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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인터뷰]'암수살인' 김태균 감독 "김윤석X주지훈, 찍고나니 느낌왔다"

영화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 인터뷰[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영화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감옥에서 연쇄살인을 고백한 살인범. 그 진술에 의존해 범죄를 입증해야하는 형사. 그 둘의 팽팽한 긴장이 가득 담긴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오랜 시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그 모티프는 2012년 나온 시사고발프로그램이었다. 운명이었는지, 그해 첫 장편영화를 내놨던 김태균 감독은 우연히 TV를 돌렸다가 눈에 띈 프로그램을 끝까지 정신없이 보고 말았다. 곧장 사건의 무대인 부산으로 내려가 취재에 들어간 박 감독은 꼬박 1년을 취재에 쏟은 뒤에야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여느 범죄드라마와는 방향과 에너지, 캐릭터가 다르다. 그와 함께 영화의 재미를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암수살인'은 살인마를 잡아들이려 분투하는 대신, 감옥에 잡아둔 그의 범죄를 입증하는 데 힘을 쏟으며, 결국 이를 통해 억울한 죽음들을 밝혀내고자 기를 쓴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은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서 주먹을 휘두르는 형사가 아니라 정장에 구두를 신고서 두툼한 수첩과 펜을 무기로 삼은 형사다. 끔찍한 범죄의 희생자들을 사건파일의 증거목록이 아니라 살아 숨쉬고 있던 하나의 인간으로 마주했던 형사의 태도는 '암수살인'이란 영화의 태도이기도 하다. 진짜 이야기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 김태균 감독의 목표였다. 그를 만났다. 감독은 신인 감독의 길을 믿고서 같은 방향을 바라봐 준 제작자와 배우들에게 감사를 돌렸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봄,눈'이 데뷔작이다. 전혀 다른 2번째 영화를 내놨다.

▶그것도 부산이 배경으로, 개인적 경험과 실화가 바탕인 작품이다. 그 작품이 제게 준 생각들이 있다. 그것이 저를 많이 성장하게 한 것 같다. 반성도 많이 했고. 다른 아이템을 준비하던 터였는데 우연히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다. 끝날 때까지 채널을 못 돌리고 봤다. 형사와 살인범의 관계가 특별했다. 살인범은 경찰을 도발하고 형사는 피해자를 밝혀야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크게 느껴졌다. 마치 형사가 큰 수수께끼를 받은 오이디푸스 같고 살인범이 스핑크스 같았다. 그 때는 진행형인 사건이었지만 그 관계가 아이러니가 흥미로웠다. 부산에 바로 내려가서 실제 형사님을 쫓아갔다. '봄, 눈' DVD를 갖고가 드리고 부산 사람들은 곽경택을 다 아니까 '억수탕' '닥터K' 조감독을 했다고도 했다. 22년차 베테랑 형사 아닌가. 제 진정성을 알아봐 주셨고, 바로 케미스트리가 일었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싶어 나름대로 검증도 하고 주변부 인터뷰도 했다. 바로 글을 쓰지 않았고 1년 정도 취재를 했다. 상황과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 이면의 방대한 이야기를 취재를 통해 알아갔고 응축해서 대본이 나왔다.

-출발이 그래서일까. 김윤석이 맡은 형사 형민의 캐릭터가 리얼했다. 실제 경찰서에 가 보면 조폭과 구분이 잘 안 되는 강력반 형사들도 있지만 또한 단정하지만 집요한 전혀 다른 형사들도 많은데 영화에서는 등장한 적이 별로 없다.

