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파이널 포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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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jebo@msnet.co.kr]
파이널 포트레이트


*관련영화: #샤인 #피카소 #레드 #에곤쉴레 #러빙빈센트

*명대사: "초상화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 단지 그리려고 노력할 뿐"

*줄거리: 1964년 파리, 천재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인 '제임스 로드'에게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코메티로 인해 드로잉은 수정을 반복하고 제임스는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 스케줄을 변경하며 끈기 있게 작업을 도와준다. 그의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 자코메티는 진행 중인 드로잉을 보여준다.

파이널 포트레이트


'파이널 포트레이트'는 아티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7평 남짓 작업실에서 친구이자 작가인 제임스 로드의 초상화를 작업했던 18일 동안의 이야기다. 피카소도 질투했었던 아티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사람' '가리키는 사람' 등의 작품을 만든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자코메티를 다룬 유일한 영화로 자코메티를 영화화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아직 자코메티를 잘 모른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이 칼럼을 통해 실제 인물 자코메티에 대한 기본 지식도 미리 습득해갈 것도 조심스레 권해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제임스 로드, 그들은 누구인가.

파이널 포트레이트


"전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라는 말을 남긴 자코메티는 1901년 스위스 이탈리아 국경 인근마을에서 태어났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아버지는 아들이 예술적 재능이 있음을 알아보고 1919년 제네바 미술공예학교에 진학시키고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졸업 후 1922년 파리로 간 자코메티는 초현실주의자들과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코메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거칠고 강한 인상의 입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기에 자코메티하면 떠오르는 가늘고 긴 입상 '걸어가는 사람'도 완성된다. 일반적인 조각의 특징이 살을 붙여가면서 형태를 잡아가는데 에 반해 그의 작품은 오히려 흙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얼굴은 지나치게 작고 몸은 젓가락처럼 마르게 형상화되어있다. 조각상의 남자는 부서질 것 같은 앙상한 뼈대로 죽을힘을 다해 걸어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나는 얻어야만 한다."라고 자코메티는 연극 대사의 독백처럼 글을 남겼다. 이렇게 하여 '걸어가는 사람'은 2차 대전 후 위태로운 인간의 실존을 반영한 불멸의 작품이 되었다.

초상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제임스 로드는 미국의 철학가이자 작가다. 2차 대전 시기에 미군 정보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서 스물한 살의 나이로 프랑스에 첫 발을 디딘 후 파리에 거주하면서 자코메티를 비롯한 유럽의 유명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된다. 제임스 로드는 초상화를 제안 받고 18일간 자코메티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창작의 고통과 놀라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체험했다. 이때의 경험을 되살려 1년 후 '작업실의 자코메티'라는 도서를 출판하게 된다. 1985년에 쓴 이 책은 미국도서비평가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프랑스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뢰종 도뇌르'(명예훈장)를 받았다.

파이널 포트레이트


자코메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스탠리 투치 감독은 그에 관한 글을 읽던 중 '작업실의 자코메티'를 접했고 25년간 가지고 다닐 만큼 큰 애정을 가졌다. 스탠리 투치 감독은 "늘 창작 과정에 흥미가 있었다. 이 책은 당시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상황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창작과정에 대해 가장 잘 쓴 책 중 하나고 모든 예술가에게 바이블 같은 책이 될 것이다"라며 원작 도서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실로 제임스 로드의 필력은 출중하여 단순히 유명한 인물을 서술한 데에 그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도 영화를 만드는 영감과 원천을 제공받았다고 할 만큼 원작은 섬세한 예술적 체험을 담고 있다.

영화는 딱 18일간의 창작 과정을 보여준다. 제임스 로드는 관찰자로서 어떤 상황에도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영화 내내 초상화를 그리겠다는 자코메티의 요청에 끈기 있게 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무엇보다 친구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코메티를 이해하고 싶어서이다. 그들이 나눈 대화는 모두 '작업실의 자코메티'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이다.

