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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 골초줄어 무병장수 누리는 호남의 슬픈진실

쥐구멍에 볕들날 희망깨져 술,담배생각 간절하나 돈이 원수

김환태 칼럼 | 기사입력 2013/05/20 [07:35]

고주망태, 골초줄어 무병장수 누리는 호남의 슬픈진실

쥐구멍에 볕들날 희망깨져 술,담배생각 간절하나 돈이 원수

김환태 칼럼 | 입력 : 2013/05/20 [07:35]

음주,흡연 전국 최하위 기록한 호남

호남인들이 자긍심을 느껴도 좋을 의미있는 통계수치가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인건강,가정평화, 사회건전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주정뱅이와 골초 발생 가능성이 호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4월 2일 전국 17개 시.도 지역 22만 77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1월 전국 253개 보건소가 조사한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가운데 흡연,음주율 실태 현황에 따르면 성인 남녀 흡연율이 전북이 44.4%로 서울에 이어 2위로 낮았고 광주와 전남도 각각 45.1%와 45.4%로 5,6위로 낮았다.

전북과 전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은 서울 등 광역시를 제외한 건강문제에 관심 둘 여유가 적은 도 단위 지방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음주율은 어떤가. 타시도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양호하다. 전통적인 주법에 따라 곱게 적당히 마시기보다 훔쳤을때 왕창 처먹고 실랑이를 벌이는 산적떼들처럼 1차에서 취한몸 2차에서 고주망태가 되고 3차에서 주정뱅이에 등극한 기념으로 깽판으로 끝장내는 주폭이 사회 건강성을 망가뜨리는 골칫거리 사회문제가 되는게 오늘날 우리사회의 단면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일주일에 두차례 이상 술자리에서 각각 7잔(여자 5잔)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비율이 전남이 13.5%,전북이 13.7%,광주가 14.1%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지역 1,2,3위를 휩쓸었다.

반면에 시골지역에서 광역시로 승격한지 얼마안된 세종시(51.3%)와 그리고 강원(49.9%),제주(49.4%),경북(48.8%) 충북(48.4%)로 이들 5개 시.도가 흡연율 상위 1~5위에 올랐다. 고위험 음주 비율 역시 1,2,3위를 고흡연율과 마찬가지로 세종시(20.4%), 강원(19.5%),제주(18.8%)가 1,2,3,위에 올라 세종,강원,제주지역은 상대적으로 고주망태와 골초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나 여겨진다.

아내의 잔소리, 가정형편이 술 담배 끊게 만들어

이와같이 호남지역이 흡연율과 음주율이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부권위주의 가부장적 문화가 살아있다고 보는 강원,경북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권(女權)이 높다는 점을 든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2011년 조사한 가족관계 만족도와 가사노동등 중심으로한 성평등지수의 경우 전남지역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호남지역에서 아내의 간섭과 잔소리, 눈치때문에 마당이나 논두렁으로 나가 담배를 끊었다는 주민이 더러있고 마을 단위로 금주,금연마을 목표를 정해 흡연과 음주를 단체로 끊는 운동을 전개하는 마을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어 골초가 자취를 감추고 소주든 막걸리든 무작정 퍼마셔 인사불성 고주망태를 넘어 고성방가,노상방뇨,기물파손, 시비추태,가정폭력을 일삼는 먹고 취했다 하면 이른바 통제불능 개가 되는 주폭이 사라진 흡연음주 청정지대가 되어 수명장수 건강 낙원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음주,흡연울이 낮은 이유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여 무병장수하기 위해 건강관리에 대한 높은 인식을 가지게 된 결과라거나 말 그대로 남녀평등이라는 시대정신에 입각한 성평등지수에 의한 여성의 강한 발언권 때문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호남지역 가정주부들 가운데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남편과 백년해로를 하고 싶어 남편이 무병장수하게끔 음주,흡연을 그만 두도록 진한 부부애를 발휘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허리띠를 졸라매도 여유가 없는 어려운 가정형편이 잔소리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높다는 점이다.

