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의미는]약식제사로 음양오행 전통 세계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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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6. 오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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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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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는 조상 음덕에 감사하고 복을 비는 의미
24일 추석 아침에 한 가정에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복을 비는 차례를 올리고 있다. /고창=고광본선임기자

[서울경제] 지난 24일 추석에 차린 차례상은 약식 제사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는 우리 전통 세계관이 담겨 있다. 차례는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복을 비는 의미로 지낸다.

요즘은 많이 간소화되고 있지만 음식 배치는 5열로 해왔다. 우선 북망산천이나 임금을 뜻하는 북쪽에 모신 신위를 기준으로 1열에 신위 수대로 ‘밥·술·국’ 순으로 올리고 송편을 드린다. 2열은 전·적·탕, 3열은 생선과 고기, 4열은 나물·식혜·포·김치, 5열은 과일과 강정으로 주식부터 디저트까지 가까운 곳부터 망라돼 있다. 제기의 굽을 높게 해 음식을 담는 것은 그만큼 받든다는 뜻이다. 집을 보호하는 성주신을 위한 성줏상도 같이 차린다. 물론 집안이나 지역마다 음식 가짓수나 배치도 천차만별이고 성줏상을 생략하기도 한다.

차례를 모실 때 지방은 쓰지만 축문은 읽지 않는다. 향을 피우고 모래에 첫 술잔을 붓는 것은 조상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향은 부정이나 악취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송편에는 소원을 담은 보름달과 가을의 여문 알곡이 형상화돼 있다. 생선 머리는 소생을 뜻하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한다. 과일을 제외하고 적·전·탕·나물 등은 양의 수인 홀수로 맞춘다.

과일은 동쪽부터 대추·밤·배·감 순으로 놓는다. 암수 한 몸으로 씨가 하나이고 꽃마다 열매를 맺는 대추는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고, 세 톨인 밤은 땅에 묻힌 씨밤이 나무 열매가 열린 뒤 썩는 특징이 있어 근본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결혼식 폐백에서 신부 치마폭에 대추와 밤을 던지는 게 이 때문이다. 씨앗이 6개인 배는 겉은 흙과 같은 황색이고 속은 백의민족을 암시한다. 씨앗을 심은 뒤 가지를 칼로 째 접을 붙여야 비로소 열매가 열리는 감은 자식을 낳아준 부모를 생각해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다. 대추·밤·배·감은 씨앗의 숫자대로 각각 왕, 3정승, 6판서, 8방백(관찰사·감사)을 상징하기도 한다.

송나라 주자의 ‘가례(家禮)’에는 조상의 위패 앞에 부부가 각각 술과 차를 따르는데 매달 보름에는 찻잔만 올린다고 돼 있다. 명절 차례(茶禮)의 유례라고 할 수 있다. 효를 근본으로 여긴 조선의 사대부는 집에 사당을 마련해 4대 명절(설날·한식·단오·추석) 등은 물론 매달 삭망(초하루와 보름)에도 차례를 올렸다. 하지만 농경사회가 무너진 오늘날에는 설날·추석에만 차례를 지낸다.

성묘하며 절을 할 때 솔가지를 꺾어놓는 것은 각종 병해충의 침입을 방지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떼(흙이 붙은 상태로 뿌리째 떠낸 잔디)를 살피고 벌초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땅을 차지한 자, 세상을 얻을 것이다’라고 한 영화 ‘명당’처럼 풍수지리는 일부에서 미신으로 폄하하지만 오늘날 환경공학이나 자연과학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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