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조성희 감독님, '탐정 홍길동2'를 기다립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6.02 20:17 조회 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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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감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에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다. 그러나 2편의 제작 여부는 모른다.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의 속편 제작 의사를 묻는 말에 조성희 감독은 대답을 관객에게 넘겼다. 그렇다. 100억 원에 육박한 제작비를 회수하지 않고 과연 이 작품의 속편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관객들의 응답이 중요한 영화였다.

데뷔작 '늑대소년'(2012)으로 한국형 판타지 영화의 장을 열었던 조성희 감독은 두 번째 작품 '탐정 홍길동'에서 본격적인 비주얼 미학에 빠져들었다. 한국판 '씬시티'라는 평가에 과찬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 영화가 지향하는 영상미는 그것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는 의미다.

'탐정 홍길동'의 출발은 캐릭터였다. 조성희 감독은 "캐릭터가 영화에 도드라지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걸 만들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 속 홍길동 캐릭터를 가져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홍길동

"'홍길동전'의 홍길동은 의적이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옳지 못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감정과 서자로 태어난 설움도 가진 인물이다. 고전의 인물을 바탕으로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의 키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중성 의미에서 쓰이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익명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이런 재료를 현대로 가지고 와 개성있는 캐릭터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변주는 필수였다. 이 인물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가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는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홍길동이었다.

"우리 영화 속 홍길동은 대의와 명분,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다. 싸움도 잘하지 않는다. 행위의 동력도 대의가 아닌 개인적 복수다.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복수의 대상을 죽이고자 하는 잔인한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매력적이거나 호감이 가는 영화 속 주인공과는 벗어난 부분이 많다. 우리 영화의 숙제는 이런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면서 관객에게 인물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즉, 길동의 비호감 요소의 수위 조절이 시나리오부터 영화 완성 단계까지의 주요한 고민이었다"

이제훈이라는 배우와 만난 건 고민의 범위를 좁혀준 계기가 됐다. 안티 히어로 홍길동은 이제훈이 가진 매력과 어우러지며 상쇄되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착하지 않다고 말하는 홍길동에게 이상하게 정이 가는 건 이제훈만의 분위기와 공기가 가진 힘이었다.

조성희감독

"이제훈은 굉장한 호기심을 가지고 영화에 뛰어들었다. '홍길동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수위 조절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임해줬다. 오히려 "이런 건 약하지 않아요? 더 가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탐정 홍길동'은 대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활극이다. 시대적 배경은 분명 과거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은 미래의 영상에 가깝다. 만화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판타지가 강한 비주얼이다.

"시대와 배경의 구현에 있어 과장된 면이 있고 사실과 다른 것도 많다. 생각만큼 영화적인 공기를 만들어 내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CG가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다. 작업자들의 예술성 감수성과 영화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그 점에서는 최고의 동료들을 만났다"

'탐정 홍길동'에서 벌어지는 핵심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떤 사건이나 공기가 오버랩된다. 광신도 집단, 부패한 권력자, 포악한 자본가들의 횡포는 뉴스에서 익히 봐오던 것들이기도 하다.

"우리 영화에 나오는 악당, 집단이 꾸미는 음모는 실제 사건이나 인물, 단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기보다는 영화적 허구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악당을 광신도라는 집단으로 설정한 건 종교는 믿음인데 믿음이나 신념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질할 수 있고, 모든 가치의 우위에 섰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조성희감독

영화의 아쉬움 중 하나는 추리물로서의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성희 감독 역시 이러한 지적에 대해 수긍했다.

"'탐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진실이 밝혀지고 범인을 잡는 과정 같은 것들 말이다. 길동의 직업으로서 탐정을 쓴 것이다. 길동이 맞서는 존재는 단순한 살인범이라기보다는 사회에 깊이 박힌 거대한 악이기에 직업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게 있다. 기존의 탐정물에서 기대한 바와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악에 대한 응징은 확실했다. 감독은 "마지막 길동이 진짜 적이 누군지 알게 됐다는 대사를 하지 않나. 개인적 복수로 시작했지만 여행을 통해 길동이 자신의 소명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보호하고 구해야 할 사람이 있었다'는 자각과 함께 홍길동이 진짜 의적으로 거듭나게 되는 성장담이 아닌가 싶다.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도 극복하게 되는 순간들,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동이, 말순은 다음 세대의 어떤 희망 같은 존재들이다. 길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중간 단계의 인물인 것이고."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은 이제 막 1막을 마친 연극 같기도 하다. 이제 뭔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마무리를 했기에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홍길동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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