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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편...희망은 봤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마음이)많이 졸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은 잘 안 찾아봅니다.”

영화 ‘마녀’ 개봉일인 27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훈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마녀’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날, 홀로 탈출한 후 기억을 잃고 살아온 자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박 감독은 ‘신세계’ 이후 ‘대호’ ‘브이아이피’ 등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흥행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법도 한데 ‘마녀’에서는 신인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게다가 여성 느와르물에도 처음으로 도전했다.

10. 자윤 빼고는 캐릭터의 뚜렷한 이름이 없다. 이유가 있나?

박훈정: 영화 속 회사에서는 내부 조직원들조차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거기서 길러진 아이들은 이름 없이 번호로만 기억됐다. ‘귀공자’처럼 회사의 연구진들이 특별히 예뻐하는 아이들만 별명을 지어 불렀을 거다.

10. 시리즈물로 끌고 가는 대작인데 왜 신인을 고집했나?

박훈정: 솔직히 말하자면 자윤 캐릭터와 매칭되는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자윤이라는 캐릭터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에 캐스팅이 다라고 생각했다. 연기할 배우를 못 찾으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캐릭터와 딱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느낌을 원해서 그냥 오디션을 보겠다고 말했다. 고생을 많이 했다.

10. 김다미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나?

박훈정: ‘저건 자윤이다. 저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투나 외모까지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자윤의 이미지와 느낌 모두 표현이 될 것 같았다. 캐스팅을 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아예 떠올리지도 않았던 배우가 실제로 만났을 때 느낌이 오는 경우… 이 케이스가 그랬다. 오디션을 몇 개월에 걸쳐서 오래 봤는데 정말 없었다. ‘역시 요즘에는 될 만하면 이미 뭔가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워낙 매체도 많고 방송도 많으니까. 프로젝트 자체를 좀 미뤄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오디션 막판에 (김다미를) 만나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10. 최우식은 김다미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박훈정: 본인은 긴장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때는 전혀 안 하더라. 본인은 그게 나름대로 긴장한 거라고 했다. 긴장하지 않으면 뭘 얼마나 보여줄지 궁금하다.

10. 박희순과는 세 번째 작품이다. 믿음과 애정이 느껴진다.

박훈정: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영화를 20년 했는데 영화 쪽에 친한 분들이 별로 없다. 그 중 (친한) 한 명이다.

10. 친한 배우에게 오히려 큰 역할을 안 주는 것 같다.

박훈정: 박희순이 항상 이용만 당하고 있다고 하더라. 좀 더 이용할 만큼 이용한 다음에…하하. 나중에 원톱 영화를 같이 한 번 하고 싶다. 느와르나 스릴러 같은 걸로. 배우 박희순과 내가 알고 있는 (인간) 박희순의 느낌을 살려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한다. 박희순에게도 언젠가 한 번 하자고 얘기를 해놓았다.



영화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 등에 이어 ‘마녀’를 선보인 박훈정 감독.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0. 영화 초반의 흐름이 느리다는 평이 많다.

박훈정: 내 작품들은 다 그랬다. 보신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는데 정서상 필요했다고 본다. 느리고 편하고 평화롭고… 이런 호흡들이 전반부에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그런 부분들이 있어야 후반부에 분위기가 돌변했을 때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자윤이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좀 더 이해시키고 몰입시키려면 필요했다고 본다.

10.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박훈정: 여자라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 아니다. 누가 주인공이라야 이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헤쳐 나갈까를 생각했다. 여고생 그 나이 또래,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그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갖다 놓은 거 보다는 이 이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10.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박훈정: 이 영화의 제목이 ‘마녀’이고 첫 부제가 ‘전복’이다. 뒤집는다는 점에서 여학생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설정할 때는 별의 별 걸 다 고민한다. 남학생이 가정을 위해서 이것저것 거드는 장면은 우리가 흔히 많이 봐왔던 그림이지 않나. 그래서 좀 심심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사회 자체가 남자들이 뭘하든 더 편하니까. 그래서 여자들이 뭔가를 하고 뒤집고 하는 게 좀 더 극적이라고 생각했다.

