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약한 카카오미니, 영어 대화 가능한 구글 홈···최종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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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6.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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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섰다. SK텔레콤과 KT가 국내 AI 스피커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정관리·음식주문·카톡보내기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시장을 넓혔다. 구글의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가 지난 18일 국내에 출시되면서 선택권은 더 넓어졌다.

경향신문은 구글 홈보다 하루 앞서 출시된 카카오미니C를 비롯해, 구글 홈과 네어버 프렌즈를 비교해봤다. 각 사가 스피커 이용시 추천한 기능들을 얼마나 다른 AI 스피커도 잘 구현하는지 보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카카오미니는 숫자에 약했고, 구글 홈의 영어 대화 기능은 그림의 떡이었고, 프렌즈는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 아쉬웠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C’. 기존 카카오미니에 휴대성을 더한 제품인 카카오미니C는 충전식 배터리인 ‘포터블팩’을 이용하면 최대 5시간 연속 음악을 재생하고 10시간 연속 대기를 지원한다.


■카카오미니는 숫자에 약해?

카카오는 새 AI 스피커 카카오미니C를 지난 17일 출시했다. 기존 카카오미니에 배터리와 리모트 콘트롤 기능을 추가해 휴대성을 강화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에 기반한 서비스는 카카오미니와 카카오미니C에서 모두 동일하다.

먼저 카카오미니C에서 구글이 강조한 스킬들을 적용해봤다. “5곱하기 7”같은 곱하기 같은 계산이 되지 않았고, “52제곱미터는 몇 평”인지와 같은 단위변환도 불가능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나라별 인구수 등도 답하지 못했다. 대신 “이해하기 어렵네요” “정보를 찾을 수 없어요” “아직 잘 몰라요” 등의 답을 했다.

컴퓨터의 본질이 계산기라는 점에서 곱셈을 못하는 AI 스피커를 보자 솔직히 ‘아니 이게 왜 안 되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카카오미니에서 제공하는 답변이 모두 검색 기반은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카카오 측은 회사마다 콘텐츠 제공의 우선 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위변환과 계산 기능의 경우, 많지는 않지만 사용자 요청이 있는 편이라 준비 중에 있다”며 “정보 검색의 경우 대폭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미니에서 현재 각 국의 수도, 국가 면적, 국가별 전압, 음식 칼로리 정보, 환율 정보 등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구 수 같은 정보도 데이터베이스(DB)가 개선되면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다음포털, 검색용DB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전용DB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음원 서비스를 시험해봤다. 레이디가가의 최신곡을 틀어줘 하니 ‘Your song’을 들려줬다. 그러나 엘튼 존이 원곡인 이 노래의 “원곡은 뭐냐” “누구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냐”고 묻자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라고만 말하고 답하지 못했다. 음악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리메이크 곡의 원곡까지 알려줄 정도까지 구축되지 않은 때문으로 보였다.

음성비서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일정 관리를 시험했다. “오전 7시에 알람 맞춰줘” 하니 곧장 알람을 맞췄다. 편리하다고 느낀 순간 반전이 생겼다. 옆에 있던 아내가 “알람을 해제해줘” 하니 충성스럽게도 바로 시키는대로 따랐다.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내 명령을 취소할 수 있어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구글의 다화자 인식 기능이 필요해 보였다. 국내에서 화자 인식 기능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카카오의 경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화자 인식 기능을 이용한 카카오톡 읽기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집 안 어느 곳에서든지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글 AI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과 ‘구글 홈 미니(Google Home Mini)’가 18일 정식 출시됐다. 구글 제공

■영어 대화 가능한 구글 홈, 음악 서비스 강화로 반격 나선 프렌즈

구글 홈은 두 가지 언어를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다중언어’ 모드를 지원한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 미리 두 가지 언어를 선택하면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한다.

구글 측은 다중언어 모드를 활용하면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가정, 혹은 평소에는 한국어로 사용하면서 구글 홈을 언어 학습에 활용하고 싶은 가정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의 프렌즈도 영어 대화가 되지만 구글처럼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구글 홈의 다중언어 모드를 직접 사용해보니 한국어로 문답을 주고 받은 후 바로 영어로 말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사람과 영어로 말하려면 막상 말문이 막히듯 구글 홈을 앞에 두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십상이었다. 한 두 문장 던진 후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었다.

“뉴욕에서의 오늘의 주요뉴스를 들려줘”라고 영어로 묻자 “아직 뉴욕에서의 뉴스는 들려줄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뉴스 서비스는 저작권 문제로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은 후에 서비스할 수 있는데 이 계약에서 지리적 제한이 있는 듯했다.

음원 서비스는 구글 홈에서 벅스와 지니뮤직도 들을 수 있지만 구매 후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기본 설정해서 들었다. 그러나 음질이 그다지 좋다고 느끼지 않았다.

음원 서비스 측면에서 두드러진 개선을 보인 곳은 네이버였다. 네이버의 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는 여러모로 멜론을 추격하기 위해 네이버가 갈고닦은 신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화면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큐레이션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멜론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음악을 선택하면 앨범 표지 그림이 전면에 뜨고, 좋아요 등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사용자 경험은 애플 뮤직과 유사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협업해 인공지능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를 지원하는 신규 스피커 모델 ‘프렌즈+ 미니’ 3종을 10일 출시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LG유플러스 제공

■최종선택은 개인 취향·필요성에 좌우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한 결과, 우리 가족이 내린 1차 선택은 카카오미니C였다. 한국어 음성 인식에서는 카카오미니가 가장 정확했다. 여러 명이 대화하거나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헤이 카카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잘 알아들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머신러닝으로 소음과 음성을 분리한다는 구글 홈보다 더 뛰어났다. 구글 홈과 같은 다화자 인식 기능은 아직 없지만 호출어를 인식하는 기본 기능에 충실했다고 본다.

아무래도 음악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보더라도 카카오가 제공할 수 있는게 더 요긴했다. 카카오미니의 최대 강점은 역시 멜론의 음악과 카카오택시의 택시 호출, 카카오톡 보내기다. 설거지를 하는 등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유 좀 사와”라고 말로 카톡을 보내거나 아침 출근 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전시 상황’ 중에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건 참 편리했다. 네이버 프렌즈는 음질과 디자인에서 내 취향에 가장 들어맞았지만 결국 택시 호출과 카톡 보내기와 같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는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결정적 요소였다.

구글 홈은 기술적인 측면은 가장 앞섰지만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을 위한 킬러 콘텐츠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가정 안에서의 사용을 고려해 배터리를 넣지 않았다고 하지만 집 안 여기저기 이동할 때마다 새로 플러그를 꼽고 구글 홈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과정도 번거로웠다. 카카오와 네이버 AI 스피커는 모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거나 탑재할 수 있어 이런 불편함은 없다.

최종 선택은 카카오미니C였으나 앞서 언급했던 기능상의 부족한 점과 함께 하드웨어 측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네이버의 프렌즈도 마찬가지인데 카카오미니C의 버튼이 약간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글 홈이나 구글 홈 미니는 누른다기 보다 ‘만진다’ 정도의 강도로 불륨 등을 조정할 수 있었다.

음질은 작은 체구에 비해 꽤 풍성했지만 막귀인 내가 듣기에도 뭔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홈’ 같은 스피커 기능을 강조한 AI 스피커들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뒤쳐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미니가 있으니 언젠가 스피커의 덩치를 키운 카카오맥스 같은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일단 카카오 측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미니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존에 좋은 스피커가 있다면 블루투스나 AUX 단자로 연결해 음질의 부족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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