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배우 주상욱이 한층 더 깊어진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결혼을 발표한 이후 첫 복귀작으로 사극을 선택해 기대를 모았던 주상욱은 '대군, 사랑을 그리다'에서 수양대군 '이강'으로 변신해 인생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대군, 사랑을 그리다'는 동생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여자 성자현(진세연 분)을 둘러싼 이강(주상욱 분)과 그의 동생 이휘(윤시윤 분)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의 기록을 담은 드라마다.

주상욱은 극 중 제2의 이방원을 꿈꾸는 도전자 '이강'역을 맡았다. 이강은 왕의 아들로 태어났음에도 팔방미인 동생의 그림자에 가려 만년 2인자로 살아가면서 일평생을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데 바친 인물이다. 

이처럼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강은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결국 동생 '휘'를 죽이려 그를 전쟁터로 내모는 등 광기 어린 사랑의 끝을 보여줬다. 평소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생김새로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던 주상욱은 '이강'을 만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의 한계를 확실하게 깨부쉈다. 

1998년 KBS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연기에 발을 내디딘 주상욱은 올해로 데뷔 20년 차 배우가 됐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신인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새 만 40세의 나이, 연기 경력 20년이라는 위치에 오른 주상욱은 얼마 후면 '아빠'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아내 차예련의 출산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것. 

"7월이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겠죠" 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롭게 펼쳐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 주상욱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다음은 주상욱과의 일문일답

- 드라마 종영 소감은
생각지도 못하게 드라마가 잘 끝나서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응원과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함께 한 배우들도 모두 힘을 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또 5.6%라는 숫자가 TV조선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 좋게 끝나니까 '몇 부작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다.

- 시청률 공약이 '프리허그'였는데
그 공약은 내가 직접 강력하게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근데 그게 실제로 이뤄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직접 시청자들을 만나니 너무 즐겁고 행복하더라. 어르신 분들이 많이 와주셨는데 "성군이 되세요"라면서 손을 잡아주시는 분도 계셨고 내게 "전하"라고 부르는 분도 계셨다. 재밌었다. 

- '이강' 캐릭터 어떻게 해석했나
악역은 어떻게 보면 욕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찬사일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서 욕을 듣는 것이라지만 누가 욕 듣고 기분이 좋겠나. 그래서 '욕만 먹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단순한 악역보다는 더 넓은 의미에서 해석하고자 했다.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악역이지만 짠하다. 공감이 간다'라며 좋게 봐주신 덕에 더 자신 있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펼칠 수 있었다. 

- 오랜만의 사극인데 힘들진 않았나
힘들기보다 오히려 좋았다. 평소에도 사극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닐 정도로 사극 제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대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정말 좋았고 그만큼 결과도 잘 나와줘서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사극은 사극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현대극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현대극과 사극에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등장하지 않나. 그런 매력이 참 좋은 것 같다.

- 결혼 후 첫 작품인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결혼을 했다고 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 달라지진 않았다. 결혼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자 터닝포인트인데 결혼 이후 첫 작품이 이렇게 잘 돼서 정말 좋다. 또 전보다 연기가 더 안정돼 보인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내 생각에도 결혼 이후에 대본과 작품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 촬영하는 동안 아내 반응은 어땠나
임신 3개월쯤에 촬영을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만삭이다. 그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집에 거의 있지 못했고 가더라도 대본 외우느라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투정 한 번 안 부리지 않더라. 인생에서 가장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혼자서 많이 외롭고 심심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 기존에도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매우 많은데
'대군' 역시 모티브는 수양대군에서 가져온 것이 맞지만 인물 설정이나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아마 홍보 과정에서 설명하기 편하게 하려고 수양대군을 앞세웠던 것 같다.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 감독님 역시 그 시대 인물들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당시에 있었을 법한 로맨스를 그리고자 하셨다. 나 역시 일반적인 수양대군 역할이었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이강'이라는 인물에만 집중했다. 

- 이강의 극적인 사랑,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100% 현실이 아닌 드라마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극적인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강이가 보여준 외사랑, 짝사랑의 아픔은 충분히 가능하고 본다. 왕으로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함부로 하지 않고, 계속해서 어려운 선택에 갈림길에 서는 장면들은 충분히 현실감이 있었다. 

- 이강이 죽는 결말 어떻게 생각하나
강이에게 딱 어울리는, 가장 강이다운 엔딩이었다. 너무 멋있게 강이를 보내줘서 작가님께 감사할 정도. 사실 더 멋있게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방송 이틀 전에 촬영해서 다시 찍을 시간도 없었다. 지금도 '훨씬 더 멋있게 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아쉽다. 

- 함께 한 배우들 어땠나
윤시윤은 정말 순수한 배우다. 내게는 없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 그 부분이 굉장히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진세연은 나이가 매우 어린데 도저히 그 나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근성이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고 류효영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마 이번 작품이 앞으로 배우 인생에 굉장한 밑거름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범진 배우와도 케미가 좋았다
김범진은 정말 착하고 또 늦게 연기를 시작한 만큼 노력하는 배우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생각처럼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심지어 윤시윤은 김범진을 집으로 초대해서 연기도 가르쳐주고 밥까지 해줬다. 현장에서도 서로 같이 대본 봐주면서 조언하고 도와주고 했다. 

- '대군'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가
내 배우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준 작품이다. 전에는 '자이언트'가 그런 작품이었는데 '대군'을 통해 또 한 번 연기 인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과 에너지를 받았다. 제2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만큼 내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 감사하다. 

- 데뷔 20주년 맞은 소감은
새삼 '오래됐구나' 생각한다. 20살 때부터 단역, 조연, 엑스트라까지 대중들이 기억하지 못할 수많은 역할을 거쳐왔다. 사실 '조금 더 빨리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등의 아쉬움은 있지만 어느새 내가 누군가의 선배가 됐다는 것이 신기하고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내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다. 특별하진 않지만 가장 어려운 목표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정말 많은데 나도 그들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했을 때 딱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각인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 배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요즘은 특히나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패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고 도중에 그만두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말 그대로 '도박'과 같은 길인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도전할까. 그만큼 배우라는 직업은 묘한 매력을 가지는 것 같다.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고 날 응원해준다는 것이 정말 진기한 경험이다. 또 내가 누군가의 활력소가 된다는 게 성취감을 안기기도 한다. 정말 매력 있는 직업 중 하나다.

- 곧 아이 아빠가 된다고 들었다
2개월 후가 출산이다. 7월부터는 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기대감과 떨림이 너무 오랜만이다. 다만 새롭게 펼쳐질 인생에 대한 두려움은 절대 없다. 멋진 배우, 멋진 아빠, 멋진 남편 이 세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욕심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 태명이 무엇인가
처음 임신 소식을 접하고 태명을 지으려고 하던 때가 대군 1회 대본을 읽고 있던 때였다. '대군'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아서 태명을 '대군이'로 지었는데 알고 보니 딸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대순으로 바꿨다. 지금은 우리끼리 "대순이가 복덩이다. 대순이 덕분에 우리 드라마가 잘된거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가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20대 때는 항상 목표가 있었다. 조연에서 고정으로, 고정에서 주인공으로 계속해서 목표가 바뀌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앞으로 내 앞에 남은 배우 인생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이 동시에 든다. 

(사진=윌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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