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日 어른들, 장난감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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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8.03.25. 오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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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나이가 들면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일본에서는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장난감을 어른들이 사간다. 독신자나 자녀가 없는 부부가 어린이나 동물과 꼭 닮은 로봇을 구입해 키우고 20∼40대 남성들은 실내용 무선조종기에 빠져들기도 한다.

디지털 애완동물인 ‘다마고치’로 유명한 반다이사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봉제인형 ‘하트 통신 프리모초콜’(3990엔)은 구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적외선 통신을 이용해 인형들끼리 대화도 하고, 말을 걸거나 만지면 인형 속 7곳에 내장된 센서가 반응해 대답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접촉 방식에 따라 인형의 성격이 달라져 육아를 끝낸 여성들이 자녀나 손자를 키우듯 개성을 살려 인형을 가꾼다.

반다이가 직영하는 도쿄 다이토(臺東) 구의 완구 전문점에는 인형들을 위한 유치원도 등장했다. 입학원서를 구하려면 교복(3850엔)을 사야 하지만 신청자가 꼬리를 물어 ‘원아’ 수가 8500명에 이른다. 매주 이 유치원에 인형을 데리고 놀러오는 60대 여성은 “한창 아이 키우던 시절이 떠올라 기쁘다”고 자랑한다.

다카라토미사가 2005년 출시한 말하는 인형 ‘유메르’와 ‘네루루’(각 8925엔)도 지금까지 모두 12만 개가 팔렸다. 고객의 80%는 50대 이상 여성이다.

애완동물 로봇도 인기다. 세가토이스사는 고양이 올빼미 병아리 등 ‘꿈 펫 로봇’ 시리즈를 모두 108만 개 출하했다. 2월에 나온 ‘꿈 병아리’(2310엔)는 생후 1주일된 병아리의 모습을 재현한 로봇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귀여운 목소리로 삐약거리고 날갯짓도 한다. 애완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이 로봇들을 구입해 애지중지 기른다.

20∼50대 남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은 실내용 무선조종기다. 예전에는 가격이 비싸 일부 수집가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모터나 전지 기술의 발달로 작고 값싼 상품이 나오면서 대중화됐다. 다카라토미사가 지난해 11월 발매한 적외선 조종 헬리콥터 ‘헤리Q’는 3000엔대의 싼가격에 고기능을 갖춰 지난달까지 20만 개가 팔렸다.

일본완구협회에 따르면 TV게임을 제외한 일본 내 완구 매출액은 2003년 7225억 엔에서 2006년에는 6400억 엔으로 줄었다. 저출산 현상으로 주요 고객층인 3∼15세 어린이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중장년층이 장난감을 사기 시작하자 완구회사들은 쾌재를 부르며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른들의 고독하고 무료한 일상에 빈자리를 메워주는 성능 좋고 값싼 장난감들이 등장해 동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1950, 60년대를 그리워하는 ‘쇼와(昭和) 열풍’ 등 요즘 일본에서 부는 복고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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