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월 독자권익위] “맘키즈 혐오 등 기획물 시의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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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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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 9월 회의가 지난달 19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최근 지면을 평가하고 개선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숙명여대 미디어 학부 교수인 배정근 위원장과 권선희(사이출판사 대표) 김동훈(고려대 교수) 박홍빈(취업준비생) 신정호(한국리서치 이사) 신현호 (경제 칼럼니스트) 이상민(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이용백(현대상선 대외협력실장) 위원과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배정근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편되어 많이 좋아졌다. 검색 문제 등 시스템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듯하다. 외국 언론은 기사 중간의 중요 키워드를 누르면 관련 기사로 바로 링크된다. 우리는 그리 하는 언론이 없는데 비용 때문인가.

이용백

데이터를 심을 때 디렉토리를 잘 설계하면 가능하다. 무작위로 데이터를 저장하면 나중에 그런 활용을 하기 어렵다. 홈페이지의 인터넷 기사 중간에 ‘남성力 50배 향상 비법은 이것…’ ‘로또1등 당첨 6자리 패턴 사실로…’란 광고가 부제목처럼 들어간다. 외우게 될 정도다. 다른 언론사는 기사 앞에 광고 제목을 넣거나 하는 일이 없다.

배정근

시의 적절한 기획이 많다는 외부 평이 있다. ‘맘키즈 혐오사회 실태 보고서’(9월8일자)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뤄 적절했다.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이혼ㆍ실직ㆍ부도에 은둔형 외톨이로…위기 내몰린 중년 1인가구’(9월11일자)도 중년 1인 가구 세대들의 소외감, 어려움을 잘 보도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고 화제가 되는 기사들은 과감히 실었으면 좋겠다.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단순히 인기가 높다는 사실 말고도 사회적, 산업적 현상 측면에서 짚어줄 부분이 많았다.

북 섹션이 2개 면(책과 세상)이다. 한 면에 너무 많은 기사가 들어가 보기에 답답하다. 북 섹션의 수요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유가 생긴 직장인들이 무언가 배우려 하는데, 결국 책을 찾는다. 북 섹션이 8개 면인 언론도 있다.

신현호

금요일 자에 실리는 북 섹션의 한 면은 책 리뷰, 다른 한 면은 책과 관련된 인터뷰다. 북 리뷰는 굳이 기자나 신문사라는 소속기관이 없어도 할 수 있다. 페이스북만 봐도 전문성을 갖춘 비평가들이 많다. 지면 기사는 이들의 비평과는 다른 장점이 있어야 한다. ‘#무슨 책 읽어?’는 인터뷰 대상이 김봉진 박주민 고아성 박정민 박지선 등 유명인 위주다. 흥미롭지만, 사생활 얘기보단 그들이 읽는 책 얘기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한다. 책과 관련된 공간들, 도서관, 오프라인 작은 서점 등 매력적인 곳이 많이 늘었다. 애착을 갖고 알렸으면 한다. 그 공간에 대한 분석, 서점 주인과 인터뷰, 도서관의 국제적인 추세 등은 신문이 다룰 수 있다. 신문이 가진 장점에 집중하고 경쟁력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줄였으면 한다.

신정호

‘책과 세상’ 지면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본질이다. 나는 지면이 기본에 충실해 좋았다. 내용이 깔끔하고 잘 전달되어 읽고 싶게 하는 끌림이 있었다. ‘#무슨 책 읽어?’는 김민정 시인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다. 책 소개에 충실할 때도 있지만, 너무 살아가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 어떤 책이, 어떤 장르가 감동 또는 큰 의미가 있었는지 집중하면 좋겠다.

‘사람들’ 면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은 부고 기사다. 누구의 모친, 누구의 부친, 누구의 장인 등의 나열인 부고기사가 꼭 필요한가. 사람이 포커스 되어 있지 않은 일반 기사 성격의 것들도 꽤 있다. 토요일자 ‘Data+Design’지면에는 불만이 있다. 분석적이어야 하는데 단순한 데이터 나열이 많다.

김동훈

북 리뷰가 단순 요약, 단순 인터뷰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정보는 웹이나 포털, SNS에서 더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금의 리뷰 기사들에서 한국일보만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 책 소개, 리뷰들을 무게감 있게 다루면 어떨까. 책이나 공연, 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보고 싶다. ‘기민석의 성경속 이야기’는 중고등학생 대상의 성경 공부처럼 되어 버렸다. 내용과 포커스를 조금 바꿨으면 좋겠다. 인류역사가 종교역사라고도 할 수 있고, 종교와 신학이 고민하고 생각한 것 중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박홍빈

기독교 신자인 나도 ‘기민석의 성경속 이야기’를 보고 놀랐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는 한국일보에 대한 반감이 들 수도 있겠다. 수요일자에 실리는 ‘겨를’을 중심으로 봤다. 여행 코너가 실제 살아있는 정보를 담았으면 한다. 기자들이 하기에 힘든 부분은 대학생 기자단이나 젊은 세대들을 활용하면 어떨지 싶다. 여행 기사에서 한 지역의 여러 곳을 소개하는데 어떤 때는 지도가 없다. 의미 없는 사진을 조그맣게 붙여놓기도 하는데, 그럴 바에야 풍경이나 물체를 과감하게 보여주는 게 낫다. ‘웹예능 와썹맨 떴다…TV예능 부럽지 않아, 뺌!’(8월28일자)은 중장년층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소개해준 기사다. 짧은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웹 예능이 왜 유명한지, 유행인지 설명하고 분석까지 해놨다. ‘백조의 호수, 춤 배우며 파킨슨병 환자가 웃었다’(9월4일자)는 춤을 배우면서 파킨슨병 환자가 어떻게 치유되는지, 문화와 접목된 다른 이야기를 보여줘 의미가 있었다.