사실 호남 경제는 박정희 정권이후 지역개발에서 소외되어 경제적 사막지대나 다름없는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과 전북이 재정자립도 최하위 1,2위이고 기초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최하위 역시 1~5위에 호남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포진하고있다.

지역경제가 이지경인데 가정경제야 말할게 뭐 있겠는가. 대한민국 경제중심지 수도권, 공업단지의 메카 영남, 대형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는 충남과 달리 풍년이 들면 가격 폭락으로 걱정, 가뭄홍수가 들면 농사 망쳐서 걱정인 농업이 주소득원인 관계로 가난을 천형처럼 짊어지고 사는 쪽박신세다.

이러다보니 낳아놓은 아이들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는 주제에 술 퍼마시고 담배연기 즐길 팔자냐며 바가지가 닳아 깨지도록 긁어대는 바람에 울며겨자먹기로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쥐구멍에 볕들날 희망깨져 술,담배생각 간절하나 돈이 원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든 또 높은 성평등지수에 의한 아내들의 발언권이 높은게 원인이 되어서든 술과 담배를 끊어 가정이 화목해지고 살기좋은 세월에 하루라도 더 좋은세상을 누리다 가는 장수만세도 지역나름이 아니겠느냐는 푸념도 없지 않다.

호남보다 월등히 잘사는 서울 강남이나 수도권,영남,충청지역민들이야 잘키운 자식들 효도받고 여윳돈으로 외국 여행 다녀오고 친목 동호회에 나가 뺑뺑이 돌리면서 좋은 음식에 돈들여 건강관리하며 좋은 꼴만 보고사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에반해 호남 농삿꾼들은 지나친 자학적 묘사일지 모르겠지만 담배,술 끊어 아껴봐야 푼돈정도니 자식들 교육 뒷바라지는 마음에 떡으로 끝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자식걱정으로 밤을 샌다.

처지가 이러하니 잘사는 지방사람들이 기본으로 간다는 동남아여행은 커녕 면단위 동갑들이 계를 만들어 가을추수가 끝날때 계원들이 쌀 몇됫박씩 회비로 수년동안 모은돈으로 관광버스 대절하여 설악산,경주 불국사, 형편이 나은 동갑계의 경우 제주도 여행다녀 올라치면 평생 소원을 풀었다고 밤잠을 설칠 정도라면 이아니 안타까울쏘냐.

무병장수하는게 이처럼 고단한데다 가르치지 못해 자식복도 만들어 놓지 못한 가정 가운데 객지에 나간 아들이 하는일마다 실패하거나 하는일이 안풀려 며느리가 봇짐을 싸 가정이 풍비박산난경우 아이들을 키워달라고 내려보내는 집 노인들은 손주 돌보는데 힘이 달리다보면 손주복까지 없다는 눈물 섞인 푸념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명절에 렌트카 빌려타고 온 아들이 자가용 사서타고 온줄로 알고 회관에 모여 십원짜리 고스톱 치면서 자랑하는게 낙이라면 이런 목불인견이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고단한 삶이 술,담배를 끊어야 하는 직접적인 원인인데다 결과적으로 좋은꼴,좋은세상 보다는 험한꼴,힘든세상을 인생 막바지까지 봐야하는 무병장수이니 오래 산다는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쥐구멍에 볕들날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가닥 희망마저 기대난망이 되었다.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호남인들은 지난 대선기간 내내 호남을 찾을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통합,대탕평을 외치기에 혹시나 호남의 아들 딸들도 감투맛 보고 경제 사막지대에 벌어먹고 살 공장 지어줄까 하던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막상 집권하자 감투는 경상도나 수도권이 갈라먹고 공장은 커녕, 호남이란 두글자를 당선이후 입밖에 내지 않은 부전여전 대통령을 보고 개꿈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대통합,대탕평 약속에 잔뜩 불렀던 헛배가 무통합, 무탕평 약속파기로 무너지는 억장을 막걸리로 풀어볼까 담배로 달래볼까 생각이 굴뚝같지만 이 또한 술값과 담뱃값이 원수인 호남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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