▶실제 형사님의 진정성, 캐릭터가 녹아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사건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 분의 말씀 중 '피해자나 유족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가장 진정성을 느꼈다. 피해자가 누군지 찾아내야 진실을 증명해 단죄할 수 있다는 사건 자체의 특성이 사람에 집중하는 형민의 태도로 귀결된다. 관습적으로 형사는 살인범을 잡는 게 목표다. 그것도 맞지만, 이 부분이 저에게는 충격이었다. 스스로에게도 많이 물었다. 형사-살인범 이야기가 많은데 나는 왜 그 이야기를 또 하려하나. 답이 여기에 있었다. 그 피해자에 대한 태도, 이 사건의 특성. 실화가 바탕이기도 하지만 그런 '런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 했다. 인위적으로 장르적으로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형사 이야기. 거기서 출발해 확장해 나갔다. 그 프레임 안에 모든 게 있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형사 형민은 중얼거리며 희생자들을 향해 말을 건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그 분이 사건현장에서 중얼중얼거리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인상적이었다. 절실함이 잘 보이기도 하고. '암수살인'은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달려가는 영화일 수 있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 사회에 대한 예의가 있는 형민의 태도이기도 하다. 탐문할 때도 정장을 입고 예의를 갖추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형민에게 녹였다.

-실제 사건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도 자극적인 부분을 덜고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실화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접근했다. 피해자들이 수사 보고서의 증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희생되기 전 그저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정중하게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강조했던 게 프레임 밖에서 표현되는 방식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도든 걸 표현하지 않고 제한하고 생략된 표현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삭제된 대목에서조차 많은 게 생략돼 있다. 사실은 지금이 애초의 감독판이라 할 수 있다. 의도에 부합하는 버전이다.'그것이 더 무섭다고도 생각했고, 살인범이 마치 일상처럼 범행을 이야기하는 데 잔혹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폭력미학'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거듭되는 접견실 장면이 긴장의 핵심이다. 형민과 살인범 태오 단 둘이 등장하다시피 하는 장면을 거듭해 촬영해야 해 더 많은 계산과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정적일 수밖에 없다. 상업적으로 어떻게 긴장감을 높일 것인가 고민이 컸다. 철저하게 형민의 관점을 관객이 따라가게 하자. 형민이 얻는 정보를 통해서 관객이 똑같이 판단하고 수사하듯이 그 감정까지 적극적으로 따라갈 수 있게 해야 긴장감이 생긴다고 봤다. 반복적인 패턴에서 디테일한 감정들이 드러나는데, 1차 2차 3차 감정들의 고저가 다르고 사건의 케이스가 다르다. 그걸 통해서 개입 긴장감 유지되게 했다. 사실감과 몰입감에 중점을 뒀다. 진짜같은 이야기여야 관객이 설득되고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접견실도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그래야 몰입감이 높겠다고 생각해 현실의 빛을 재현하려고 했다. 김윤석 선배가 이렇게 조명을 '깎는' 현장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 황기석 촬영감독이 20년지기인데, 사실주의로 가면서 입체적인 조명은 거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입체감과 공간감을 살리는 렘브란트의 조명이 있었다면, 저는 이 쪽이 좋겠다고 폴 세잔의 그림을 보냈다. 렘브란트 식이 구현된 것이 과거 장면들인데 색도 강하게 썼다. 반면 현실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세트도 거의 없어, 짓더라도 실제 공간에 드레싱을 한 정도다.

-클라이막스라 할 접견실 장면에서 쓴 음악이 궁금하다.

▶그 곡은 우리 목영진 음악감독께서 작곡한 곡이다. 전반적으로는 요제프 안톤 부르크너의 교향곡 9번 미완성 곡이 저에게 영감을 줬다. 불협화음이 폭풍 속에서 휘몰아치는 느낌이 있다. 다른 영화라면 치고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장면이라 정서적 음악이 필요했는데, 접견실의 마지막 클라이막스가 맞다고 봤다.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다. 촬영에서도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날이다. 활시위가 팽팽했다. 완벽한 콘티가 중요한 현장이 있지만 저희는 유기성과 생동감이 중요했는데, 그래서 A B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장면을 찍고 나니 안심이 되더라. '이 영화 됐어!' 이런 느낌이더라.

-첫 촬영은 어떤 신이었나.

