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의 아기와 함께 ‘상상의 遊泳’… 감동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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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노인경 작가의 작품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 가까운 공간이 등장한다. 2013년 브라티슬라바국제원화전시회(BIB)에서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던 ‘코끼리 아저씨와 백 개의 물방울’에는 목마른 아기코끼리들을 위해 가뭄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물방울을 나르는 아빠코끼리가 나온다. ‘나는 봉지’는 작가가 자주 거닐던 연남동 산책길이 배경이다. 관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곰씨의 의자’에는 혼자 작업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에 나온 그림책 ‘숨’은 작가의 가족 세 사람, 작가와 작가의 남편과 세 돌을 넘긴 아기가 주인공이다. 아기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낯선 설렘을 겪고 있는 부부에게는 안도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야기다. 배 속의 아기와 나눈 기적 같은 시간들을 더 늦기 전에 되돌아보고 싶은 부모라면 아기와 함께 이 책을 넘겨보기를 권한다. 작가는 아기와 부모의 첫 만남, 정성을 다한 보호 속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을 때 아기가 느끼는 완벽한 기분, 하나가 돼 같은 호흡으로 함께 바라보고 경청했던 세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자 없이 펼쳐지는 고요한 장면들은 한 장 한 장 분홍빛 숨을 쉰다.

아직 잠들어 있는 작은 아기를 향해 엄마와 아빠가 부드럽게 헤엄쳐간다. 숨을 나눌 정도로 다가가자 아기가 동그란 눈을 뜨고 깨어나 다가온다. 아기는 두 사람을 가로질러 자기만의 숨을 내쉰다. 세 사람은 탄생의 바다에서 온몸을 움직여 서로를 향한 환영의 무늬를 그린다. 손짓 한 번에서 아기가오리가 생겨나고 몸짓 한 번에 커다란 돌고래가 따라온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바다에서 모두 미리 만난다. 개구쟁이 해파리, 간지럼쟁이 문어는 미래로 데려가는 아기의 친구다. 겁쟁이 아기 물고기 한 마리가 누구보다 용기를 내어 모험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출산을 앞두고 불안한 엄마와 아빠를 달래는 아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뭉클하다.

많은 산모는 분만실에서 “아기를 믿고 용기를 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노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세 돌을 넘긴 자신의 아기에게 엄마 배 속에 있던 시절을 묻자 “재미있었어!”라고 말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그림책 속에서도 늘 앞장서서 신나게 헤엄치는 것은 아기다. 분만의 두려움은 출산이 다가올수록 묵직해진다. 그럴 때는 노 작가가 안내하는 대로 세 사람의 유영을 상상하며 고른 숨을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을 위한 꼭 맞는 호흡법 같은 그림책이다. 64쪽, 1만6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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