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린페인팅] 하얀 도자기 작품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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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29. 오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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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포슬린페인팅 작품들.

오스트리아 빈 외곽 아우가르텐 슈트라세(거리)에 '아우가르텐 도자기 박물관'이 있다. 19~20세기 유럽 최고로 손꼽히던 빈 도자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던 곳이다. 박물관에는 독특하고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각종 도자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시계, 인형, 그릇, 찻잔, 접시 등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각 작품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제품의 그림이 아니라, 작품마다 그림 종류, 색깔이 다 다르다. 바로 포슬린아트, 포슬린페인팅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포슬린아트, 포슬린페인팅은 고대 중국에서 시작했다. 화려한 그림을 그리거나 새긴 도자기, 그릇 등은 부, 권력, 미의 상징이었다. 중국 도자기는 여러 경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유럽 왕족, 귀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때마침 차와 커피 수요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도자기 수요도 늘었다. 왕족과 귀족은 자신들만의 감성에 맞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이것이 포슬린페인팅으로 발전했다.

유약 처리된
흰 도자기에
다양한 그림

수정 가능해
실패 걱정 뚝

장식뿐 아니라
실제 써도 돼
일석이조 취미

포슬린페인팅아트스쿨


포슬린페인팅은 우리나라에는 20여 년 전 들어왔다. 아직 완벽하게 대중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전문가, 동호인이 제법 늘어 기반은 어느 정도 다져진 상태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 '포슬린페인팅아트스쿨(051-583-1020)'. 부산에서 포슬린페인팅의 개척자라고 말할 수 있는 하민희 원장이 제자들을 양성하는 공간이다. 예쁜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여성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 명은 도자기에 색칠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스케치를 하고 있다. 
하 원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2년 전 우연히 포슬린페인팅을 알게 된 뒤 매력에 푹 빠졌다. 각종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보며 배우기도 했고, 포르투갈·독일·일본·미국 등에 가서 배우기도 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 포슬린페인팅을 배울 곳이 거의 없었다. 부산에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 '포슬린페인팅아트스쿨'이라는 이름을 단 업체는 전국적으로 7곳 있다. 하 원장에게서 배운 제자들이 독립해 차린 업체들이다. 하 원장처럼 수강생을 가르치며 작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고, 포슬린카페를 차려 커피와 작품을 함께 파는 곳도 있다.
포슬린페인팅은 주로 20~60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개 취미로 삼거나 집에서 실제 식기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배우는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앞으로 가게를 열기 위해 배운다.

50~60대 남자들도 더러 배운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주부들과는 달리 타일을 주로 만든다. 상당수가 실생활에 이용하기보다는 장식용으로 활용한다. 한 수강생은 어릴 때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부모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미술은 아니지만, 포슬린페인팅을 통해 그림을 그리면서 아쉬움을 달랜다고 한다.

포슬린페인팅 배우기

우리나라에서 포슬린페인팅은 유약 처리한 흰 도자기 등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다. 특수 안료와 오일을 섞어 그림을 그린 뒤 가마에서 구워낸다. 미국이나 독일 등 유럽에서 수입한 미완성 도자기에 꽃, 동물, 인물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린다. 세라믹아트는 초벌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작에 조심해야 한다. 반면 포슬린페인팅은 유약 처리된 흰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어 실패 확률이 낮다. 
'포슬린페인팅아트스쿨'에서 수강생을 지도하는 하민희 원장.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도자기 제작과 다른 점은 굽는 온도와 페인팅 횟수다. 우리나라 도자기는 1300도에서 한 번 굽고 말지만, 포슬린페인팅에서는 800도에서 세 번 굽는다. 1~4단계로 나눠 페인팅하는 과정을 통해 깊이 있고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다.

포슬린페인팅은 취미과정과 자격증과정으로 나눠 배울 수 있다. 취미과정은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뉜다. 초급은 두 달 정도 걸린다. 자격증은 하 원장이 운영하는 포슬린페인팅아트스쿨에서 발급한다. 자격증과정은 베이식클래스와 프로페셔널코스가 있다. 대개 6개월~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작업 첫 단계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도안을 고르는 일이다. 모든 그림을 표현할 수 있다. 대개 꽃, 동물, 인물 등을 많이 그린다. 이어 도트펜으로 꼭꼭 누르며 도안을 따라 도자기에 먹을 입힌다. 이어 붓으로 1차 페인팅하고 가마에 넣어 굽는다. 이렇게 하면 도안은 날아가고 그림만 남는다. 이후 2, 3차 페인팅을 하며 다시 굽는다. 이때 다양한 입체감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테두리에 금칠하는 골드 작업을 한다. 가마는 대개 실내에도 둘 수 있는 전기가마를 많이 사용한다. 하 원장은 "지우개인 '툴'로 그림을 지우고 수정할 수 있어 실패할 확률이 낮다. 기술만 제대로 익히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하얀 도자기 표면에 페인팅하고 소성하면 유약 아래로 안료가 스며들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포슬린 작품이 된다. 미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왕실, 귀족 가문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분야다. 고급스러워 장식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높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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