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황'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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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7. 오전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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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해양 오염방지 위해 연료 '황' 함유량 규제
조선업계 "세계 해운사의 새 선박 발주 기대했지만…"


해운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IMO 2020'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IMO 2020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해 이를 2020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한 규제다. 선박에 의한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배가 연료를 통째로 바꾸든지 큰돈을 들여 엔진에 장치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 해운사 소속 9만4000여 선박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 규제를 어겼을 경우 어떤 처벌을 할지 논의 중이다.

이는 한때 비용을 내는 세계 해운사에는 악재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 조선(造船)업체에는 호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해운사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거리면서, 조선업체가 기대했던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

◇해운업 가장 강력한 규제

해운사가 IMO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다.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게 첫 번째 대안이다. 지금처럼 가격이 싼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착 비용이 최대 100억원으로 비싸다. 또 화물 적재 공간이 줄고, 연비도 떨어진다.


두 번째는 황이 적게 나오는 저유황유로 바꾸는 것이다. 저유황유는 현재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보다 40~50% 비싸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작년 33억달러를 연료비로 썼는데 저유황유로 바꾸면 20억달러를 추가 지출해야 한다. 현대상선도 5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연료비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는 배를 LNG 추진선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운항 중인 선박 엔진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지역에 따라 LNG 터미널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계산기 두드리며 눈치만 보는 해운사들

규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해운사들은 눈치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두잉 낫싱(do nothing)' 전략을 택하고 있다. 머스크는 저유황유를 통해 규제에 대응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엔 컨테이너선 일부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겠다고 했다. 세계 2위 MSC는 스크러버 탑재, 3위 CMA CGM은 LNG 추진선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운영 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도 최근 국내 조선 3사에 발주한 컨테이너선 20척을 LNG 추진선으로 할지, 탈황장치를 설치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비롯한 중소 해운사도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한 것을 제외하곤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해운사 고위 인사는 "시장이 불확실하다보니 당장 설비투자가 필요한 스크러버나 LNG 추진선보다 저유황유 연료를 바꾸면서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게 대부분 선사들 태도"라며 "아직 제재 수위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도 결정을 미루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해운사의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조선사, 규제에 따른 선박 발주 기대 낮아져

당초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사들은 IMO 2020 규제를 가뭄의 단비로 여겼다. 탈황장치 장착이 대세가 되면 수명이 10년도 남지 않은 노후 선박들이 비싼 탈황장치 설치 대신 조기 폐선을 선택하고, 이는 선박 신규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한국 조선사가 월등한 기술을 가진 LNG 추진선 발주도 규제를 앞두고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탈황장치 장착도 부진하고, 노후 선박 해체도 지난해 발주가 활발했던 탱커에서만 일부 이뤄지는 실정이다. LNG 추진선 역시 올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싹쓸이 수주를 하고 있지만 발주 규모 자체가 기대에 못 미친다. 한화투자증권은 "IMO 규제에 따른 선박 발주시장 변화는 규제가 본격화하는 2020년 전후 해운업계와 유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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