이상민

여행 기사는 현장 취재와 자료 기사의 편차가 크다. 직접 현장 사진을 찍은 ‘천일염 간이 밴 담백한 굴비, 수라상 부럽잖네’(9월19일자)와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인 ‘시간이 멈춘 DMZ… 평화를 품은 대자연’(9월12일자)이 대비된다. 지면 사진은 인터넷 검색 자료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져야 되지 않나. ‘한인 가족 다룬 스릴러… 할리우드선 혁신적인 일’(9월22일)은 영화‘서치’의 주연 존 조의 이메일 인터뷰 기사다. 이메일의 생생한 문답을 직접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겠다.

권선희

의외로 다루지 않는 기사들이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의 라이프 트렌드가 그런 경우다. 미국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가 100만명이 넘었는데 관련 기사도 거의 없다. 인기 있는 어플, 화제가 되는 어플과 개발자를 소개하는 기사도 없다. 트렌드가 확 바뀌었는데 변하고 있는 것을 다룬 기사가 없는 셈이다. 작년과 올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이다. 불경기라 열광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 그런 변화를 분석해주는 기사도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해 분석을 하다 보면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신조어를 언론에서 먼저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배정근

종이 신문이 다루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비슷하다. 지면의 차별화는 주말 섹션, 기획 섹션에서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수요일자 ‘겨를’은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 각각의 개별 기사 내용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통일감이 떨어진다. 한국일보만의 독특한 섹션을 표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섹션의 통일성,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사진 선정, 사진 배치는 편집의 문제인데 아쉬운 점이 많다. 기획 섹션은 비주얼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보는 즐거움을 줘야 한다. 아예 편집 자체를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편집자는 제목만 다는 언론도 있다. ‘가만한 당신’은 전단인데 독자들이 기사 읽는 부담을 덜어주려 배려하지 않은 편집이 보인다. 문화, 생활, 라이프 기사는 사진이 있어 컬러 지면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화면이 흑백 면일 때가 많다. 미술 기사가 흑백면으로 나오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을 표현할 수가 없다.

권선희

요즘은 젠더 감수성이 예민하게 변해가는 과도기다. 양성평등도 성평등으로 써야 한다고 하더라. 기사에서 표현할 때 젠더 감수성에 좀더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래픽에서도 남녀를 청색과 분홍색으로 나타내는 것은 고착화된 생각이다. 바비 인형에 핑크색 드레스를 입히는 것도 변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적 감수성에 맞게,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신중하게 표현해야 한다. ‘어쩌다 엄마와 아이는 대한민국 동네북이 됐나’(9월8일자)를 보고 맘충에 대한 혐오가 이 정도까지 퍼져 있는지 많이 놀랐다. 그런데 그보다 나흘 전에는 맘키즈 혐오 문제를 다뤘고, 그 며칠 뒤에는 맘들이 집값을 담합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용백

야구장을 빌리기 위한 위장전입이 거론될 만큼 사회인 야구가 꾸준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는 ‘주말 시합의 내 기록을 정정해 달라’는 전화가 사회인 야구기록실에 쇄도할 정도이다. 야구클럽에 정식 등록된 인원만도 50만명,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100만명 가량 된다. 사회인 야구도 지면에서 다루면 100만명의 동호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취재가 아닌 편집 데스크에게 지면구성의 권한을 줘야 한다. 편집 데스크에서 기사분량을 정해 취재부서에 어떤 것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포장이 잘못되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세상이다.

신현호

노벨상이나 비엔날레 같이 1년 단위, 2년 단위로 반복되는 사건이 있다. 관성에 젖으면 해마다 똑같은 포맷의 기사를 게재한다.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성의를 가지고 팀을 짜서 준비를 하면 한국일보만의 개성을 낼 수 있다.

신정호

‘글로벌 Biz 리더’가 최근에는 뻔하지 않은 기업인을 소개하고 있으나 기업연혁 또는 히스토리의 비중이 너무 높다. 조직 문화, 생산, 마케팅 특징 등 기업의 차별적인 성공 배경을 다루면 좋겠고, 외부필진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다. 9ㆍ13 부동산 대책은 예정된 일정인데 기사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차별적이지 않았고, 편집 측면에서 전달력이 아쉬웠다.

이용백

‘108배 운동 체험기: 단 15일 만에, 배 볼록 ET 체형이 지구인처럼 변했다’(9월12일자) 기사를 관심 깊게 읽었다. 체험형 기사라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활제품도 직접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비교해주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박홍빈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건강면 같아 식상했다. 베스트 댓글도 “내 동생 불교 대학 다녀서 매일 108배 하는데 뱃살 하나도 안 빠짐” “누가 몰라서 안 하냐” 였다.

신현호 김동훈 이용백

배 나온 중년 남자의 고충을 몰라 그렇다.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느꼈다. (박 위원이)ET형 체형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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