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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은 구호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매년 7% 성장할 수 있다" (대선 초반)

"5년 동안 연 평균 7% 성장할 수 있다" (대선 후반)

"임기 내 7% 잠재성장률을 갖추도록 하겠다" (당선 이후)

"6% 성장을 고집하지 않는다. 비전과 목표다" (지난 27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

역시 정치는 현실이다. 선거 기간에는 희망을 주는 구호를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 행동이지만 집권해서까지 그럴 경우 무모하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기간 이명박 후보의 핵심 선거공약인 '대한민국 747' (연평균 7% 성장, 10년 뒤 국민소득 4만달러, 10년 뒤 7대 강국) 가운데 그나마 가장 쉽다고(?) 할 수 있는 연 평균 7% 성장에 대해 결국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입장을 바꿨다. 강 내정자는 이 공약의 구상단계부터 참여한 핵심 인사다.

선거 전후 많은 경제학자들은 연 평균 7% 성장이 불가능한 것이란 지적을 해 왔다. 물론 일부 증권사에서는 대선 이후 '이명박 효과'를 이유로 올 6% 성장이라는 '비현실적' 인 전망을 내놓기는 했지만 지난해부터 나타난 미국 경제 침체 위기와 고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 금융위기 같은 대외여건이 4%후반대 성장 조차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연 평균 7% 성장이 불가능한 데 지금 우리 GDP의 2배 이상인 4만 달러 달성이나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2배나 큰 이탈리아(세계 7위)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한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성장률로는 1,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과 인도도 올해 잘해야 10%와 9%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인도와 우리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중국과 인도는 '전략적 개방'을 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전략 산업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고 금융시장은 개방이 더딘 상황이다. 정부 주도로 제조업 위주에서 하이테크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한 지원책을 쓰고 있고 국영기업과 정부가 철도와 도로 같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인도 역시 내수가 전체 경제의 2/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선택적 개방'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계 경제가 흔들리거나 금융 위기가 와도 이들 나라는 자체 인구와 국내 산업만으로도 성장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의 60%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이 흔들려도 중동과 중국에 수출하면 괜찮을 것이란 주장도-이른바 디커플링- 있지만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제품이 결국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이 40% 가까이 된다는 분석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1월에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며 2달 연속 적자를 나타냈고 특히 1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를 나타낸 것도 이를 뒤받침한다.

수출 증가는 주춤하고 있는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은 올라 수입 적자폭은 커지고 해외에서 쓰는 돈은 많아져 서비스 적자 폭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구상을 보면 '대외 개방'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 중국이나 인도가 택하는 '전략적 개방'을 택할 가능성도 없기때문에 대외변수로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은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지난 나라에서는 과거 1970년 대처럼 '잘 살아보세' 라는 구호로 '하면 된다'는 분위기로만 고도 성장을 할 수 없다. 70년대 개발경제시절 처럼 '전략산업' 을 택해 정부가 나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개방을 막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다. 더 이상 '구호와 꿈, 희망' 에 '경제성장률'을 끌어맞추지 말아야한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장기적으로 우리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해야한다. 6% 성장에 매달려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물가 급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때문이다. 이제는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할 때지 '구호'를 써 붙이고 '정신교육'을 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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