언뜻 단조로운 줄거리지만 영화는 충분히 매력 있다. 오롯이 한 작품을 위한 18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은 자코메티 삶의 축소판과도 같다. 완벽주의자인 자코메티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구현하지 못할 때 좌절감에 괴로워한다. 때론 연인과 행복해하다가도 모든 것을 태울 만큼 우울해 한다. 더욱 나은 작품을 위해 모델에게 까다롭게 포즈를 요구하는 자코메티의 모습에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완성하셨으면 좋겠어"라는 대사에서 세기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엿볼 수 있다. 참으로 예술이란 놀랍고 미묘하다.

파이널 포트레이트


한 때 자코메티는 사무엘 베케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문학과 미술에서 두 거장이 만난 것이다. 연극에서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예술이란 답이 없기에 알 수 없어도 끊임없이 한 단계 한 단계 걸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예술가의 사명인 것이다. 마치 무엇인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남자처럼 말이다. 과연 나는 어디로 걸어가고 있을까. 자문해본다.

이사강 CF·뮤직비디오 감독

원더풀 고스트


◆원더풀 고스트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경찰(김영광)이 약혼녀(이유영)를 두고 불의에 맞서다 사고를 당해 다친다. 그렇게 몸을 잠시 빠져나온 경찰의 영혼이 정의감을 잊고 사는 체육관 관장(마동석)에게만 보이고, 그렇게 두 사람은 환상의 짝꿍이 돼 사건을 해결한다. 이후 경찰의 영혼은 자신의 심장을 관장의 아픈 딸에게 주고 떠난다. 그렇게 체육관 관장은 '정의를 아는 사나이'로 거듭난다. 이와 같은 줄거리는 영화 '사랑과 영혼'의 오마주인 듯 익숙하다.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틈은 마동석이 메운다. 영화의 첫 신부터 클로즈업되는 마동석의 존재감은 그 표정만으로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정의감 없는 마동석'이 주는 신선함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 마동석과 최유리(딸 역)의 케미 또한 영화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내 눈에만 보이는 고스트와 합동수사'라는 신선한 설정 안에 유쾌한 웃음과 통쾌한 액션 그리고 따뜻한 감동을 넣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트립 투 하코네


◆트립 투 하코네

도쿄에서 하코네를 왕복하는 특급 열차 로망스카 기차는 매일 여행객들의 도쿄와 하코네의 가는 길목을 이어준다. 기차에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직원 하치코는 여느 때와 같이 실수를 반복하는 부하직원의 실수를 처리해준다. 다른 날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할 것 같았던 순간 하치코는 물건을 훔치려는 중년의 영화 PD 요이치의 범행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요이치는 하치코의 시선을 느끼고 부인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중 기차는 하코네에 도착한다. 요이치는 도망치듯 기차에서 내리고 하치코는 그런 요이치를 따라 기차에서 내린다. 요이치와의 실랑이 도중 기차는 출발하고 하치코는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엄마에게서 온 편지를 읽은 후 휴지통에 버린다. 하치코가 버린 편지를 읽은 요이치는 갑작스럽게 하치코에게 엄마를 찾으러 함께 하코네에 갈 것을 제안하고 하치코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춘천 춘천


◆춘천 춘천

고향 춘천을 벗어나 상경을 꿈꾸는 청년이 있다. 몰래 서울을 벗어나 춘천행 열차를 탄 중년의 남녀가 있다. 청년은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다시 춘천으로 향하고, 중년의 커플은 일탈을 바라며 서울에서 춘천으로 향한다. 세트는커녕 인공조명도 사용하지 않은 '춘천, 춘천'에서는 인물과 풍경이 모든 것이다. 상황과 대략의 화제만 주어진 상태에서 촬영한 배우들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늘어지는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몰래 여행 온 중년 커플로 분한 양흥주, 이세랑 배우가 식당에서 나누는 긴 대화는, 빛의 변화마저 어우러져 영원 같은 사랑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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