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새 길을 묻다] 2. 고객 붙든 특성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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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30. 오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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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권 전통시장들이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와 혁신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김해시 삼방시장의 명물인 미니기차.


"변해야 산다" 특색 있는 시장 만들기 상인들이 뭉쳤다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골리앗 같은 대형마트의 공세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전통시장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변화와 혁신이다. 옛것을 고집하며 감성 마케팅으로 호소하는 대신 시대 흐름에 맞춰 새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특성화 전략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전 품목 택배 시스템 도입이나 미니기차 운영, 홈페이지 구축, 마일리지 카드 혜택이 그것들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과 지자체의 기획을 수행한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도 주요 토대가 됐다.

전국 당일 배송 체계 구축
젊은 층 겨냥 미니기차 운영
카드도 받고 상품권 도입
자체 홈페이지 구축 홍보

지자체 시설현대화 넘어
결국 상인들 노력에 달려

■사천시 용궁수산시장

갓 잡아 싱싱한 수산물로 넘쳐 나는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 중심에 위치한 용궁수산시장엔 활어 74개, 선어(생선) 76개, 패류 89개, 노점 14개, 포장마차 19개 등 총 328개 점포가 빼곡히 입점했다. 쟁쟁한 대형 수산시장이 있는 부산이나 창원(마산), 여수, 목포시에 비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임에도 지금은 내로라하는 유명 수산시장에 견줘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용궁수산시장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롤모델로 부상한 원동력은 물류 시스템에 있다. 지역 어민들이 어획하고 공급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인근 도시는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 심지어 강원권까지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에서 아침에 주문한 남해안 활어회를 저녁에 맛볼 수 있고, 시장 내 모든 것을 택배로 전국 어디로든 보낸다.

1965년 삼천포항 어시장으로 출발한 용궁수산시장은 2013년 74억 6000만 원(국·시비 포함)을 들여 시설 전체를 현대화해 현재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시장을 찾는 방문객 숫자는 한 해 135만 명에 육박한다. 오가는 차량도 38만 대 이상이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의 택배시스템.
용궁수산시장 권정모 상인회장은 "우리는 부산처럼 거대 소비층이 없다. 기본 소비층이 5만 명도 안 된다. 그러나 더 좋은 수산물을 더 싸게 팔고, 한 번 찾은 손님이 다시 오도록 하고, 멀리서 주문이 들어오면 믿고 만족해 다시 주문을 하도록 만들면 되지 싶다"고 전했다.

■김해시 삼방시장

김해시 삼방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삼방시장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케이드 천장과 화재감지시설 그리고 물을 안개와 같은 미세입자로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쿨링 포그 설비 때문이다. 통로도 넓어 성인 3~4명이 나란히 서도 통과할 수 있다. 78개 점포에는 반찬류와 어묵, 생선, 육고기류, 옷가게, 횟집, 떡집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저녁 찬거리 장을 보는 시간,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점포마다 정겨운 인사와 흥정하는 모습까지 전형적인 동네 시장이다. 카드와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고 택배와 배달은 부가 서비스다. 인근에 사는 50대 주부는 "쾌적한 시설에다 질 좋은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12년째 어묵가게를 운영 중인 40대 상인은 "시설 현대화 이후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자랑했다.

시장 중간쯤엔 '삼방역'이라는 점포가 눈길을 잡는다. 내부엔 삼방시장의 명물인 미니기차가 놓였는데, 기차는 매주 2번씩 시장을 찾는 어린이를 태우고 시장 곳곳을 누빈다. 한 상인은 "일자형(250m) 골목시장인 데다 통로도 넓어 미니기차 운영이 가능했다. 가족 단위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상인회는 내년까지 시장 통로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풍 길을 만들고, 조명과 가게 판매대에 소풍 관련 디자인을 입혀 문화시장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관광객까지 유치해 또 한 번 도약을 꿈꾸는 중이다.

■통영시 북신시장

지역민들에겐 '거북시장'이란 명칭이 더 익숙한 '북신시장'은 중앙·서호시장과 함께 통영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하나다. 165개 크고 작은 점포가 촘촘히 자리 잡은 시장이다. 주변에 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대체로 목이 좋은 시장이지만 북신시장은 불과 몇년 전엔 동네 주민들이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오는 오후 5~6시 사이에만 반짝하고 마는 시장이었다. 근처에 동피랑이나 해저터널같이 방문객을 유인하는 관광명소가 없어서였다. 게다가 바다와 떨어져 있어 어물전이 크게 열리지도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에 중대형 유통 매장까지 자리 잡으면서 존폐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상인들이 합심해 자생력 갖추기에 눈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민 친화적이고 친절한, 가고 싶은 시장'을 목표로 잡은 상인들은 관광객보다 지역민을 위한 시장에 더 욕심을 가졌다. 이후 상인들 스스로 정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각종 공모 사업에 응모해 낙후된 시설을 하나둘 정비해 갔다.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 개발도 주목했다.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고 시장 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카드도 도입했다. 지금은 밤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을 겨냥해 야간 먹거리 장터를 준비 중이다. 북신시장 양성구 상인회장은 "우리는 아직 특화된 스토리가 없다. 그러나 그만큼 가능성이 남아 있다. 더 다양한 먹거리, 즐길 거리를 통해 다시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민진·이선규·정태백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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