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 중간선거 한 달 앞…트럼프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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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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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치러지는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 미국은, 2년 임기의 연방하원 435석 전 석을 바꾸고, 6년 임기 상원 100석 가운데 약 3분의 1인 35석을 새로 뽑는다. 50개주 가운데 36개주가 주지사를 새로 선출한다.

선거의 최대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다. 또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에 빼앗겼던 야당 민주당이 과연 의회의 주도권을 되찾을지도 관심사다.


■ 親트럼프 VS 反트럼프, 격렬한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지속적으로 이른바 '자질'논란에 시달려왔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초강대국이자 대표적 민주국가인 미국을 이끌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에 사임 압박을 하고, 주요 정책에 대해 장관 등 핵심 정책결정권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은 즉각 배척하는 등 민주국가 리더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자질 논란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의 '나는 트럼프 정부 내 반란군이다'라는 칼럼에서 "트럼프 정부 핵심 관료들이 대통령에 대한 행정부 쿠데타까지 논의했다"는 내용이 공개되고,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심층 인터뷰해 저술한,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출간으로 절정을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찬반여론이 강력히 분열돼 있다는 점은 중간선거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식 아젠다를 내건 친 트럼프 성향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고, 민주당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탄핵까지 주장하는 후보들이 크게 어필했다.

자질 논란과 더불어, 이른바 '트럼프 식' 새로운 정책 기조 역시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탈퇴하고 나프타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무수한 다국적 무역협정을 재협상했다. 또 철강 관세 등을 앞세워 유럽 등 전통적 우방국가들과 무역 마찰을 빚었고, 중국과는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 받는 무역 전쟁에 돌입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 우선주의라 부르고 있지만, 야당은 이를 전통적 자유무역주의의 틀과 동맹외교를 파괴하는 고립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동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던 오랜 전통을 깨고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오바마 대통령 시절 어렵게 합의한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는 군사작전을 강화하는, 균형적이기보다는 편중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나토에 대한 지원금 삭감, 일본과 한국의 미군 주둔 비용 삭감 등, 비용을 이유로 안보 동맹을 약화시키겠다는 이례적 주장을 펼쳐왔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하고, 국제이주협정,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에서도 탈퇴해 인권, 환경, 이민 문제 등에서의 국제적 역할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견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중공업지대(러스트벨트)와 농장지대(팜 벨트) 주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강하다. 아직은 미완의 비핵화 숙제가 남아있지만, 북한의 실질적 군사 위협을 중단시킨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외교적 성과다.

이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경제 호황도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점이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4.2%로 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3%대까지 떨어져 실질적 완전고용상태인 5%보다도 훨씬 아래다. 8월 임금 상승률은 2.9%로 9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의 호황이 오롯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금융 위기를 극복한 경제 호황이 오바마 대통령 말기부터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는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민주당의 '푸른 물결' 얼마나 강할까?

전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더 강한 가운데, 역사적으로도 대선과 대선 사이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는 단 3차례만 제외하고는 모두 여당이 졌다. 남북전쟁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하원에서 평균 32석, 상원에서 평균 2석을 잃었다.

특히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중 중간선거, 게다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미만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당이 참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40% 이하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푸른 물결'(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을 빗대어 민주당의 선거 주도를 칭하는 말)은 얼마나 강하게 불 것인가?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는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둬 현재 미국의 의회는 공화당에 장악돼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241석, 민주당이 194석이고, 상원은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전원을 새로 뽑는데다 은퇴 등으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이 40여명이나 돼 정치 공학적으로도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돼있다.

최근 선거전문 예측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하원은 공화당 우세 189석, 민주당 우세 206석, 경합 38석으로 집계됐고, 경합주에서도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일 미 선거분석사이트 '538'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확률이 76.9%, 공화당이 승리할 확률은 23.1%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일단 선거를 한 달 앞둔 현재 하원 선거에서는 압도적 판세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원은 사정이 다르다. 새로 뽑는 35석 가운데 26석이 이미 민주당 의석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려면 26개의 기존 의석을 모두 수성하고 2석을 더 보태야 한다. 쉽지 않은 목표다.


