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베드타운 만들텐가”…광명시, 공공택지 지정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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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승원 광명시장 “공공택지 공고, 국토부가 하라”

임병택 시흥시장 “중앙정부가 책임을 다해달라”

공공청사 등 기반시설 비용 지방정부에 떠넘겨

“서울 집값 안정 위해 경기에 주택 공급은 잘못” 지적도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 전경. 광명시 제공
국토교통부가 폭등한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 17곳에 공공택지를 공급하기로 한 데 대해 대상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 광명시가 “더 이상 베드타운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다른 대상지인 시흥시도 “중앙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광명시는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토부 발표에 앞서 자치권을 훼손하는 국토부의 일방적 공공택지 지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으나 일방적으로 결정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국토부가 발표 하루 전날 하안2지구를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할 테니 공람 공고를 해달라고 요구하길래 국토부가 직접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1일 공공택지 공급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광명시가 처음이다.

박 시장은 공공택지 공급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광명시를 더이상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언제까지 집만 때려지을 것이냐”고 말했다. 광명시는 기존에도 11개의 뉴타운 사업과 4개의 재건축 사업을 통해 3만2887채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난 21일 광명시 하안2지구에 5400채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광명시는 공공택지 공급에 반대하는 이유로 △지역 주민과 영세 소상공인 생계 문제 △미흡한 교통대책 △광명 뉴타운 침체 △하안동 기존 시가지 슬럼화 우려 △신혼부부·청년 일자리 창출 대안 부족 등을 꼽았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도 기존의 정책처럼 ‘주택 공급 먼저, 기반시설 나중’의 양상을 되풀이해 광명시를 정주 여건이 불안정하고 부실한 베드타운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공공택지개발에 따른 교통 등 기반시설 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겨온 선례도 반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은 “정부가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그 책임을 다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대규모 공공택지를 공급하면 지방정부는 열악한 재정으로 청사·교통·문화·체육·복지 등 기반시설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 공공택지 공급으로 국토부와 토지주택공사는 이익을 보고, 지방정부는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6만1123채가 들어설 공공택지 사업이 시행 중인 시흥 거모지구 등 5개 지구의 경우, 기반시설 토지 매입 비용으로 3134억원이 드는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시흥시가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집값은 서울에서 올랐는데, 집값이 안정돼 있는 경기도에 공공택지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조사 결과(1~8월)를 보면, 서울의 집값 변동률은 2017년 3.64%에서 올해 4.13%로 올랐지만 경기도는 2017년 1.67%에서 올해 0.67%로 내렸다. 특히 경기도엔 올해와 내년에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될 예정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2014년 경기도의 아파트 입주 규모는 5만3804채였는데, 2017년에는 12만8789채로 3년 만에 2배 이상이 늘어났다. 올해도 연말까지 16만563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미니 새도시 건설은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려는 목적이지만, 청약제도 자체가 지역주민 우선이어서 결국 경기도의 집값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경기연구원 공감도시연구실 김태경 연구위원은 “서울 주택이 모자란다고 경기도에서 택지를 공급하는 것은 잘 못 됐다. 실제로 주택을 짓는 데는 3~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적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자치분권의 시대에는 도시마다 자족성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베드타운을 확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김정희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주민들의 우려를 의식해서 그런 입장을 낸 것 같다. 광명시에서 요구한 교통 대책이나 자족성 등을 충분히 협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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