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200만 코미디 '굿바이 싱글', 사고 한번 잘 쳤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7.18 14:52 조회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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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나 사고 쳤다"

이 포스터 카피가 말 그대로 현실이 됐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제작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영화사 람)이 개봉 19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굿바이 싱글'은 개봉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을 넘었고, 19일 만에 200만 고지에 올랐다. 비수기인 6월에 개봉해 펼친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무엇보다 허리의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충무로에 오랜만에 등장한 중박 영화였다.

'굿바이 싱글'이 건강한 웃음과 따뜻한 메시지를 선사하는 '착한 영화'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 정도의 흥행까지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배우와 감독 그리고 제작진이 협업해 이뤄진 시너지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곡성', '아가씨' 등 다소 묵직한 영화들이 지나간 자리에 등장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 관객의 부담 없는 선택을 불렀다. 

여름 대전은 시작됐다. '부산행'과 '나우 유 씨 미2'가 변칙 개봉으로 극장가를 일찌감치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굿바이 싱글'이 일군 성취도 되새겨볼 만하다. 

굿바이 싱글

◆ 김혜수는 코미디도 잘한다

'굿바이 싱글'을 통해 김혜수의 티켓 파워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전도연, 손예진 등 충무로 대표 여배우들이 잇따라 흥행에 부진한 가운데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까지 연이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의 달콤한 맛을 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상업영화가 처음인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선구안과 도전의식까지 빛났다.  

게다가 '굿바이 싱글'은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었던 코미디 장르다. 김혜수는 "코미디 영화를 겁내고 어려워한다"고 말할 정도로 부담스러워했다. '닥터봉'부터 '신라의 달밤' 등 수많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고, 흥행의 맛도 봤던 배우에게 듣는 의외의 고백이었다.

김혜수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가 코미디 연기를 어려워한다. 최동훈 감독은 "코미디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남을 웃기기 위한 어떤 설정이나 의도가 엿보일 경우 되레 관객의 웃음은 마르고야 만다. 그렇기에 테크닉을 넘어선 진짜 같은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굿바이싱글

김혜수는 이번 영화로 취약점이라 여겨왔던 코믹 연기의 벽을 깼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철이 없어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여배우 '고주연'은 맞춤옷 같았다. 김혜수는 관능적인 외모와는 반대로 지적인 여배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어쩌면 실제 자신과 다른 인물이기에 캐릭터를 만드는 게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망가지며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줬다. '차이나타운'과 '시그널'로 연기 변신의 폭을 넓히며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김혜수는 이제 코미디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됐다.

여기에 고주연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평구' 역의 마동석 역시 영화의 웃음 포인트로 힘을 실었다. 마동석은 특유의 마초적 이미지보다는 부드러운 포용력을 가진 카운셀러 같은 캐릭터를 구축하며 김혜수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김태곤감독

◆ '포스트 강형철'로 떠오른 김태곤 감독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김태곤 감독에 대해 "포스트 강형철"이라며 예의주시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했다. '1999, 면회'의 연출과 '족구왕'의 각본을 통해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았지만, 대중적 코미디를 만드는 강형철 감독과는 다른 과의 연출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굿바이 싱글'은 김태곤 감독의 남다른 코미디 감각과 대중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전작처럼 시나리오를 직접 쓴 것은 아니지만 각색에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며 '김태곤표 코미디'의 포석을 깔았다.

김태곤 감독은 코미디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코미디 장르를 질 낮게 보는 편견 어린 시선이 존재하지만, 유머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칙은 "웃기되 우스운 영화는 만들지 말자"다. '굿바이 싱글' 에서도 웃기기 위한 무리수 설정과 눈물을 위한 과도한 신파를 배제하고자 했다. 캐릭터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 내는 웃음과 감정을 강요하지 않은 은은한 드라마로 자연스러운 감동까지 선사했다.

물론 이 영화가 김태곤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재능 있는 감독이 등장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굿바이싱글

◆ 연예기획사의 영화 제작, 우려보단 기대

'굿바이 싱글'은 연예기획사 호두엔터테인먼트(호두앤유)가 제작에 나선 첫 번째 작품이다. 영화 제작이 처음인 호두는 CJ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최아람 대표가 이끄는 영화사 람과 공동 제작을 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호두앤유의 이정은 대표는 "오래전부터 영화 제작을 준비해 왔다. 3년 전 신동선 작가의 시나리오를 접하고 '굿바이 싱글'을 창립작으로 한 작업에 착수했다. 함께할 감독을 물색하던 중 독립영화계에 참신한 이야기와 재기발랄한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태곤 감독을 만나게 됐다"고 영화의 시작을 전했다.

미혼모, 대안 가족이라는 소재가 상업영화 안에서 너무 무겁게 묘사되거나 혹은 너무 가볍게 소비되는 것에 대한 수위 조절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태곤 감독과 수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톤앤 매너를 잡아나갔다.

연예기획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존재했다. '굿바이 싱글'의 김혜수와 김현수, 이수경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하는 이성민까지 모두 호두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호두가 만들고 호두판을 깔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울리는 캐스팅과 납득 가는 연기로 우려를 정면돌파했다. 무엇보다 주연 배우를 제외한 캐스팅은 대부분 오디션을 거쳤다. 특히 단지 역의 김현수는 1:500의 경쟁률을 뚫고 감독에 의해 발탁됐다.

최근 영화 제작에 나선 연예기획사들이 느는 추세다. 김윤석, 주원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그놈이다'를, 배용준이 수장으로 있는 키이스트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를 제작했다. 호두앤유가 만든 '굿바이 싱글'은 올해 만들어진 연예기획사 제작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내며 영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정은 대표는 "영화 제작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기획, 개발 중인 작품이 몇 편 더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

◆ 김현수의 발견…주목해야 할 샛별

아역배우 김현수는 '굿바이 싱글'의 의미 있는 수확이다. 10대의 나이에 아이를 가져 내적 갈등을 겪게 되는 '단지' 역을 맡았다. 도도하고 시크한 여중생의 모습은 물론 '고주연'의 무관심에 섭섭해하고 서러워하는 감정 연기까지 다양한 연기 폭을 보여줬다. 

올해 17살인 김현수는 데뷔 6년 차의 중고 신인이다. 2011년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인학교의 학생 '연두' 역을 맡아 데뷔했으며 2013년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의 아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김현수에 대해 "꾸며서 연기를 하는 친구가 아니다. 자기가 느낀 감정 그대로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 아는 무서운 배우다. 나도 그 나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당시의 나와 비교하면 놀라운 정도로 잘한다"고 극찬했다.

임신한 여중생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를 부여받은 김현수는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경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 

10대답지 않은 연기력과 더불어 만화 같은 미모까지 갖춘 김현수는 지금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다. 박신혜, 심은경, 김유정의 뒤를 잇는 아역배우 출신 스타 탄생을 기대할 만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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