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28.해삼

 

 

해삼(海蔘)은 효능이 인삼에 필적한다 하여 말 그대로 '바다의 인삼'이란 뜻이며, 생긴 모양이 오이와 흡사해 영어로는 '바다오이(Sea cucumber)'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물 밑에 쥐처럼 생긴 것이 천천히 기어 다닌다고 해서 '해서(海鼠)'라 부른다. <물보>와 <오잡조>에는 해남자(海南子), <문선>에는 토육(土肉), <자산어보>에는 해삼(海蔘)이라 기록되어 있다.

해삼은 불가사리, 성게 등과 같이 극피동물에 속한다. 극피동물이란 가시 극(棘) 껍질 피(皮)로 껍질에 가시 같은 게 돋은 생물이라는 뜻이다. 해삼은 어두운 곳을 좋아해 주로 바위 같은 곳에 붙어 생활하며, 먹이를 먹을 때는 바닥을 기어 펄이나 모래를 입에 넣어 유기물을 흡수하고 그 외에는 밖으로 배설한다. 이러한 해삼의 먹이활동은 유기물이 태반인 바닥을 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돌기해삼은 냉수성으로 수온 17도 이하에서는 먹이활동이 활발해 성장이 왕성하나 수온이 올라갈수록 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에 약 25도가 되면 수온이 낮은 깊은 곳으로 내려가거나 외해로 이동해 여름잠을 잔다. 따라서 해삼은 실질적인 성장기인 가을부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동지 전후에 가장 맛이 좋다.

해삼에는 인삼의 대표적 약효 성분 사포닌(saponin)의 일종인 홀로톡신(holotoxin) 성분이 많아 남자들에겐 정력을 강화시켜주고 여자들에겐 임신 중 몸을 보(補)하는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몸이 허약한 여자나 태반이 약한 임산부에게 인삼 대신 해삼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해삼이 임산부에게 좋다는 말을 듣고 시골 할아버지가 해삼 서너 마리를 사 지푸라기에 꽁꽁 묶어 집에 와보니 해삼은 녹아 없어지고 지푸라기만 남았다는 일화도 있다. 지푸라기에 있는 고초균 때문에 해삼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느릿느릿한 해삼에게도 생존전략이 있다. 바로 아낌없이 내주는 것이다. 해삼은 적의 공격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받게 되면 창자를 몸 밖으로 쏟아내 위기를 탈출한다. 해삼은 재생 능력이 탁월해 창자를 배출해도 죽지 않으며 횡으로 잘라 수조에 넣어두면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두 마리가 되어있기도 한다.

해삼의 창자로 만든 젓갈은 일본어로 '고노와다'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에게 최고의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고노와다는 성게 알(우니)과 숭어의 알집을 소금에 절여 말린 '카라스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진미로 꼽힌다.

그렇다면 어떤 해삼이 좋은 해삼일까? 좋은 해삼은 뿔이 뾰족하고 길며 뿔의 수가 많은 것이다. 수온이 낮은 곳에 사는 것일수록 뿔의 모양이 좋고 수도 많아 최상품으로 분류되며, 따뜻한 곳에 사는 것일수록 뿔이 뭉툭하거나 돌기 자체가 없는 것도 있어 하품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 해삼의 90%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은 예로부터 해삼을 불로장생의 식품으로 여겨왔으며 연 25만톤, 17조원의 해삼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해삼은 중국에서 원숭이 골, 상어 지느러미와 함께 3대 진미이자 황실 향연 최고 요리로 꼽힌다. 유통 문제로 주로 말린 건해삼이 사용되는데 이는 해삼을 건조시키면 무게가 95%까지 줄어들지만 다시 물에 담가두면 원래 형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중국 해삼 가격의 경우 자연산 고급 건해삼은 500g 한 상자에 600만원 내외다. 중국 내에서 건해삼은 화폐대용으로도 거래되며 뇌물용으로도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초반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고가의 건해삼은 거래가 많이 줄었으며 중저가 해삼 소비가 많아졌다.

세계적으로 식용가치가 높은 상품의 해삼은 중국 산둥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우리나라 백령도와 동해안 등에서 생산된다. 나들이하기 좋은 요즘 가족, 연인과 함께 소래포구나 연안부두에서 바닷바람도 쐬고 보양식으로 싱싱한 해삼을 먹으면서 환절기 건강을 챙겨보자.

/김동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