■ 대선 때보다 뜨거운 열기에 민주당 고무

민주당에게 변수는 투표율이다. 젊은 층, 유색인종, 여성 등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도 투표율에서 발목을 잡혀 선거에서 그만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무조건 투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유권자로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에 좋은 신호가 있다. 지난 9월 25일 미국 유권자 등록의 날, 하루 등록 유권자 수가 80만명에 달했다. 당국은 대선이 같이 치러지지 않는 중간 선거라는 점을 감안해 이날의 유권자 등록 수를 30만~50만명 정도로 예상했으나 2배가 되는 수가 등록을 한 것이다.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둔 유권자 등록의 날(매년 9월 넷째 화요일)에도 하루 유권자 등록 수가 73만3천여건이었던 것에 비춰본다면 이번 중간 선거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절반이 "이번 선거에 과거 선거보다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2016년 대선 이후 지역별로 간간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열정적으로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올해 민주당 예비선거의 총 투표수는 2014년 중간선거에서의 투표 수보다 무려 84%가 늘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권조사기관들은 모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확신했었지만, 경합주 대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머쥐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유권자 투표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수를 압도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한 달 이후까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적어도 하원 만큼은 민주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상원을 장악하지 못하더라도 하원을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시때때로 딴지를 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2021년 '10년 단위 선거구' 재획정에도 영향

지난 2014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민주당은 주지사 수에서도 공화당에 한참 뒤져있다. 50개주 중 33개 주의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그런데 이번에 치러지는 36개주 주지사 중 26개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 민주당이 9개주, 무소속이 1개주여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게 주지사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주지사 선거는 지역 정치뿐 만아니라 연방 정치적 차원에서도 사뭇 중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경합주에서 효율적인 선거전을 펼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합주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주지사 선거의 결과가 2020년 대선 선거운동의 효율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10년마다 전수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한다. 다음 인구조사는 2020년에 행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10년간의 선거구가 2021년에 확정된다. 2010년 중간선거 가운데, 특히 주지사 선거에서의 공화당의 승리는 2011년 이후 10년간 공화당에 유리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으로 귀결됐다. 이번에도 주지사 선거 결과는 2021년 선거구 재획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제 2의 '여성 정치의 해'?

이번 선거의 또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여성 도전자들의 획기적인 증가다. 상원, 하원,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럿거스대학 여성정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한 여성후보는 모두 476명, 그 가운데 235명이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본선 티켓을 따냈다. 기존 여성 역대 최다 출마 기록이었던 2012년 298명, 기존 역대 최다 예비선거 승리 기록인 2016년 167명을 모두 갈아치웠다. 상원 역시 53명이 도전해 22명이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기존 기록을 바꿨다.

이같은 여성들의 정계 도전 증가 역시 일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과거 유부녀 성추행담을 자랑한 녹음테이프 공개 등으로 성 평등에 무지한 인물로 지목된 데다, 최근까지 10여명의 여성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각종 성 관련 혐의들을 공개 제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캐버노 대법관 후보를 둘러싼 성폭력 논란은 이같은 여성들의 반트럼프적 경향에 불을 부었다. 캐버노는 낙태 등 여성 관련 이슈에서 보수적 판결을 내린 법조인으로, 여성계는 캐버노 지명 때부터 격렬한 반대 운동을 펼쳤는데, 캐버노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여러 건의 성폭력 시도 혐의기 불거져 상원 인준 투표가 지연된 상태다.

만약 캐버노 후보가 인준 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설사 캐버노 후보가 상원에서 대법관으로 인준이 되더라도 '역풍'이 불 수 있다. 1991년 토마스 대법관 후보 인준 당시,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성추행 혐의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토마스 대법관을 인준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을 진원지로 여성 정계 진출 바람이 불어, 28명이던 여성 연방하원 의원의 수가 47명으로, 2명이던 여성 상원의원의 수가 6명으로 늘었고, 공화당은 강한 역풍 속에 참패했다.

지난 달 CNN 여론조사에서는 여성 유권자의 67%가 트럼프에 부정적이었고 호의적인 여성 유권자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라는 입장의 강도가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CNN은 여성 후보자들이 경합주에 많이 출마해 많은 수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성 후보들에게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트럼프의 운명'이 달려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제, 이민, 외교 등 무수한 이슈가 있어도 역시 중간선의 최대 변수는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선거의 결과가 곧 대통령의 향후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이 워싱턴 기성 정치 흐름에 맞지 않아도 의회가 공화당에 장악돼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의회가 입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편리하게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의회의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다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의회는 사사건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인 러시아 대선 개입 특검의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의 측근들의 대선 때 러시아와의 관련성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다 현재는 민주당이, 여론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오더라도 실행에 옮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입에 올리기조차 조심스러워하지만, 의회를 장악한다면, 탄핵을 시도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재선 도전은 순조롭겠는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반기,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운명의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박에스더기자 (stell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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