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독점 인터뷰] 그레이스 리 “아키노 대통령과의 스캔들 겪으며 많이 성숙했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5.21 11:36 조회 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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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인터뷰를 하기 전 기자는 그레이스 리(32 ·이경희)에 대한 작은 편견이 있었다. 그녀가 필리핀에서 뉴스 앵커 및 쇼프로그램 MC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보다 2년 전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54)과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주인공이었다는 스캔들에 주목했던 게 사실이었다.

1시간 정도 대화에서 그레이스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했고 진중했다. 껄끄러울 만한 주제에 관한 질문에서 그는 기분 좋은 당당함으로 여러번 기자를 놀라게 했다. 본격적인 한국 방송 활동을 앞두고, 오랫동안 필리핀과 한국의 문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는 신념을 여러 차례 확인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스캔들부터 그레이스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시종 진솔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본 그레이스는 훨씬 더 밝은 에너지를 풍기고 있었다. “인상이 정말 좋다.”는 기자의 첫 인사에 그레이스는 “사진빨을 정말 안 받는다.”는 농으로 맞받아쳤다. 100% 완벽한 한국어는 아니었지만, 10살 때 필리핀으로 건너간 것치고는 한국어 실력이 상당했다. 그레이스는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주로 쓰긴 하지만 부모님이 모국어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도록 하셨다.”고 귀띔했다.

그레이스 리


◆ "쉼 없이 달려온 5년, 필리핀에서 첫 꿈을 이뤘죠"

그레이스는 필리핀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마닐라 대학교를 졸업한 뒤 MC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뉴스앵커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레이스는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쇼에 전문 MC가 됐고 이후 라디오와 토크쇼 등에서 5년 동안 활약했다. 이후 자신의 꿈이었던 뉴스 앵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길에서 배웠다.”고 재치있게 설명할 정도로 그레이스는 밝고 긍정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물론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에는 친척이 있지만 필리핀에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의지할 수 있는 전부였어요. 우리 가족만이 모든 걸 해쳐나가야 했으니 힘든 일도 있었죠.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커리어를 갖는 게 쉽지가 않아요. 다행인 건 당시 필리핀에서 한류 열풍이 막 시작되고 있을 때여서 제가 그 덕을 좀 본 거 같아요.(웃음) 모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니까 한국인 방송인인 저 역시 그 혜택을 봤거든요.”

지난 5년간 그레이스는 쉼 없이 달리며 8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진행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을 홍보했다.“진행했던 절반의 프로그램은 제작진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들에게 '이곳이 내가 태어난 나라다'라는 걸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필리핀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어요. 그 때 '내가 할 일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레이스 리


◆ "아키노 대통령과 공개 데이트?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필리핀에서도 항상 모국을 그리워 했던 그레이스가 한국에서 알려지게 된 건, 아이러니 하게도 2012년 아키노 대통령과의 스캔들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당시 필리핀 현지뉴스가 국내 언론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대통령과의 열애설'혹은 '결혼설'로 보도가 됐다.

그레이스는 “당시에는 한국에서까지 이슈가 될 거라곤 생각 하지 못했다. 사실이 아닌 말이 필리핀은 물론 모국에까지 전해진다는 점이 정말 힘들었고 특히 가족들이 많이 괴로워 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인 미디어가 나를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곧이어 한국 언론과는 최초로 당시 스캔들에 대해서 솔직히 해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과 연인 사이는 아니었어요.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이실진 모르겠지만 필리핀에서는 호감 있는 남녀가 2~3달 정도 데이트를 하다가 연인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요.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뉴스가 터졌고 '연인', '사랑하는 사이'라는 내용으로 진지하게 보도가 되니까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그레이스는 오해를 줄이고자 자세하게 다시 한번 설명했다. 또 현재 아키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왜 데이트 하는 관계인 걸 숨기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숨어서 다니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연인이 아닌 서로 알아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만나서 얘기를 나누거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거였어요. 그리고 상대가 대통령이었기에 거짓말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고요.”

매 순간 솔직함으로 임했던 그레이스였지만 스캔들의 여파는 컸다. 하지만 그녀는 그 힘든 시기 조차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많이 성장했고 후회는 없다.”면서 “아키노 대통령은 워낙 따뜻하고 저를 이해를 해주시는 분이었기에 그런 힘든 시기에서도 오히려 위로를 해줬다. 지금은 1년에 한두번 정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스 리


◆ "한국으로 온 진짜 이유는요…"

스캔들을 통해서 더욱 강해진 그레이스는 필리핀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 MC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필리핀과 한국을 가깝게 만드는 '문화 외교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그는 늘 그리워 했던 고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서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한문 교사이신 삼촌의 도움을 받아서 한문 공부도 하고 있고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씨 등 최고의 MC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필리핀에 있는 많은 한국 분들이 미국, 유럽, 한국으로 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좌절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필리핀에서 꿈을 키우는 한국인들,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시는 분들게 제가 조그만 희망이라도 심어줄 수 있음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거 같아요.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방송인으로 꿈을 이룬 게 첫 번째 도전이었다면, 그레이스는 조심스럽지만 당차게 두 번째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뜨거운 열정과 근성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며 더 큰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그레이스 리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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