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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서 30일 조난... 살기 위해 그가 했던 충격적인 일들

[리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존 드라마, 영화 <정글>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 <정글> 영화 포스터
ⓒ (주)코리아스크린

현재 호주의 호러, 스릴러 장르 영화를 언급할 때 그렉 맥린 감독은 빼먹어선 안 될 감독이다. 호주의 외딴 지역을 무대로 한 <울프 크릭>, 인적이 끊긴 작은 섬에서 펼쳐지는 <로그>, 건물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나오는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 등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격리된 환경에 캐릭터를 던지고 극도의 공포를 끄집어내며 장르 영화의 토양을 일구었다.

줄곧 '살아남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은 그렉 맥린 감독이 새로이 메가폰을 잡은 <정글> 역시 고립과 생존을 파고든다. 이번에 무대로 삼은 곳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정글인 아마존이다. 이야기는 1981년 이스라엘 청년 요시 긴스버그가 동료 케빈, 마커스, 가이드인 칼과 함께 아마존 정글로 탐험을 떠났다가 30일 동안 조난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정글>이 영화로 완성되기까진 지난한 사연이 함께했다. 요시 긴스버그가 아마존에서 겪은 조난을 기록한 책 <정글>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자 많은 영화 제작자가 <정글>의 영화화를 제안했다. 제작자들이 제시한 영화의 방향이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와 인물들을 망가트린다고 느낀 요시 긴스버그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있는 그대로 옮기고자 마음먹은 제작자 다나 루시그를 만난 뒤에야 영화 프로젝트는 비로소 발동이 걸렸다.

▲ <정글> 영화의 한 장면
ⓒ (주)코리아스크린

영화 <정글>은 크게 2개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에선 요시(다니엘 래드클리프 분), 케빈(알렉스 러셀 분), 마커스(조엘 잭슨 분), 그리고 가이드 칼(토마스 크레취만 분)이 아마존에 도착하여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뒷부분은 정글에 혼자 남겨진 요시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묘사한다.

앞부분에선 인물 간의 관계가 도드라진다. 처음엔 순조로웠던 탐험은 마커스의 부상 때문에 지지부진해지고, 원망이 쌓이면서 갈등은 증폭된다.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유대 관계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요시가 짐승, 몸에 입은 상처, 굶주림, 변덕이 심한 날씨, 불개미와 거미 같은 벌레 등 정글의 다양한 위협과 싸우는 모습에선 자연의 위용과 인간의 의지란 구도가 뚜렷하다. < 127시간 >에서 암벽에 팔이 낀 아론이 처한 생사의 갈림길, <얼라이브>에서 40도나 되는 혹한에서 10주간 버틴 승객들, <식스 빌로우>에서 설산에서 먹을 것도 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맨 에릭 등 실화를 소재로 한 생존 영화의 인물들처럼 요시도 살고자 하는 본능을 불태운다.

▲ <정글> 영화의 한 장면
ⓒ (주)코리아스크린

그렉 맥린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정글>의 주제를 '우연한 깨달음'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요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 있음이란 무엇이지 깨달음을 얻는다"라고 부연한다. 영화는 끝까지 살아남는 요시를 묘사하고자 시각적인 면에 정성을 기울였다.

일부 장면은 볼리비아에서 찍고 대부분은 호주에서 진행된 영화 촬영은 기술적인 성취가 높다. 마치 실제로 아마존을 모험하는 느낌을 받는다. 장면 묘사도 과감하고 사실적이다. 요시가 머리에 난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이나 새알을 먹는 대목은 어떤 생존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한 충격을 안겨준다.

요시가 정글에서 느낀 강렬한 공포와 몇몇 멋진 장면 연출에도 불구하고 <정글>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올 이즈 로스트><캐스트 어웨이><더 그레이> 같은 생존 영화의 걸작 반열엔 오르기엔 역부족이다. 요시가 경험하는 여러 환각과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던 과거 장면은 모호함만 더할 뿐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와 닿질 않는다. 정글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는 칼의 말은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 <정글> 영화의 한 장면
ⓒ (주)코리아스크린

<정글>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단연 다니엘 래드클리프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에 오른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를 마지막으로 연기한 건 2011년 작품 <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2부>다. 이후 그는 <우먼 인 블랙><혼스><빅터 프랑켄슈타인><임페리엄><스위스 아미 맨>에서 쉽지 않은 역할을 맡으며 마법사의 이미지를 조금씩 털어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정글>의 상당한 분량을 혼자 소화한다. 그는 "요시의 여정 가운데 특히 그가 홀로 남겨진 이후의 부분에 마음이 끌렸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뜨거운 연기 열정은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이고 극심한 환각에 시달리는 요시 캐릭터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더 이상 해리 포터는 없다. <정글>은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데엔 실패했을지언정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어떤 배우인지를 증명하는 것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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