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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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제정 90주년을 맞은 가운데 건설업계 용어순화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한글과 영어, 독일어가 뒤섞인 건설용어를 비롯해 현장에서는 야시바, 가다와꾸, 나라시 등 일본어 잔재가 씻기지 않은 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단을 비롯 일부 공기업서는 철도건설용어를 순화하는 작업을 벌이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한글 사용이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8일 국립국어원, 한남대 국어문화원,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용어집을 비롯 건설현장에서 서양말과 일본어 등 외래어 사용이 만연하고 있다.

건설전문용어 중 `철근콘크리트라멘조`의 경우 철근은 국한문, 콘크리트(concrete)는 영어, 라멘(Rahmen)은 뼈대구조를 뜻하는 독일어로 총 3개 언어가 뒤섞여 있다.

다가구 주택에 많이 차용되는 건축법인 `필로티(pilotis)`의 경우 프랑스어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제창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건설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건설현장소장과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가다와꾸(거푸집), 아시바(비계), 쓰미(벽돌공), 나라시(고르기), 기레쓰(균열), 가베(벽), 가꾸목(각목) 등 일본어가 작업용어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대전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서양식 건축이 국내에 도입되며 일본건설업계가 쓰던 용어가 토착화된 것으로 100년이 넘게 쓰이다 보니 뿌리 뽑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립국어원이 2000년대 초반부터 사례집과 순화어 수첩 등을 나눠줬음에도 불구, 업 자체가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본식 용어를 비롯해 외래어가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8월부터 핸드레일(안전손잡이), 열차다이아(운행도표) 등 어려운 철도용어를 순화어로 대체하는 `철도 전문용어 표준화`를 추진하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한글 표준화, 순화 작업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국어 학계에서는 건설용어와 현장용어, 법률용어마저 외래어가 사용되는 것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전문용어는 순우리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국한문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외래어를 그대로 남발하는 경향이 많다"며 "업계나 관계자들이 전문성이 있어보이려 건설용어나 현장 속어 등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적 사고며, 한글 순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래어를 쓰는 것이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을 사회 전반이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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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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