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김사복 씨 아들, 지만원 검찰에 고소…“간첩·빨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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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4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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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만원 씨 트위터
사진=지만원 씨 트위터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사복 씨의 유족이 5·18 민주화운동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해온 지만원 씨(76)를 검찰에 고소했다. 지만원 씨로부터 북한 특수군인으로 지목당한 5·18 참가자 지용 씨(76)도 함께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사복 씨의 아들 승필 씨(59)와 지용 씨는 4일 지만원 씨를 사자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지만원 씨는 5·18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힌츠페터의 광주행을 도운 택시기사 김사복 씨에 대해 ‘힌츠페터가 5·18 음모에 가담한 간첩’,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졌고 더러는 그를 간첩이라고 한다’ 등 이들을 폄훼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지만원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수(북한 특수군인)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대가로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지만원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5·18 기록사진에 등장하는 지용 씨를 ‘제73 광수’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용 씨는 최근에서야 지만원 씨가 이러한 주장을 펴고 있음을 안 뒤 자신이 1980년 시민군 일원으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서구 주민이라고 밝혔다. 지용씨는 1980년 당시 계엄군의 만행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해 시민군 일원으로 항쟁에 참여했고, 박남선 상황실장 등과 함께 총기를 들고 외곽순찰과 도청경계 업무를 봤다고 증언했다

지용 씨가 실명과 함께 5·18 경험담을 공개하고 나선 뒤, 지용 씨가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한 붕남(鵬南) 지응현(池應鉉) 선생의 친손자이자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91)의 친동생이라는 사실도 알려져 화제가 됐다.

김승필 씨와 지용 씨는 검찰에 고소장을 낸 뒤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5·18기념문화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 등과 함께 지만원 씨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을 기자회견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은 국방부가 2013년 5월 30일 허위사실임을 확인했고 같은 해 6월 10일 정홍원 국무총리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비밀 해제된 미국 국무부 문서에도 5·18 배후에는 공산주의자가 없고 북한군 투입 사실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극우논객 지만원 씨는 2002년 이후 5·18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 600여명이 광주에 내려와 폭동을 일으키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인터넷과 출판물을 통해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7년 8월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된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 등 14명이 지만원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며 “하지만 지만원 씨는 추호의 반성도 없이 새로운 ‘광수’를 조작하면서 5·18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1997년 ‘12·12, 5·18 재판’을 통해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사법적 단죄를 받았다”며 “5·18은 민주화운동으로 제정됐고, 5·18 기록물은 인류 역사에서 길이 빛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이지만 지만원 씨가 5·18을 북한군 침투에 의한 폭동으로 왜곡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명예를 짓밟고,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합의한 국가이념과 공공질서를 공공연하게 파괴하는 반국가 범죄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월 단체와 광주시 등이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지만원 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불구속 기소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허술한 법망을 벗어난 지만원 씨는 지금도 불법을 자행하며 법을 비웃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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