고, ‘문’은 그녀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볼 수밖에.
집으로 가는 길: “나는 지금 행복한가?”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아프리카 구호활동 경력이 있는 니키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니키는 “남을 돕는 게 정말 네가 바라는 행복이야?”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영국에서 급진적인 잡지의 편집자로 활동하다 아프리카로 향하고, 거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다시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선 니키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 ‘문’은 마음이 진정 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문’은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반년간의 영국 여행이 준 선물들을 상기해본다. 상대의 과거까지 사랑한 노부부,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선택한 부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브리스틀 엠네스티 사람들 등과 나눈 시간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