10. 남자 캐릭터였던 닥터 백도 여자 캐릭터로 바꾸고 조민수에게 맡겼다. 대본 수정이 많았나?

박훈정: 닥터 백을 누가 해야 할지에 정말 고민이 많았다. 잘못하면 너무 가벼운 캐릭터가 되거나 너무 미친 사이코처럼 무섭게 나올 거 같아서. 그런데 조민수 선배가 딱 한다고 하니까 그게 다 해결됐다. 처음 선배에게 대본을 줬을 때는 남자 캐릭터 그대로였다. 일단 책을 보고 하시겠다 그러면 대본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탁이 있다고 하면서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배님의 느낌을 가미한 정도다.

10. 닥터 백은 이 영화에서 유일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조민수에게 말했다던데.

박훈정: 너무 간 거 같을 때는 조민수 선배에게 ‘조금만 정신을 차리시죠’라고 했다. 하하. 닥터 백은 보통의 사람인데 자뻑이 엄청 심한 거다. 남들이 볼 때는 사실 자뻑도 아니다. 정말 잘났으니까. 그래서 ‘얄미워. 재수없고 싫어’라고 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다. 흔히들 보아온 반미치광이 캐릭터가 아니다. 정상인이다. 그리고 되게 세련된 사람이다. 메이크업이나 옷 같은 건 신경 안 쓰지만 전체적으로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이다.

10. 영화 속 캐릭터가 머리를 뒤로 묵는다든지 하는 장면에서는 ‘킬빌’이 떠올랐다.

박훈정: ‘킬빌’의 타란티노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 광팬인데 사실 그런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굉장히 많다. 내가 원래 느와르 영화를 좋아한다. 할리우드 액션영화나 홍콩 무협영화들의 액션 신을 많이 참고했다.



박훈정 감독은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택한 데 대해 ‘전복’이라는 부제에 여성 캐릭터가 더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10. 영화 마지막에 후속편을 예고했다. 흥행에 성공해야 시리즈가 나올 수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박훈정: 몇 부작으로 정해놓진 않았지만 이야기의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 이번 이야기는 ‘비긴즈’이고 다음부터 본편이 시작된다. 소설로 따지자면 프롤로그 장에서 주인공 소개까지 끝낸 거다. 후속 편에서는 자윤이 본격적으로 자기 뿌리를 찾아갈 거다. 또 다른 능력자들이 등장할 거고. 이번 편에서는 군불만 지폈던 회사에 대해서도 나올 것이고,닥터 백과 미스터 최 세력 간의 완력 다툼도 나올 것이다. 다음 편의 부제가 ‘충돌’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0. 에필로그 장면에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이 등장하는데.

박훈정: 그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설계했던 사람이다. 닥터 백보다 더 위에 있다. 머리도 더 좋다. 이 캐릭터는 닥터 백과 다르다. 닥터 백은 아이들을 실험체로만 다루지만 이 사람은 애정이 있다. 10년 전 아이들을 ‘폐기’하라고 했을 때도 이 사람이 몇 명을 빼돌렸다. 카메라가 화실을 훑을 때 보면 아이들에 대한 자료에 표시가 되어 있고 닥터 백 동생이 죽은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린다. (따로) 설명 안 하면 누가 알겠나. 하하.

10. ‘선하게 태어나서 악하게 변해가는지, 악하게 태어나서 선하게 변해가는지’라는 의문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답은 얻었나?

박훈정: 못 얻었다. 성악설, 성선설에 기초해서 말하자면 ‘나는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다’ 쪽을 믿는 편이다. 사람이 선하게 태어나면 법이나 윤리 교육 같은 게 필요 없을 거다. 인간들이 왜 그런 체계를 죽으라고 갖추려 하냐면 스스로 자신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같은 거? 그 상태에서는 다른 계산이 없지 않나. 악하게 태어난 자윤이 10년간 자기 본능을 완전히 누르고 살았던 데는 그런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귀공자도 자윤에게 말한다. 나 같으면 그냥 구자윤으로 죽었을 거라고. 그게 희망이지 않을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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