▶도입부의 자갈치시장 장면이다. 순서대로 찍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프로덕션이 허락하는 만큼은 순서대로 찍었다. 태오 입장에선 살인 행위를 먼저 하고 형민과 만나는 게 다를 거고 제게도 배우에게도 도움이 왼다고 생각해 과거 신을 먼저 촬영했다. 그래서 칼국수집 신에서 보이지 않는 텐션이 있다. 그런데 자갈치시장 첫 촬영이 위기였다. 사실 워밍업 할 수 있는 편한 신이 아니다. 통제도 안되고 계산되지 않는 사람들이 막 튀어나오고. 손발도 좀 안 맞고 제 스스로도 오랜만에 현장에 나오니까 헤매더라. 무리수가 좀 있었던 거다. 그날 목이 다 쉬었다. 시작을 그렇게 강렬하게 하고 나니 그 다음은 비교적 수월해졌던 것 같다.

영화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김윤석을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이전에 작품을 제안했다가 성사되지 않은 적이 있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고 기본적 신뢰가 있다. 매 작품에서 보여주는 독보적 인장이 있다. 그 분이 또 다른 형사 역할을 해내실 거란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 저는 영화의 두 남자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포커를 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고조되는 감정들이, 물리적 에너지 파장이 보였으면 했다. 윤석 선배에게 그 눈빛이 있다. 제가 윤석 선배에게 '눈빛으로 연기 다 한다'고 그런다. 화면으로 잡으면 그냥 끝난다. 웃고 있는데 안에서는 에너지가 막 보인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치고받는 액션이 없는 가운데서도 긴장이 유지될 수 있다. 당연히 김윤석이었다.

-주지훈은 어땠나.

▶이걸 소화할 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좋은 배우를 제가 몰랐더라. '아수라'를 보고 캐스팅했다. 그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욕망을 드러내다 파국을 맞는 걸 보고 '이야 잘하는 배우구나' 했고, 영화 '좋은 친구들'을 보고 다시 실감했다. 주 배우가 가지는 에너지와 욕망이 우리 태오의 찰랑거리는 에너지와 맞는다고 생각했다. 주 배우가 할지 말지도 모르면서 피디한테 가서 '우리 태오 찾은 것 같애'라고 그랬다. 마침 윤석 선배도 주지훈이란 배우를 만났는데 너무 좋다고 하셨다는 거다. 주 배우가 꼭 한 작품 하고 싶다고 인사를 했다더라.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파고와 에너지가 왔다갔다 하고, 기존 연쇄살인마와는 결이 다르다. 이런 역은 누구나 하고 싶지만 평생에 한 번이다. 그래서 훨씬 더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런데 감독은 신인이지, 얼마나 고민했겠나. 배우 입장에서는 기댈 데가 필요했을 거다. 윤석 선배에 대한 신뢰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게 제게도 큰 힘이 된 것 같다.

-총괄제작을 맡은 곽경택 감독이 주지훈의 사투리를 매일 지도했다고 들었다.

▶요청을 드렸다. 대본에 참여하셨으니 거기부터 이해를 하고 있는 데다, 제작자인데 어쩌겠나. 1호 조감독인데. (웃음) 사실적인 몰입감, 완성도에 굉장한 기여를 해주셨다. 부산사람이 아닌 제가 지도했다면 장님이 길을 안내하는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사실 배우가 사투리를 해내는데 급급해서 갇힐까봐 걱정을 했는데, 사투리만 해내는 게 아니라 감정까지 제대로 해 냈다. 이 배우는 특히 초반 스퍼트와 집중력이 좋아서 두세번 만에 오케이가 나오곤 했다.

-드디어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데. 호평도 많다.

▶최선을 다 했다. 장르의 통념을 깼다는 칭찬을 해주셔서 사실 가장 안도가 됐다. 내 영화는 뭔가 달랐으면 좋겠다는 건 모든 감독이 바라는 바다. 신인 감독이 이런 길을 가려면 벽이 많다. 대게 장르적 관습에 맞게 가도록 유도하니까. 감독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같이 바라봐 준 제작자, 동참해주시고 그렇게 가야한다고 힘을 실어준 윤석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혼자 가겠다고 하면 벽에 부딪혔을 것 같다. 개봉을 맞은 심경은 평온하다. 겸허하게 결과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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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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