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커피도 안 주는 요양원, 차라리 감옥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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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4. 오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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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작가 잉엘만순드베리, 세 번째 책 ‘우아한 강도인생’ 들고 방한



가끔 여러 사람 몫의 인생을 사는 듯한 사람을 만난다. 노인 다섯 명이 강도단을 만들어 나서는 모험을 그린 소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70·사진)가 그렇다.

15년 동안 수중고고학자로 핀란드, 호주, 캐러비안 해안 등에서 바닷속 유물을 발굴했던 작가는 문득 유물 발굴이 매번 비슷하단 생각이 들자 일간지 기자가 된다. 나이 마흔 둘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자신과 닮은 캐릭터인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 그리고 정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2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얄밉기 마련이지만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특유의 에너지와 유머로 주변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잉엘만순드베리가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의 세 번째 책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열린책들)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유쾌하게 “굿모닝!”이라고 외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10년 전 요양원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주방도 있고 돌봐주는 직원도 있었죠. 커피도 자유롭게 마시고 예술가들이 방문해 공연도 펼쳤어요. 그런데 정부가 바뀌면서 비용 절감을 한다면서 직원을 5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외출도 불가능하게 됐죠.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도 세 잔으로 제한했어요. 노인들이 커피도 원하는 대로 못 마시게 하는 데 화가 났죠. 감옥도 하루 세 끼가 나오고 체조를 하는 시간도 있고 외출 시간도 있습니다. 요양원 대신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죠.”

2012년 발표한 <감옥에 갇힌 메르타 할머니>는 이렇게 시작됐다. 답답한 노인 요양원에서 사느니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며 범죄를 저지른 메르타 할머니와 친구들은 감옥이 답답해지자 강도단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돈을 모은다.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에서 카지노를 털던 노인들은 이번에는 지중해의 휴양도시로 가서 초호화 요트를 훔치기로 하고, 부자들 상당수가 탈세와 사기로 돈을 모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스웨덴은 ‘선진 복지국가’의 이미지이지만 모든 국민이 행복한 건 아니다. 작가는 “스웨덴 인구 1000만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300만명이다. 책을 쓰고 나자 정부가 초대해 노인들 상황이 그렇게 나쁘냐고 물어봤다. 책에 나온 것보다 현실이 훨씬 나쁘다고 대답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은 무겁지만, 이야기는 유쾌하고 따뜻하다. 작가는 “책을 쓰는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을 웃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연령과 남녀를 불문하고 널리 사랑받았다. 최연소 독자는 7세, 최고령 독자는 106살이다.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인기의 요인이 됐다.

작가는 좋은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삶은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다.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긍정적 시각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또 “체조를 비롯한 운동과 야채와 과일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강조했다.

작가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의 네 번째 책도 집필 중이다. “저는 뇌가 잠을 안 자는 것 같아요. 40살쯤 되어 책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이미 자기 안에 갖고 있는 책이 두꺼워 쓸 이야기가 많아요.”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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